日 오사카 코리아타운 법인화…초대 이사장에 재일3세 홍성익
日 오사카 코리아타운 법인화…초대 이사장에 재일3세 홍성익
  • 강성철
  • 승인 2022.02.09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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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로 연 100만 관광객…"차별 상징에서 '공생의 거리'로 변모시킬 것"
재일동포 역사 알리는 '코리아타운자료관' 건립 추진

日 오사카 코리아타운 법인화…초대 이사장에 재일3세 홍성익

한류로 연 100만 관광객…"차별 상징에서 '공생의 거리'로 변모시킬 것"

재일동포 역사 알리는 '코리아타운자료관' 건립 추진

日 오사카코리아타운의 홍성익 이사장
[재일민단 제공]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일제 강점기부터 빈곤과 차별의 상징이었던 코리아타운이 이제는 일본 전역에서 관광객이 몰려오는 명소가 됐습니다. 재일동포와 일본인 모두 공생하는 거리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일본 간사이(關西) 지방 재일동포 최대 집거지인 오사카 이쿠노(生野)구 JR쓰루하시(鶴橋)역 인근 코리아타운의 상점 연합인 '오사카코리아타운'의 초대 회장인 홍성익(65) 씨는 8일 "재일동포의 역사를 알리고 한국과 일본 간 친선 교류의 장이 되도록 코리아타운 활성화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사단법인으로 지난달 출범한 '오사카코리아타운'은 쓰루하시역 인근 3개 상점가 상인들의 통합조직이다.

'이카이노 코리아타운'으로 불리는 이 지역은 주말에는 일본 전역에서 8천∼1만여 명의 한류 팬들이 몰려든다. 대부분 한국 화장품·한류스타 상품·한국 식품 등을 구입하고, 한식당에 들린다. 지난해 이곳을 찾은 관광객이 100만 명을 넘었다.

홍 이사장은 "일제강점기에 조선에서 건너온 동포들이 모여 가난하게 살았던 곳으로, '조선시장'이 생겨난 게 코리아타운의 시초"라며 "상점 주인들이 고령화하면서 쇠퇴하던 시장은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로 살아났고, 한류 붐이 일면서 명소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코리아타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국 관광길이 막힌 한류 팬들이 일본 내에서 한국 분위기를 맛보기 위해 주말이나 연휴에 몰려들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의 조사에 의하면 방문객의 80%가 10∼20대 일본 여성들이다.

한국문화 체험장 된 일본 오사카 코리아타운
일본 오사카 이쿠노구의 코리아타운이 '제3차 한류 붐'에 힘입어 일본인들의 한국 문화 체험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연합뉴스 DB 자료사진]

홍 이사장은 "3개 상점가 통합은 20년 전부터 논의가 있었으나, 각자 특색이 있어서 하나로 뭉치기 힘들었다"며 "최근 한국 아이돌인 BTS와 트와이스에 의한 '3차 한류 붐'으로 한류 팬 관광객을 상대로 한 영업이 활성화하면서 통합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밝혔다.

특히 관광객이 먹다 버리는 음식물쓰레기 처리와 공중화장실 건립이 시급해지면서 급물살을 탔다.

홍 이사장은 "한국 정부·재일오사카민단·지역주민의 도움으로 코리아타운 내 공원에 공중화장실이 조성돼 관광객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며 "법인화는 화장실과 방범 카메라 등 공공재산 관리 운영 효율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조선시장' 토박이인 홍 이사장의 부친은 '덕산물산'을 세웠고, 떡이나 냉면 식자재를 만들어 일본 전역의 식료품 가게에 공급했다.

재일동포와 일본인 간 '공생'이 평생 꿈이었던 부친의 유지를 이어받은 그는 "상점 연합이므로 장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차별을 이겨내고 더불어 살아갈 길을 모색해온 재일동포의 역사를 알리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오사카코리아타운'을 알리는 이벤트와 캠페인에 나설 것"이라며 "재일동포 역사를 알리는 '코리아타운 자료관'을 세워 재일 차세대에 정체성을 심어주는 한편, 지역민에게는 다문화 공생의 상징이 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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