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서 노숙인 돕는 이익형 NGO 대표 "구호보다 자활 중요"
뉴질랜드서 노숙인 돕는 이익형 NGO 대표 "구호보다 자활 중요"
  • 강성철
  • 승인 2021.03.0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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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서 노숙인 돕는 이익형 NGO 대표 "구호보다 자활 중요"

 

 

이익형 뉴질랜드 '낮은마음' 대표
[이익형 제공]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봉사나 구제보다 연대와 나눔으로 이웃을 도우려고 시작한 일입니다. 가난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로 인식하는 공동체 정신이 커지면 노숙인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될 거라 확신합니다."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에서 봉사단체 '낮은마음'을 세워 7년째 노숙인을 돕는 이익형(51) 씨는 3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늘어난 취약계층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노숙인으로 전락한 사람들의 자활을 돕는 게 단체의 사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낮은 마음'은 오클랜드 서부에 자리한 노숙인 임시시설 등에서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음식 나눔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샌드위치나 조리된 음식을 1만3천500여 명에게 제공했다. 또 500여 점의 생필품, 응급 침낭 235개, 슈퍼마켓 구매 쿠폰 170장 등도 나눠줬다.

그는 "노숙인에게 가장 힘든 계절이 겨울로 매년 4∼6명이 추위에 목숨을 잃었는데 응급 침낭을 공급하면서 3년째 동사자가 안 나오고 있어 감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 IT(정보기술)업체를 운영하다 2003년 뉴질랜드에 이민한 이 씨는 2011년 현지 신학대학에 입학했고 2014년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낮은마음'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목회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소외계층을 돕는 일을 하려고 단체를 만들었다"며 "개인과 교회 등 여러 곳의 기부와 20여 명의 자원봉사 덕분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낮은마음'의 노숙인 급식활동
뉴질랜드 봉사 NGO인 '낮은마음'은 매주 화·토요일 오클랜드에서 노숙인 급식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낮은마음 제공]

 

복지 천국이라 불리는 뉴질랜드에 왜 노숙인이 생기는지 궁금했다. 이 씨는 "한국에서는 사업 등 무엇인가 열심히 하다가 실패한 후 재도전할 기회를 못 얻을 때 노숙인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많지만 이곳에서는 원주민 등 특정 인종과 민족에서 나타나는 '가난의 대물림'이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전적 복지는 잘 돼 있지만 이를 잘 관리하지 못하는 데다 우리처럼 자녀 교육을 중시하는 풍조가 없다 보니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경우가 많고 재범률도 높아 노숙자 신세로 전락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덧붙였다.

'낮은마음'은 이들에게 우선 음식이나 추위를 이겨낼 담요 등을 제공하지만 사회로 복귀하려는 의지를 심어주고 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자활 프로그램으로 목공예를 가르치거나 향초를 만들어 판매 후 수익을 공동배분 하기도 하고 자선기금 마련을 위한 중고품 상점 취업 등을 알선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로 프로그램을 일시 중단했지만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초부터는 한인사회의 공동체 정신 회복을 위해 '숨·쉼'이라는 문화공간도 열었다. 이곳은 한국 문학·인문 도서를 판매하는 비영리 서점과 형편이 어려운 가정 자녀를 위한 공부방, 청소년 연극 동아리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용자가 늘면 음악·북 콘서트와 인문학 포럼도 열 계획이다.

그는 "한인 중에는 영주권자가 아니라 제도권의 복지 혜택을 못 누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며 "현지인을 돕는 '낮은 마음'과 서로 돌보는 '숨·쉼'을 활용해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데 계속 힘쓸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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