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 노동자 80% "차별받고 있다…가장 큰 불이익은 급여"
이주노동희망센터 실태 조사 발표…"경력 인정하는 체계로 개편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공공기관에서 상담과 통번역 업무를 맡은 이주여성 10명 중 8명 이상은 임금이나 경력 미인정 등을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노동희망센터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공공기관 상담·통번역·이중언어 관련 이주여성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를 16일 발표했다.
지난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다누리콜센터, 외국인상담센터 등에서 일하는 이주여성 4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0.6%가 현 직장에서 내국인 직원보다 차별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차별 내용(복수 응답)으로는 급여가 86.8%로 가장 많았고, 승진 기회(41.6%)와 경력 인정(38.2%) 등이 뒤를 이었다.
앞서 여성가족부가 공개한 인건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전원이 결혼이민자로 구성된 통·번역 지원사와 이중언어코치 직종은 내국인 위주인 행정직 분야와는 달리 호봉 기준표가 없고 '최저임금 이상'이라고만 명시됐다.
연구진은 "이런 배경 탓에 이주여성 노동자는 근속연수와 상관없이 최저임금 수준의 연봉을 받을 수밖에 없고, 처우 불만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75.9%가 호봉 적용이 안 된다고 답했고, 모르겠다고 답한 이도 10%가 넘었다. 호봉 적용을 받는다고 답한 비율은 13.6%에 그쳤다.
이 때문에 근무 경력이 길어질수록 업무 만족도는 떨어지는 현상도 생겼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1년 미만 경력자 중 업무에 불만을 나타낸 비율은 23.1%였으나, 같은 항목에서 5년 이상 근무자의 경우 이보다 약 13%포인트 높은 35.9%로 나타났다.
급여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근로 조건 개선에 가장 필요한 점(복수응답)으로 89.6%가 급여 수준 개선을 꼽았고, 47.1%가 안정적인 일자리, 45.4%가 경력 인정 구조 정착을 들었다.
10월 국정감사에서 나온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직원별 평균임금 현황'에 따르면 센터에서 일하는 결혼이민자 출신 통번역지원사와 이중언어코치의 평균 연봉은 각각 2천561만2천 원, 2천632만5천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센터 행정직원의 평균 연봉인 3천428만4천 원의 66% 수준으로 800만 원 이상 낮은 금액이다.
연구를 진행한 송은정 이주노동희망센터 사무국장은 "조사 대상자 대부분은 호봉(경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문제로 꼽았고, 근속 연수가 쌓일수록 이런 불만도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들이 각 기관의 핵심 업무라 할 수 있는 상담과 통역 등을 맡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력 인정 등의 노동 가치에 정당한 대우를 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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