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한인간호협회장 "조국은 나의 부모이자 영원한 안식처"
"고국 찾는 무연고 동포들에게 숙소 저렴하게 제공해줬으면…"
(서울=연합뉴스) 류일형 기자 = "조국은 나의 부모이자 영원한 안식처입니다"
파독 간호사 15명을 이끌고 모국을 방문한 박소향(65) 재독한인간호협회장은 파독 간호사 가운데 나이가 가장 어린 막내지만 '국위 선양'이 입에 붙었다.
제3회 재외한인 간호사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고국을 찾은 박 회장은 31일 빡빡한 일정을 쪼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났다.
그는 경북대 수술실에서 근무하던 1978년 9월 꽃다운 나이에 대한민국 간호사 가운데 처음으로 북아프리카 리비아 근무를 자원했다.
"간호사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일할 수 있는 직업이고, 국위도 선양하며 돈도 벌고 넓은 세상을 경험도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1년 근무 계약으로 나갔던 박 회장은 리비아의 심장병원에서 일하던 중 친구 병문안을 왔던 파란 눈의 독일인 기술자 롤프 슈베르트페거 씨와 운명적으로 만났다.
마침 친구가 퇴원하는 날 트리폴리에서 세계박람회가 열렸고, 슈베르트페거 씨와 친구는 박람회 한국관 홍보를 위해 자원봉사를 하기로 돼 있던 박 회장 등 한국인 출신 간호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됐다.
"그때 내가 입었던 화려한 한복과 비녀에 반했다고 남편이 나중에 털어놓았어요"
리비아 근무 1년 만에 남자친구를 따라 독일로 간 박 회장은 독일에 계속 있을 것인지, 한국으로 돌아갈 것인지 결정을 못 하고 1980년 일시 귀국했다.
당시 슈베르트페거 씨는 박 회장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 와 김포공항에서 경북 포항까지 택시를 타고 내려오는 등 정성을 다했다.
이에 감동한 박 회장은 한달 뒤 그와 독일인 신부가 있는 포항 죽도 성당에서 결혼했다.
이후 독일에 정착한 박 회장은 슬하에 아들 둘을 두고 간호사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았으나 남편은 4년 전 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박 회장은 중국·일본을 알면서 한국이 어디 있느냐고 묻는 병원 동료 등 독일사람들에게 고국을 알리기 위해 한국 지도를 크게 복사해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설명해주는 열성을 보였다. 한국에 들어오면 매듭 공예 등 전통 기념품을 구입해 선물하기도 했다.
남편도 생전에 한국에서 전통부채와 인삼 등을 사서 친구들에게 선물하는 등 한국을 그렇게 좋아했다고 말했다. 아들 둘도 김치와 불고기를 좋아하는데, 둘째 아들(30)은 지난 달 서울서 열린 전국체전에 재독 동포팀 축구선수로 출전하기도 했다.
2년 임기의 회장직을 연말에 내려놓는 박 회장은 재외한인 간호사들이 고국에서 저렴하게 묵을 수 있는 게스트 하우스를 제공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박 회장은 "국위 선양과 국가 경제를 위해 머나먼 타국에서 피눈물 나는 고생을 한 파독 간호사들이 이제 늙어 그리운 고국을 찾아와도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시고 편하게 묵을 곳이 없다"면서 "무연고 동포들을 위한 숙소 마련을 오래전부터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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