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검찰 서버에 보관한 휴대전화 정보로 별건수사하면 위법"
대법 "검찰 서버에 보관한 휴대전화 정보로 별건수사하면 위법"
  • 황윤기
  • 승인 2024.04.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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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정보 탐색 등 일련의 수사 모두 위법"…기존 판례 재확인

대법 "검찰 서버에 보관한 휴대전화 정보로 별건수사하면 위법"

"무관정보 탐색 등 일련의 수사 모두 위법"…기존 판례 재확인

대법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대검찰청 서버(디넷·D-Net)에 최초 압수하려던 범죄와 무관한 정보를 보관해두고 이를 별건 수사에 활용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이미 확립된 기존 판례를 재확인한 것이지만, 최근 휴대전화 등 전자정보 저장매체의 복제본을 디넷에 통째로 올려두고 보관하는 검찰의 수사 관행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진 가운데 나온 대법원 판단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부정청탁금지법·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강모(63) 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면서 이같이 설시했다.

이 사건은 2018년 12월 강원도 원주 택지개발 비리 사건 수사 과정에서 파생됐다.

당시 검찰은 원주시청 국장급 공무원 조모씨에 대해 국토계획법 위반 혐의로 영장을 발부받아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조씨 휴대전화의 전자정보를 복제한 이미지 파일을 만들어 디넷에 저장한 검찰은 관련 정보를 탐색하던 중 우연히 조씨가 강씨와 통화한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을 발견했다.

파일에는 검찰 지청 사무과장이던 강씨가 조씨로부터 특정 사건 수사를 지연시켜달라는 청탁을 받고 응한 정황이 담겼다.

검찰은 이 내용에 대한 별도 영장 없이 녹음 파일의 녹취록을 만들거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조사하는 등 '수사청탁 사건' 수사에 나섰다.

수사청탁 사건에 대한 검찰의 별도 압수수색 영장 청구는 2019년 1월에야 처음 이뤄졌다.

그러나 당시에도 검찰은 발부받은 영장을 집행하지 않고 기존 녹음파일을 기반으로 수사를 이어가다 3월에야 동일한 영장을 다시 발부받아 대검 서버에 업로드된 디지털 자료를 압수했다. 이렇게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4월에 강씨를 재판에 넘겼다.

대검찰청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의 쟁점은 최초 압수하려던 범죄와 무관한 정보인 녹음파일과 그것을 기반으로 수집한 다른 증거들을 증거로 쓸 수 있는지였다.

형사 재판에서 법원은 엄격한 기준으로 증거의 증거능력을 따지고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은 증거는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

1심과 2심은 증거능력을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 사건 녹음파일 등과 이에 터 잡아 수집된 2차적 증거들은 위법수집증거로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택지개발 비리에 대한) 첫 영장 집행 종료 후 무관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지 않고 계속 보관하면서 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일련의 수사상 조치는 모두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애초에 수사의 단서가 된 녹음 파일은 택지개발 비리를 수사할 목적으로 압수한 것이므로, 택지개발 비리와 무관하다면 폐기해야 했다는 취지다.

이어 "(수사청탁 사건과 관련해 집행한) 제3 영장의 집행도 제1 영장에 의한 압수에 따른 복제본이 저장된 대검찰청 서버의 전자정보를 대상으로 발부된 영장을 집행한 것에 불과하다"며 "이는 당연히 삭제·폐기되었어야 할 전자정보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했다.

검찰이 나중에야 '보관된 정보를 압수하겠다'는 취지로 영장을 발부받았지만 보관 자체가 위법하므로 영장을 받더라도 증거로 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작년 6월 대법원에서 확립된 판례이기도 하다.

대법원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대검찰청 서버에 무관정보를 계속 보관하면서 영장 없이 탐색·복제·출력해 취득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는 종전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재확인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압수·보관에 관한 법리가 발달하기 전 과거에는 일부 별건 수사에 활용된 사례도 있으나, 이런 대법원 판례가 정립된 이후에는 기준에 맞게 적법하게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wa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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