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세 김윤신·퀴어예술가 이강승…베네치아비엔날레 빛낸 韓작가
89세 김윤신·퀴어예술가 이강승…베네치아비엔날레 빛낸 韓작가
  • 황희경
  • 승인 2024.04.18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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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 본전시 초청…작고작가 이쾌대·장우성까지 4명

89세 김윤신·퀴어예술가 이강승…베네치아비엔날레 빛낸 韓작가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 본전시 초청…작고작가 이쾌대·장우성까지 4명

베네치아 비엔날레 본전시에 출품된 김윤신 작가 작품 전시 전경[국제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베네치아=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개막한 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미술전 본전시에는 한국작가 4명이 초청됐다. 본전시에 한국작가 4명이 한꺼번에 초청된 것은 2003년 구정아와 김소라, 김홍석, 장영혜중공업, 주재환 등 5명(팀)이 초청된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를 주제로 내건 아드리아노 페드로사 예술감독은 올해 전시에서 퀴어 작가,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한 작가, 선주민 작가, 이민자 작가 등에 초점을 맞추며 생존 한국 작가 중 김윤신(89)과 이강승(46)을 선택했다.

1세대 여성 조각가인 김윤신은 아르헨티나로 이주해 남미를 중심으로 40여년간 활동해 왔고 이강승은 성소수자를 비롯해 주류에서 비켜난 존재들에 주목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 주제에 부합하는 작가들이다.

(베네치아=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17일(현지시간) 사전공개를 시작으로 개막한 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한 김윤신 작가가 자신의 나무 조각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4.18. zitrone@yna.co.kr

한국 작가 작품은 모두 자르디니에 있는 중앙관에 자리를 잡았다. 김윤신의 작품으로는 작가가 평생 주력한 나무 조각 중 1979∼1986년 작업과 1991∼2001년 작업한 돌(오닉스) 조각이 출품됐다. 모두 작가가 1970년대 후반부터 일관되게 작품 제목으로 쓰고 있는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 작품이다.

구순을 앞두고 뒤늦게 주목받고 있는 김윤신 작가는 "이런 순간이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라면서 "일(작업)만 하느라 비엔날레 이런 것은 잘 모르고 살았다"고 비엔날레 참여 소감을 전했다. 김 작가는 "젊었을 때는 그저 작업에 빠져서 살았지만 이제는 이 세상에 김윤신이라는, 나라는 존재를 작품을 통해 내놓겠다는 결심이 생겼다"면서 "이제부터가 시작 아니겠냐"고 말했다.

(베네치아=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17일(현지시간) 사전공개를 시작으로 개막한 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한 이강승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2024.4.18. zitrone@yna.co.kr

이강승 작가의 작품은 전시장 한 공간의 바닥과 벽을 오롯이 채웠다. 성소수자 역사를 가시화하는 작업을 해 온 이강승은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AIDS)으로 사망한 이들을 설치 작품, 잊히고 의도적으로 지워진 이들을 양피지 그림과 금실자수, 미국 알파벳 수화 등으로 형상화한 신작 등을 내놓았다.

이강승 작가는 "이번 전시는 주제(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부터 퀴어, 한국 밖에서 사는 한국인으로서 개인적으로 많은 연결고리가 있다고 느꼈다"면서 "지난해 3월 (본전시에) 일찍 초대받아 일찍 전시 준비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본전시 주제에 대해 "우리 모두가 지구상에 왔다가 떠나는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느껴보자는 제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덧붙였다.

(베네치아=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사전공개된 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본전시에 출품된 이강승 작가 작품 모습. 2024.4.18. zitrone@yna.co.kr

이미 세상을 떠난 작가들의 작품이 많이 소개된 것도 이번 본전시 특징 중 하나다. 한국 작가 중에도 이쾌대(1913∼1965)와 월전(月田) 장우성(1912∼2005) 작품이 소개됐다. 이쾌대의 1940년대 작품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과 장우성의 1943년작 '화실'은 멕시코의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를 포함해 아프리카와 아시아, 중동, 남미 등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서구 선진국, 식민 지배국 중심의 '글로벌 노스'에 대응하는 개념)에서 20세기에 활동한 작가 112명이 1915∼1990년 작업한 초상 작품을 소개하는 '초상'(Portrait) 섹션에 포함됐다.

이밖에 1975∼2023년 39명 작가(팀)의 영상 아카이브 프로젝트 '불복종 아카이브'(Disobedience archives)에는 한국 작가 듀오 '믹스라이스'의 2016년 작품 '21세기 공장의 불빛'이 포함됐다.

(베네치아=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사전공개를 시작으로 개막한 베네치아 비엔날레 본전시장에서 장우성의 '화실'(맨 왼쪽)과 이쾌대의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왼쪽에서 두번째 작품)을 관람객이 살펴보고 있다. 2024.4.18. zitrone@yna.co.kr

한편 올해 베네치아비엔날레 본전시에는 유명한 '주류' 작가들 대신 선주민 작가, 독학 작가 등 '낯선' 이름의 작가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상당수 작가는 베네치아비엔날레 전시에 처음 참여했다. 전시의 성격은 본전시가 진행되는 자르디니 구역의 중앙관과 아르세날레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드러난다.

자르디니 구역의 중앙관 외벽은 원래 단순한 흰색이지만 올해는 2013년 결성된 브라질 작가 그룹 마쿠(MAHKU)가 페루와 브라질 국경 지역의 신화를 소재로 그린 화려한 색색 벽화로 장식됐다. 아르세날레 전시장도 뉴질랜드의 마오리족 여성 작가들로 구성된 '마타호 컬렉티브'의 대형 설치 작품으로 관객을 맞는다. 올해 전시주제이기도 한 작가집단 '클레어 퐁텐'의 네온 작업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도 역시 두 곳 전시장 입구에 설치됐다.

(베네치아=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제60회 베네치아비엔날레 본전시가 열리는 중앙관 외관 모습. 브라질 작가그룹 '마쿠'의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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