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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1~25]다문화가구원100만
[다문화가구원100만] ③다문화 차별 여전…'역차별' 논란도
"너희 나라로 가" 결혼이주여성 차별과 편견 노골적…"나도 한국 며느리"
취업·대입·주택 등에서 역차별 논란도…'국민청원' 제기
2019. 09. 23 by 김종량

[다문화가구원100만] ③다문화 차별 여전…'역차별' 논란도

"너희 나라로 가" 결혼이주여성 차별과 편견 노골적…"나도 한국 며느리"

취업·대입·주택 등에서 역차별 논란도…'국민청원' 제기

 

 

 

'다문화가족 혐오성 발언' 규탄하는 이주여성들
(익산=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전북지역 결혼 이주여성들이 28일 오후 익산시청 앞에서 다문화가족에 대해 혐오성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킨 정헌율 익산시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19.6.28 doin100@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종량 기자 = #1. 동남아시아 어머니를 둔 고교생 A(18)군은 한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일반 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름도 아버지 성씨를 따 한국 이름이다. 어렸을 때부터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배워 생각도 친구들과 비슷하다. 하지만 친구들에게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 어머니가 외국인이라는 이유에서다. 엄연한 한국 사람이면서도 차별을 받은 것이다.

 

#2. 지난 2000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시집와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둔 결혼이주여성 B(45)씨. 남편·아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 직장도 얻어 6년째 다니고 있다. 하지만 10년 가까이 아이를 키워 주며 함께 살던 친정엄마(67)의 비자가 만료돼 머지않아 고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걱정이 태산 같다. 엄마는 고령인 데다 건강도 썩 좋지 않다고 한다. 러시아에는 엄마를 돌봐줄 가족도 없다. 친정 아빠도 오래전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형제도 없어 엄마를 모셔야만 할 형편이다.

 

#3. 대학 졸업 후 수년째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 C(28)씨. 취업난에 부딪혀 일자리를 얻지 못하자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정부가 청년들 취업은 신경도 안 쓰고 다문화가정 일자리만 챙긴다고 불만이다. 우리 국민이 낸 세금으로 다문화 등 외국인에게 너무 많은 혜택을 준다고 강변한다. 그는 "국제결혼이 벼슬이냐. 왜 국가유공자급 혜택을 주느냐"고 분통을 터트린다. 우리나라 다문화 정책은 완전히 국민 역차별 정책이라고 비난도 했다.

 

◇ 다문화 차별 여전…"나도 한국 며느리"

A군처럼 외모와 배경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배타적이고 차별적인 대우를 겪는 다문화가정 2세가 적지 않다. 또 학교 폭력을 당한 경우도 있다.

여성가족부가 3년마다 조사해 최근 발표한 '2018년 전국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 폭력을 경험한 자녀는 응답자의 8.2%로 2015년 5.0%보다 크게 늘었다.

최근 1년간 차별을 경험했다는 비율도 9.2%로 2015년 6.9%보다 상승했다. 10명 중 한명이 친구들로부터 차별을 받은 셈이다.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더 노골적이다.

B씨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갈데없는 늙은 엄마를 모시고 싶다"고 말했다가 네티즌들의 무차별 댓글 공격으로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다.

"늙은 엄마 병원비를 한국 건강보험으로 내달라는 거네. 내가 외국인 때문에 건강보험료를 내야 하나", "외국인 고령자들한테 들어가는 돈은 다 누가 내주는 거냐. 한 푼 두 푼 모아 세금 내고 바둥바둥 사는 내국인들은 혜택도 못 받고 돈만 퍼주는 꼴", "지금도 다문화가정은 우리 국민보다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 차라리 너희 나라로 가라"

그나마 한 네티즌의 격려를 위안으로 삼았다고 한다.

한 네티즌은 "법을 남용해서는 안 되지만 부부가 세금을 정상적으로 냈고,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면 심사를 통해 갈 데 없는 엄마를 모실 수 있도록 허용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B씨는 "저는 한국의 며느리이고 한국에서 죽을 때까지 남편, 아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며 "외동딸인 제가 친정엄마를 모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건강보험 등 각종 혜택 안 받을 테니 엄마랑 같이 살게 해 줬으면 좋겠다"고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송인선 경기글로벌센터 대표는 "정부가 국내 이민자의 안정된 생활과 정착을 지원하면 국가경쟁력 향상과 대한민국 이미지 상승에 크게 이바지해 740만 재외동포의 안전을 도모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대입·취업·주거 등에서 역차별…'국민청원'도 제기

다문화가정과 자녀 등에 대한 정부의 우대 정책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은행 금리우대부터 의료 지원, 취업 및 창업, 대학 입학, 대학생 학자금 융자, 어린이집 종일반 및 공공어린이집 입소, 국민주택 공급까지 다양하다. 그들의 안정된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같은 정책들에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불만이다.

C씨처럼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불만이 특히 높다. 청년들은 "외국인에게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겼다", "우리의 세금을 왜 외국인에게 쓰느냐", "불법체류자가 너무 많아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등 불만을 터뜨린다.

이런 불만이 지난해 '다문화 정책을 개선해 달라'는 '국민청원'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동안 쌓였던 외국인에 대한 반감이 표출된 것이다.

'다문화'라는 용어가 처음에는 좋은 의미로 시작됐으나 이제는 차별, 일부를 지칭하는 단어로 전락했다.

차용호 법무부 외국인정책과장은 지난 5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2주년 세계인의 날 기념 이민정책포럼'에서 "정부의 다문화에 대한 우대 정책이 오히려 역차별을 불러일으키면서 (외국인에 대한) 반감이 형성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오정은 한성대 교수도 "우리 국민이 왜 외국인을 싫어할까요. 그것은 우리와 다르니까, 우리의 재원을 가져가니까, 우리의 가치를 훼손하니까로 정리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핵심은 경제, 돈과 관련 있는 두 번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문화가족 지원에 따른 역차별 논란이 사회 갈등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지난 4월 관련 부처와 회의를 열어 합리적 개선 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j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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