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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4] 불법체류 40만 시대
[불법체류 40만 시대] ② "집도, 동선도 몰라"…코로나 사각지대
2020. 09. 14 by 이상서

[불법체류 40만 시대] ② "집도, 동선도 몰라"…코로나 사각지대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급증하는 불법 체류 외국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의 대표적인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거소 파악이 힘들 뿐더러 이들을 수용하는 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며 집단 감염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 과밀화된 외국인 수용 시설…집단감염 우려↑

 

 

코로나19 재확산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14일 이주 인권 단체는 성명문을 내고 "법무부 산하 화성·청주 외국인 보호소 등이 과밀화되면서 이곳에 머무는 이들의 건강이 우려된다"며 "밀폐된 공간인 데다 밀집도도 높아지면서 코로나19의 집단 감염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기 수용을 목적으로 만든 시설이다 보니 의료시스템도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방역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법무부 정보공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경기 화성·충북 청주 외국인 보호소와 전남 여수 출입국·외국인 사무소에 머무는 외국인은 760명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인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직전인 3월 당시 300명대 수준에 머물렀던 것을 고려하면 두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밀폐된 공간에서 공기 중 바이러스 생존 시간이 외부보다 더 길기 때문에 확진자가 나온다면 'n차 감염'으로 번질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임시 수용 시설 특성상) 지금보다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환기가 더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고 햇볕이 더 잘 들도록 거주 시설을 개조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관할 기관이 책임감을 갖고 손 세정제와 마스크 등 방역 물품을 수용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며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다른 시설에 최대한 빨리 격리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재갑 한림대의대 감염내과 교수도 "보호소나 구치소와 같이 갇혀있는 공간에서 코로나19의 확산 위험성은 일반 시설보다 훨씬 높다"며 "평소보다 더 자주 발열 체크를 하고 입소자들에게 항상 마스크를 쓰도록 하면서 기본 수칙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사는 곳도, 이동 경로도 알기 힘들어…치료비 걱정에 검사 꺼리기도

 

코로나19 선별진료소 모습 (CG)
[연합뉴스TV 제공]

 

동선 파악이나 감염 여부를 알기 어려운 불법 체류 외국인은 대표적인 방역 취약 계층으로 꼽힌다..

정부가 5월 불법체류자에게도 비용 부담과 강제 출국 걱정 없이 코로나19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검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대권 아시아의친구들 대표는 "검사비는 무료지만 코로나19 확진자로 판정이 났을 때 부담해야 하는 치료비는 불법 체류 외국인이 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보건소 가기를 꺼리는 게 사실"이라며 "더구나 이들은 건강 보험 가입이 불가능하므로 고스란히 치료비 전액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때문에 증상이 있거나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 것을 알았더라도 검사를 받으러 가기를 기피한다"며 "임시 비자를 발급해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한 뒤 스스로 보건소를 찾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불법 체류 외국인의 코로나19 검사 건수는 따로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사는 곳이 불명확하고 동선 파악이 힘들다는 특성상 불법 체류자는 방역 사각지대로 꼽히는 대표적인 계층"이라며 "한시적으로라도 체류 자격을 합법화해 방역 안전망에 포함시켜 감염 위험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체류자의 열악한 주거 환경은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이주노동단체가 외국인 근로자 63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85.8%는 사업주가 제공한 숙소에서 집단 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4%는 주야간 노동자가 함께 같은 방을 쓴다고 답했고, 25.3%는 작업장의 소음과 먼지, 냄새(악취) 등에 노출된 곳에서 생활한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지적이 잇따르자 법무부는 7일 공개한 자료에서 "전국 외국인 보호시설의 과밀화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을 재배치하고 관련 시설을 확대 가동하고 있다"며 "올해 초부터 보호 외국인 중 환자와 노약자, 임산부, 미성년자 등 감염병에 취약한 계층에 한해 보호를 일시적으로 해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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