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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9]포화상태 외국인보호소
[포화상태 외국인보호소] ② "급한 불 껐지만 근본적 대책 필요"
윤종석 화성 외국인보호소 소장 인터뷰
2020. 07. 09 by 이상서

 

[포화상태 외국인보호소] ② "급한 불 껐지만 근본적 대책 필요"

윤종석 화성 외국인보호소 소장 인터뷰

 

(화성=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급한 불을 껐는데 앞으로가 관건이죠. 출국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상황이라 수용자 불만도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경기 화성과 충북 청주 등 전국 외국인 보호소에도 문제가 생겼다.

국내법 등을 위반해 강제 퇴거 대상에 오른 외국인이 출국 전까지 잠시 머무는 시설이지만 하늘길이 막히며 떠나야 할 사람까지 퇴소하지 못한 탓에 수용 인원이 한계치에 이른 것이다.

 

윤종석 경기도 화성 외국인 보호소 소장
[화성 외국인 보호소 제공]

 

윤종석(59) 경기도 화성 외국인 보호소 소장은 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수용자가) 출국 의사가 있더라도 항공편이 끊기며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며 "최근 수용 인원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태국과 중국 등에서 항공편을 편성하며 급한 불은 껐다"고 말했다.

윤 소장은 1988년 경기 김포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시작으로 인천국제공항과 서울·부산 출입국관리사무소 등을 거치며 30년 넘게 각종 외국인 관리 업무를 맡아 온 베테랑이다.

그런 윤 소장에게도 지난해 10월에 부임한 화성 외국인 보호소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

그는 "외국인 보호소라고 하면 감옥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생활 터전이 맞다고 봐야할 것"이라며 "외국인이 문제없이 원만하게 출국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 체류나 기타 법규를 위반해 강제 퇴거 대상에 오른 외국인이 오는 곳이지만, 동시에 이들의 고충도 해결해 주는 역할도 한다는 얘기다.

"출국하기 전까지 금전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외국인이 많아요. 체불된 임금을 받거나 전월세보증금을 대신 수령해주기도 하고요. 여권 재발급 문제도 해결해 줍니다. 일선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이들을 장기간 보호하기 어려워 외국인보호소에 의뢰를 하는 것이죠."

한국에 머물면서 얽히고설킨 문제를 풀고 귀향하는 준비를 도우면서 공항으로 호송하는 일까지가 외국인 보호소의 임무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대부분 하늘길이 끊긴 탓에 외국인 송환에 문제가 발생하며 적체 현상이 생기면서 업무 부담도 늘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화성 보호소의 수용인원은 3월 191명에서 5월 345명으로 80% 넘게 증가하며 사실상 임계점에 이르렀다.

그는 "출국 의사가 있더라도 항공편이 없어서 떠나지 못하기 때문에 수용자의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이들의 고충을 들어줘야 하는 직원의 업무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각국 대사관에 전세기 운항 협조 요청을 하는 등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일부 국가에서 임시 항공편을 배정하고 있지만 말 그대로 미봉책에 불과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 볼 때 재외국민은 점차 증가하고, 불법체류자도 많아질 것이기에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윤 소장의 생각이다.

"자진 출국 의사를 밝힌 단순 불법 체류 외국인 중 신원 보증인을 둔 이들에 한해 보호일시해제를 내려 본국으로 보내는 것을 활성화하는 방법도 있을 거고요. '출국 명령'을 내리게 되면 보호소를 거치지 않고 바로 한국을 떠날 수 있어 자연스럽게 보호소 과밀 현상이 해소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 도주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일종의 보증금을 내도록 하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화성 외국인 보호소 전경
[촬영 이상서]

 

비인격적인 대우를 한다는 일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여름철에 덥다는 민원이 들어올 때 에어컨과 선풍기도 가동시켜주고 있고 수박 등 여름 과일도 매주 제공한다"며 "얼마 전 입소한 몽골 국적 외국인이 가족 생계를 걱정하기에 관할 지자체와 협업해 도움을 주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체류하던 외국인이 한국에서 겪고 느꼈던 부정적인 경험이나 감정을 떨쳐버리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돌아가도록 하는 게 보호소의 가장 큰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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