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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취약계층 아동에 영어 교육 봉사하는 벨기에 입양한인
정체성 찾으러 모국 온 장하다 씨 "사회에 보탬이 돼 뿌듯"
2020. 05. 11 by 강성철

6년째 취약계층 아동에 영어 교육 봉사하는 벨기에 입양한인

정체성 찾으러 모국 온 장하다 씨 "사회에 보탬이 돼 뿌듯"

 

 

취약계층 영어 봉사하는 벨기에 입양 한인 장하다 씨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벨기에 입양 한인으로 모국에 정착한 장하다 씨는 6년 전부터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와 함께 취약계층 아동을 위한 영어교육 봉사를 펼치고 있다. 아내 서정임 씨와 장하다(사진 우측) 씨. 2020.5.11 wakaru@yna.co.kr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외국인을 보면 피하거나 우물우물할 뿐 제대로 말도 못 건네던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인사를 나누고 영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합니다"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InKAS·인카스)가 취약계층 자녀를 대상으로 펼치는 영어교육에 원어민 강사로 6년째 참여해 온 벨기에 입양 한인 장하다(45) 씨는 1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형편이 안돼 외국어 교육 혜택을 못 받던 아이들의 꿈을 키우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돕는 일이라 사명감 갖고 봉사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인카스는 서울주택공사(SH)·삼성 등과 협력해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영어교실을 열고 있고 다음 달부터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도 함께 '꿈자람 원어민 영어 아카데미'를 개최한다.

미국·캐니다·프랑스·스웨덴·호주·벨기에 등 해외 입양 한인들이 강사로 재능기부를 한다. 인카스는 영어권에서 4년제 대학을 나왔거나 국제영어교사자격증(TESOL) 취득자를 강사로 모집한다.

프로그램 초창기부터 참여해 온 장 씨는 "모국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라 보람을 느끼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도 생겨서 힘닿는 대로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미를 갖고 배우면서 영어문화권 지식도 쌓을 수 있도록 가르친다"며 "영어 자격증 시험을 위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로서 기능하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부모가 영어라면 귀를 막고 싫어하던 아이가 길가에서 지나가는 외국인에게 먼저 말을 걸고 대화를 해 깜짝 놀랐고 감격스러웠다는 감사 편지를 받으면서 내가 가르치는 일이 옳은 방향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6년째 봉사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입양 당시의 장하다 씨
[장하다 제공]

 

1975년 1월 6일 경남 밀양시에서 태어나 길가에서 경찰에 의해 발견된 장 씨는 2살 때 홀트아동복지회에서 벨기에 양부모 가정에 입양됐다.

벨기에 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한 후 코카콜라·하이네켄에서 근무한 그는 2006년부터는 스페인으로 이주했고 그곳에서 2012년 배낭여행 중이던 아내 서정임(40) 씨를 만났다.

그전까지 한국인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던 그는 잊고 살던 모국을 궁금해 했고고 한국으로 1달 여행을 다녀온 뒤 퇴사를 하고 2013년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장 씨는 "유럽에서는 어디를 가던 동양인이라 주목을 받았는데 한국에서는 지하철을 타든 거리를 걷던 모든 게 자연스러웠고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며 "굉장히 안정감이 들었고 여기가 내가 살 곳이라는 확신이 들어서 망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무 연고도 없고 말도 안 통하는 한국행이라 서 씨도 반대했지만 그는 용기를 냈고 덕분에 프러포즈에도 성공했다.

내친김에 한국 국적도 회복한 그는 친가족 찾기를 시작했지만 입양 자료가 불충분해 아직 상봉을 못 했다.

그는 "유복한 양부모 밑에서 행복하게 성장했고 지금도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기에 친부모에 대한 원망은 없다"며 "내 뿌리가 어디서 온 것인지 왜 입양됐는지를 알고 싶을 뿐"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영어·네덜란드어·스페인어·프랑스어에 능통한 그는 아직 한국말이 서툴다. 원어민 영어 교육을 집중적으로 해오다 보니 우리말 쓸 기회가 적었던 탓인데 그는 요즘 한국어 배우기에 열심이다. 두 살이 된 아들이 말을 곧잘 해 제대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다.

원어민 외국 코칭 전문회사인 코레아트센터 대표인 그는 "취약계층 영어 교실 강사를 희망하는 입양인들이 많다"며 "이는 봉사도 하며 한국 사회와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 씨는 "일시적인 프로그램이 아니라 상설화돼 입양인의 모국 정착도 돕고 아이들의 꿈도 계속 키워주고 싶다"고 희망했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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