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주 노동운동 '아이콘' 네팔 출신 미누 추모상 제정

2020-08-07     양태삼

한국 이주 노동운동 '아이콘' 네팔 출신 미누 추모상 제정

(남양주=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 한국의 이주 노동 운동에 헌신했던 네팔 출신 미등록 이주 노동자 미누(본명 미누드 목탄)를 추모하는 상이 제정된다.

이 영 남양주 외국인 근로자 복지 센터장은 7일 "미누를 잊지 못하는 노동·시민 운동가들이 '미누상 제정 후원회' 회의를 열어 제정 캠페인을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수상일을 미누가 만든 밴드 '스탑 크랙다운'의 결성일인 11월 14일로 정했다"고 말했다.

이주 노동 운동에 기여하고 공로가 큰 이주민이 상과 함께 상금 300만원을 받게 된다. 한국인은 제외된다. 이 센터장은 "미누상을 매년 시상할 수 있도록 기금을 조성하기로 하고 후원금을 받기로 했다"면서 "노동.시민 활동가, 시민단체, 일반인으로부터 후원금을 받되 기업으로부터는 받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미누는 갓 스무살이던 1992년 한국 땅을 밟은 후 식당과 봉제공장, 양계장 등지에서 일하다가 1999년 KBS '외국인 예능대회'에서 대상을 받는다.

이어 2003년 성공회 대성당이주노동자 합법화를 요구하는 대농성이 벌어지자 농성 중이던 그는 현장에서 다국적 밴드 '스탑 크랙다운'(Stop Crack down·단속 중단)을 결성한다.

강헌 음악 평론가는 미누의 스탑 크랙다운이 부른 노래 '월급날'과 '손무덤'을 두고 "내가 아는 한 진정성을 지닌 최고의 로커"라고 평가했다.

그는 2009년 10월 23일 표적 단속에 걸려 추방됐다. 8년이 지난 2017년 한국에서 열린 국제박람회에 초청받아 인천공항에 내렸으나 입국이 거부됐고 이듬해인 2018년 9월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안녕, 미누'가 개막작으로 선정되면서 초청받았다.

인생의 근 절반을 보내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한국 땅을 9년 만에 밟은 그는 사흘 후 네팔로 돌아간 지 보름 만인 10월 15일 심장마비로 돌연 사망했다.

인권 운동가 등으로 활동하며 18년을 한국에서 보낸 그의 삶을 재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안녕, 미누'가 최근 국내에서 개봉하기도 했다.

tsy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