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현전서 경험한 특별한 한글 "너무 예쁜 글자네요"
집현전서 경험한 특별한 한글 "너무 예쁜 글자네요"
  • 오수진
  • 승인 2019.10.0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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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학당재단-경복궁관리소 외국인에게 한국어 교실

집현전서 경험한 특별한 한글 "너무 예쁜 글자네요"

세종학당재단-경복궁관리소 외국인에게 한국어 교실

세종학당재단, 집현전 한국어 교실 개최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지난 7일 경복궁 수정전에서 진행된 집현전 한국어 교실의 모습 [세종학당제공] 2019. 10.8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세종대왕은 화가 많이 났어요. 사람들이 글을 읽을 줄 몰랐거든요. 그래서 쉬운 글자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만들었어요. 바로 여기에서요"

가을비가 내린 지난 7일 오후 경복궁 경회루 옆에 위치한 집현전(현 수정전)에서는 한글 창제의 배경을 설명하는 한국어 강사의 차분한 설명과 자음, 모음을 읽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한동안 울려 퍼졌다.

서툰 발음 탓에 어린아이들이 한글을 배우고 있나 싶었지만 이날 집현전 한국어 교실 수강생은 다름 아닌 외국인들이었다.

세종학당재단이 한글날을 기념해 외국인들에게 한글을 보다 쉽게 알리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경복궁관리소 업무협약을 맺고 수정전을 교실로 활용했다. 일반인들의 내부 관람이 힘든 곳이다. 한국어 수업 이외에도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해 '반나절 한국 배우기'로 마련했다.

수정전서 배우는 한국어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지난 7일 경복궁 수정전서 진행된 집현전 한국어 교실의 모습. 2019. 10. 8

이날 모인 수강생 20명의 국적은 홍콩, 필리핀, 중국, 러시아, 멕시코, 동티모르 등 다양했다. 한국어를 배운지 얼마 안 된 국내 어학 연수생이 주를 이뤘고 경복궁 관광에 나섰다가 현장에서 수강 신청을 한 관광객도 있었다.

수강생들은 좌식 문화가 익숙하지 않음에도 1시간 동안 꼿꼿이 앉아 한글 창제의 배경과 원리에 대해 진지하게 경청했다.

이들은 한국어 강사가 '사람(ㅣ), 땅(ㅡ), 하늘(·)을 뜻하는 세 가지 모양으로 모든 모음을 만들었다'는 설명에 흥미롭게 눈을 반짝였다.

'자음 ㅁ은 네모난 입술 모양을 만들 때 나는 소리'라는 설명을 듣자 실제로 이 소리를 직접 내보기도 했다.

내 이름을 한글로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7일 진행된 세종학당주최 집현전 한국어 교실에서 수업에 참가한 외국인이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써보고 있다. [2019. 10. 8]

행사를 기획한 세종학당재단 학당지원부 최윤정 부장은 "한글을 창제한 공간에서 한글을 배우는 체험을 외국인에게 제공하고자 이번 수업을 준비했다"며 "한글은 쉬운 원리로 만들어진 문자라 1시간의 수업으로도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글도 하나의 관광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시범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경복궁관리소와 협의해 상설 운영도 계획 중"이라고 부연했다.

수강생들도 행사 취지에 만족해했다.

한글 창제 공간에서 듣는 한국어 수업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7일 경복궁 수정전에서 진행된 세종학당 집현전 한국어 교실의 모습. 2019. 10. 8

한 달 전 연세대학교 어학당에 어학연수를 온 미국인 트리스틴 슐츠(20)는 "어머니가 한국 사람이라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경복궁에서 한글을 배우는 특별한 체험을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같은 어학당에 재학 중인 동티모르에서 온 마누엘(23)은 "한글로 내 이름을 쓰는 시간이 가장 즐거웠다"며 참가 소감을 밝혔다.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 동티모르에서 한국어 선생님을 하고 싶다는 그는 "한글이 어렵긴 해도 너무 예쁜 글자라 즐겁다"고 웃었다.

이날 한국어 교실에 참가한 학생들은 한글 수업을 마친 후 경복궁 관람, 한글 캘리그라피 체험으로 수업을 마무리했다. 이번 한국어 교실은 오는 9일, 11일에도 진행되며 관광객을 포함해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모든 외국인은 참가가 가능하다.

sujin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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