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로 배우는 수학' 다문화 혁신학교의 이색 병행수업
'중국어로 배우는 수학' 다문화 혁신학교의 이색 병행수업
  • 이영주
  • 승인 2019.09.25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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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절반이 다문화가정인 시흥 시화초, 2년째 중국어·수학 병행수업
"학생 자존감·중국어 흥미 향상…교원 인력 지원 절실"

'중국어로 배우는 수학' 다문화 혁신학교의 이색 병행수업

학생 절반이 다문화가정인 시흥 시화초, 2년째 중국어·수학 병행수업

"학생 자존감·중국어 흥미 향상…교원 인력 지원 절실"

(시흥=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선생님, 하얀색은 중국어로 뭐에요?"

"얘들아, 하얀색이 중국어로 뭔지 아는 친구 있니?"

"바이쓰(白色) 입니다."

수학중국어병행수업이 진행 중인 경기도 시흥 시화초등학교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25일 오전 경기도 다문화국제혁신학교인 시흥 시화초등학교 어학실에서 이색적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학생과 선생님 대화 내용만 보면 여느 학교의 중국어 수업과 다름없지만, 이 수업은 정규 과목인 수학 시간이었다.

색깔 큐브로 나눗셈 원리를 이해하던 중, 한 학생이 하얀색 큐브를 가리키며 질문하자 다른 학생들이 능숙한 중국어로 답한 것이다.

시화초는 작년부터 1∼2학년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수학·중국어 병행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정규 교과목을 중국어로 진행하는 게 특징인 이 수업은 중국어가 능숙한 한국인 교사와 한국어가 가능한 중국 원어민 강사가 함께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을 신청한 학생은 다문화가정 학생(약 80%)과 일반 학생(약 20%)으로 섞여 있고, 다문화가정 학생 중에도 모국어인 중국어가 서툰 학생, 능숙한 학생 등 중국어 실력이 모두 다르지만, 한국인 교사와 원어민 강사가 교실을 다니며 학생 개개인을 지도해줘 '중국어로 배우는 수학' 수업은 매번 큰 어려움 없이 이어지고 있다.

수학중국어병행수업이 진행 중인 경기도 시흥 시화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중국어 낱말카드를 들고 중국어로 나눗셈의 원리를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7년까지만 해도 시화초는 다른 다문화국제혁신학교들과 비슷하게 1주일에 한 번 정도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중국어 수업을 했지만, 언어교육과 교과목 연계를 위해 경기도교육청과 경인교대의 도움을 받아 시범적으로 병행수업을 시작한 것이다.

교과목과 연계하니 주당 수업 시간도 1시간에서 4시간으로 확대돼, 학생들이 중국어에 노출되는 시간도 확 늘었다.

작년 첫 운영 후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가 높아 올해부턴 3학년까지로 교실을 확대했다.

중국어병행수업의 가장 큰 효과는 학생들의 중국어 흥미 유발과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자존감 향상이다.

이날 수업에 참석한 정모(10)양은 "3살 때 한국으로 와 중국을 전혀 하지 못했다. 부모님과 언니는 중국어로 대화하는데 저는 하지 못했다"라며 "작년부터 병행수업을 들어 조금씩 중국어를 할 수 있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남모(10)양은 "해외에 갔을 때 그 나라 언어로 말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이 수업을 신청했다. 수학을 중국어로 배우려니 어려운 면이 있지만 재미있다고 생각해 앞으로도 계속 중국어를 배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한경은 장학사는 "중국어병행수업을 해보니 다문화가정 학생은 모국어로 교과 수업을 받는다는 면에서 자존감이 오르고, 일반 학생은 중국어에 관심을 갖게 되고 실력도 느는 것 같다"라면 "학생이 많은 학교에선 일반 학생이 다른 학교로 떠나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는데, 중국어병행수업이 이런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수학중국어병행수업이 진행 중인 경기도 시흥 시화초등학교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다만, 이중언어 병행수업의 지속적 운영과 확대를 위해서 역량 있는 교원 육성과 지원이 절실한 실정이다.

이날 중국어병행수업을 참관한 인근 다문화국제혁신초인 군서초 이영수 교장은 "한 교실에서 수학과 언어를 동시에 배운다는 게 큰 매력이었다"라며 "노하우를 배워 우리 학교에서도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해봐야겠지만 무엇보다 중국어로 교과목 수업이 가능한 인력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올해 말 시화초에서 진행된 이중언어 병행수업 연구보고서를 검토한 뒤 관련 정책에 반영할 방침이다.

한편, 경기도에는 다문화가정 학생의 비율이 높아 교육과정과 학사 운영 등 자율권이 부여된 다문화국제혁신학교가 12곳 있다.

이들 학교의 다문화학생 비율은 22.2%에서 최대 93.3%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시화초의 다문화학생 비율은 50%이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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