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은영 국제구조위원회 한국 대표 "인도주의 리더십 중요"
[인터뷰] 이은영 국제구조위원회 한국 대표 "인도주의 리더십 중요"
  • 성도현
  • 승인 2022.12.22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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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두 달 연합뉴스 인터뷰…"위원회는 가난 대응에 탁월한 기관"
"90년 역사 원동력은 사람…도움받는 사람은 수혜자 아닌 고객"

[인터뷰] 이은영 국제구조위원회 한국 대표 "인도주의 리더십 중요"

취임 두 달 연합뉴스 인터뷰…"위원회는 가난 대응에 탁월한 기관"

"90년 역사 원동력은 사람…도움받는 사람은 수혜자 아닌 고객"

이은영 국제구조위원회(IRC) 한국사무소 대표
이은영 국제구조위원회 한국사무소 대표가 21일 서울 강남구 사무소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제구조위원회 한국사무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미국에 본부를 둔 90년 역사의 인도주의 구호단체 국제구조위원회(IRC)가 지난달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한국에 후원국 사무소를 개설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미국과 영국, 독일, 스웨덴에 이어 다섯 번째다.

IRC는 1933년 독일 나치 정권의 유대인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의 요청으로 설립됐다. 전 세계 40개 이상의 국가와 28개의 미국 도시에서 세계적인 인도주의 기구로 활동한다.

3년 동안 IRC 한국사무소를 이끄는 이은영(45) 대표는 취임 두 달을 맞아 21일 연합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국이 인도주의 리더십을 갖는 게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인도주의 리더십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더 높일 수 있다"며 "여러 인도적 위기를 내 문제로 인식할 수 있게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태국 코로나19 대응 현장을 방문한 이은영 IRC 한국 대표(오른쪽)와 현지 직원
[국제구조위원회 한국사무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한국사무소 초대 대표로서 책임감이 클 것 같다.

▲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후원국 사무소를 한국에 개설한 것은 상징적이다. IRC는 인도적 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생존과 회복, 삶의 재건을 지원한다. 한국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을 겪으며 재건까지 성공했다. 한국의 목소리가 커진 만큼 책임도 중요하다. 인도주의 리더십을 갖는 게 중요한 시점이고, 한국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 국제어린이양육기구 한국컴패션에 15년간 몸담았는데.

▲ 한국컴패션에서 후원개발실장, 북한사역팀장, 마케팅본부장 등으로 일하다가 2020년 11월에 퇴사했다. 그간 앞만 보고 달려왔기에 쉬면서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보내던 차에 IRC의 연락을 받고 고민 끝에 대표직을 수락했다. 올해 1월부터 한국사무소 개설 준비 작업을 했다.

-- IRC에서 일하기로 한 배경이 있나.

▲ 어떤 일을 하거나 가치를 결정할 때 '가난'이 중요한 포인트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인도적 위기를 겪는 나라들에서 가난이 극심해지는 것을 봤다. 인도적 위기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IRC가 가난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 탁월한 기관이라고 판단했다.

--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업무는 무엇인가.

▲ 모든 인간이 평등한 인격과 존엄성을 지녔다고 생각하는 인도주의 리더십을 실천하는 것이다. 한국은 문화적인 콘텐츠가 뛰어난 강국이다. 인도주의 리더십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더 높일 수 있다. 한국사무소 구성원들이 목소리를 많이 내면서 지혜롭게 전략을 잘 펼쳐나가겠다.

태국 매라 임시대피소 코로나19 대응 현장
[국제구조위원회 한국사무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관심을 두는 주요 현안은.

▲ 여러 인도적 위기의 원인이 있지만, 분쟁과 기후 위기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인 대부분은 기후 위기가 나와 상관없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올해 여름에 기록적인 폭우를 겪지 않았나. 한국 사회에 이런 주제를 던지고 사람들이 내 문제로 인식할 수 있게 설명하려고 한다.

-- 90년 동안 IRC의 활동이 이어진 원동력은.

▲ 사람을 프로그램의 중심에 둔다는 점이다. 인도주의적 도움을 받는 사람을 '수혜자'(beneficiary)가 아닌 '고객'(client)이라고 표현한다. 고객을 위기에 처해 있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적인 존재로 바라본다. IRC의 역할은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인도적 위기에 처한 8천930만 명 가운데 3천150만 명(35%)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았다.

-- 다른 국제 구호단체들과의 차별점은.

▲ 인도적 위기 상황 발생 시 현장 직원을 채용할 때 지역 사회를 대표할 수 있는 현지인들을 굉장히 많이 포함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인도주의적 지원 규모를 확장하고 비용의 효율성을 높일 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IRC 내 '에어벨 임팩트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연구소에서는 인도주의적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고 테스트하며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 2033년에 설립 100주년을 앞두고 있다.

▲ 2020년 6월 승인된 '100주년 전략'에 따르면 IRC의 프로그램이 인도주의 대응의 글로벌 표준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전략은 북극성처럼 100주년을 향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알려준다. 규모 확장, 효과성 증대, 영향력 강화, 사람에 대한 투자, 자금 안정화 등 5가지 핵심과제를 선정했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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