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혜경 유엔난민기구 한국 대표 "난민은 특별한 그룹"
[인터뷰] 전혜경 유엔난민기구 한국 대표 "난민은 특별한 그룹"
  • 성도현
  • 승인 2022.12.02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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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와 단독으로 만나…"한국 위상 걸맞은 난민 보호 환경 필요"
"이민청은 시스템과 인력의 전문성이 관건" 조언

[인터뷰] 전혜경 유엔난민기구 한국 대표 "난민은 특별한 그룹"

연합뉴스와 단독으로 만나…"한국 위상 걸맞은 난민 보호 환경 필요"

"이민청은 시스템과 인력의 전문성이 관건" 조언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전혜경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 16년 역사상 첫 한국인 수장인 전혜경(54) 대표는 20여 년간 난민을 위한 한길을 걸어왔다.

2001년 2월 국제기구 초급전문가(JPO)로 유엔난민기구와 인연을 맺은 그는 두 차례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파견 근무를 제외하면 유엔난민기구에서 줄곧 경력을 쌓았다.

2020년 11월부터 최근까지는 미얀마 사무소장으로 일하며 1주일에 평균 나흘을 난민 캠프 등 현장에서 보냈다. 지난해 2월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 이후 발생한 난민 수는 100만 명을 넘는다.

올해 11월 1일 한국대표부에 부임한 전 대표는 취임 한 달을 맞아 지난달 30일 연합뉴스와 단독으로 첫 인터뷰를 했다.

전 대표는 "난민은 특별한 그룹"이라면서 "이민청은 시스템과 인력의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위상에 걸맞은 난민 보호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유엔난민기구 미얀마 사무소장 시절 전혜경 대표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첫 한국인 대표가 된 소감은.

▲ 지금까지 난민을 타국으로 보내는 나라에서 주로 일을 했다. 선진국 반열에 올라 있으면서 난민을 받는 나라에서 일하는 건 처음이다. 통상 업무 수행의 객관성을 위해 자국민을 본국 대표로 임명하지 않는 편이라 예외적인 상황이다. 한국과 나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됐다고 생각하며, 더 책임감을 느낀다.

-- 미얀마 사무소장으로 일하다가 임기 중간에 자리를 옮겼는데.

▲ 원래 일하는 곳에 마음이 많이 가는 편이다. 미얀마 상황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떠나 안타깝지만 남은 팀원들이 열심히 일할 거라고 생각한다. 미얀마를 떠나서도 어떻게 도울지 생각 중이다. 우크라이나, 아프가니스탄 등의 상황도 좀 잊힌 것 같은데 계속 관심을 가져달라.

-- 5년 임기를 시작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나.

▲ 2012년에 난민법이 제정됐고, 내년이면 법 시행 10주년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오래된 시스템은 아니다. 글로벌 중추 국가(GPS·Global Pivotal State)로서 한국의 대외적 위상에 부합하는 난민 보호 환경을 만들겠다. 아주 좋은 때에 한국에 왔다.

-- 법무부가 최근 이민청(가칭) 설립 준비조직을 만들었다. 이민청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돼야 할까.

▲ 난민은 특별한 그룹이다. 관련 업무에서도 전문적인 역량이 요구된다. 이민청 설립 시 시스템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업무 담당자가 어느 날에는 불법체류(미등록) 외국인을 쫓다가 어느 날에는 난민 심사를 한다면 혼돈이 올 수 있다. 우선 난민 분야를 전담할 전문성 있는 인력이 필요하며, 난민 문제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시스템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 유엔난민기구와 법무부 간 공식적인 논의 채널이 있나.

▲ 아직 없다. 지난달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가 방한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면담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유엔난민기구는 1950년대부터 대표부가 있는 나라들이 시스템을 만들 때 조언하고, 같이 일도 했기 때문에 다양한 사례를 안다. 한국 정부에도 조언할 수 있는 문이 많이 열리기를 희망한다.

전혜경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지난해 유엔난민기구 설립 70주년 기념 설문조사를 보면 난민 수용 반대 의견이 높은데.

▲ 완전히 개방해 난민 신청자를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다. 한국도 다문화가정이 늘고 있는데 얼굴색과 국적이 달라도 같은 사람이라는 인식도 늘어나면 좋겠다. 올해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난민 출신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지 않나. 난민은 여전히 소수다. 오해가 쌓이지 않게 잘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다.

-- 중국 정부의 탈북민 강제 북송을 두고 꾸준히 비판이 나온다.

▲ 어느 국가든 본국을 떠난 사람이 송환됐을 때 피해받을 거라고 예상될 경우 본국으로 돌려보내면 안 된다는 것은 유엔 회원국들이 공유하는 원칙이다. 그 누구라도 강제 북송은 안 된다. 탈북민은 한국에서 난민 지위는 아니지만, 세계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 한국대표부 대표로서 역할을 할 수도 있나.

▲ 중국, 미얀마 등에서 일하는 것과 한국에서 일하는 것은 업무가 다를 뿐이지 원칙은 동일하다. 이슈에 관해 함께 고민할 수도 있고, 개별 국가에서의 업무에 관여하지 않기도 한다. 민감한 사항이라 더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 긴급 구호 현장에서 일하면 가족을 챙기기 쉽지 않을 것 같다.

▲ 가족들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게 힘든 점이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대학생 딸이 하나 있는데 어릴 때부터 나를 많이 이해해줘서 고맙다. 배려심이 많은 아이다. 예술을 전공하는 딸과 분야가 달라서 특별히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없다. 하고 싶은 걸 하라고 조언하는 편이고, 딸의 결정을 존중한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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