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함께·2021년생 최연소 러너' 국제어린이마라톤 3인3색
'전교생 함께·2021년생 최연소 러너' 국제어린이마라톤 3인3색
  • 이상서
  • 승인 2021.10.12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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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동안 다양한 사연 지닌 1만여 명 참가

'전교생 함께·2021년생 최연소 러너' 국제어린이마라톤 3인3색

사흘 동안 다양한 사연 지닌 1만여 명 참가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8∼10일 전국에서 비대면 방식으로 열린 '제11회 국제어린이마라톤 대회'에서는 그간 볼 수 없었던 개성 넘치는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다.

'세계 아동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러닝메이트가 되어주세요'라는 대회 슬로건 아래 다양한 지역에서 이색적인 사연을 안고 뛴 마라토너들은 12일 "일상의 소중함은 물론 내 주변 사람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기회"라고 전했다.

이번 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비대면 방식인 '런택트'(Run+Untact) 방식으로 진행됐다.

런택트 마라톤은 각자 원하는 시간과 장소, 참가자를 정해 뛴 후 온라인으로 개별 인증하는 방식이다. 전국 각지에서 1만여 명이 참가했다.

제11회 국제어린이마라톤 대회 완주했어요
제주 애월초등학교 김찬경(37) 교사와 6학년 전교생이 제11회 국제어린이마라톤 대회를 완주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찬경 교사 제공]

제주 애월초등학교 김찬경(37) 교사와 6학년 전교생 31명에게 마라톤은 '미션 임파서블'이었다.

김 교사는 "졸업을 앞두고 평소 이뤄내지 못했던 것을 목표로 정해 완수하는 게 학교 전통"이라며 "이제까지 한라산 등반과 도내 자전거 일주 등에 도전했고, 올해는 마라톤대회로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어린이마라톤대회의 완주 기준은 4km였지만, 그것의 두 배가 넘는 10km라는 더 큰 목표를 설정했다"며 "지금까지 못 해본 것을 이뤄내자는 다부진 마음이었다"고 전했다.

관건은 구성원의 고른 체력이었다.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기 때문이다. 일부 학생들만 완주하면 의미가 없기에 대회 개막 두 달 전부터 체력이 가장 낮은 아이들의 속도에 맞춰서 연습을 이어갔다.

제11회 국제어린이마라톤 대회에 참여한 제주 애월초등학교 학생들. [김찬경 교사 제공]

그는 "5km 뛰기도 힘들었던 한 아이가 대회 날이 다가올수록 체력이 붙는 게 느껴졌다"며 "혼자 뛰었다면 결코 해내지 못했을 일"이라고 대견스러워했다.

급우들이 나서 체력이 떨어지는 아이들 옆에서 나란히 달리면서 응원하고 도와주는 모습을 보면서 '어른보다 아이들이 낫다'는 생각마저 했다고 한다.

제주의 유명한 산책로인 한담해변을 배경으로 완주한 뒤 학교로 돌아온 선수들을 위해 전교생 200명이 모여 축하 세리머니를 벌이기도 했다.

그는 "'기쁨이란 나누면 더 커진다'라는 진리를 모두가 깨달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며 "항상 나보다 더 어려운 이를 생각하고 도움이 필요한 친구 곁에 있어야 한다는 소중한 경험을 아이들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제11회 국제어린이마라톤 대회에서 완주한 이명선 씨(맨 오른쪽) 가족. [본인 제공]

15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남편과 결혼해 13살 딸을 둔 다문화가정 이명선(54) 씨에게 대회는 '단합할 기회'였다.

이 씨는 "내년 중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가 더 바빠지기 전에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기 위해 참가했다"며 "아동 교육권 보장이라는 대회 취지에도 크게 공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남아공에 살던 시절에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목격하면서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이 씨는 "봉사활동이나 기부도 좋지만, 직접 참여해 도울 수 있는 이번 대회가 마음에 들었다"며 "딸에게도 대회 취지를 잘 설명해줬다"고 전했다.

운동을 좋아하고 활발한 성격을 가진 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지금까지 야외활동을 마음껏 즐길 수 없었다. 실내 암벽 등반과 인라인 스케이팅, 치어리딩 등 다양한 운동을 즐겨왔던 딸에게 이번 대회는 답답함을 해소할 좋은 기회였다.

그는 "집 근처인 서울 강서구 우장산 산책로를 무대로 뛰었다"며 "한가지 목표를 향해 뭉쳐서 할 수 있는 게 많이 제한됐었던 우리 가족에게 이날은 소중한 하루였다"고 힘줘 말했다.

올해 태어난 아이와 함께
제11회 국제어린이마라톤 대회에 완주한 이소은 씨(맨 오른쪽) 가족. [본인 제공]

이소은(31) 씨 가족에게 이번 대회는 '시작'이었다. 지난해 결혼한 남편과 올해 4월 태어난 아이와 함께한 사실상 첫 가족 행사였기 때문이다.

9일 오후 친정 근처에 있는 서울의 한 한강공원을 무대로 대회에 참가한 이 씨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세 식구가 천천히 가을 날씨를 만끽했다"고 전했다. 다행히 오전까지 내리던 비도 그쳤다고 한다.

그는 "신혼생활을 즐길 새도 없이 바로 아기를 가졌다"며 "임신 당시 '아이와 함께 하는 추억을 많이 남기자'고 한 남편과의 약속을 오늘에서야 지킨 셈"이라고 웃었다.

대회 참가에 가장 반색한 주인공은 바로 아이였다.

"코로나19로 나들이를 못 했던 탓에 마주치는 모든 것이 신기해 보였던 것 같아요. 매일 집에서 엄마·아빠만 보다가 새로운 사람도 많이 만나고, 강바람도 시원하니 가을 날씨를 만끽하면서 연신 웃더라고요. 한창 호기심 많을 나이인데 오죽 신났을까 싶기도 해요."

이 씨는 "나중에 우리 가족이 이런 행사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어 사진도 많이 찍어놨다"며 "내년에는 오프라인 대회로 재개돼 더 많은 이들과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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