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동학 소년과 녹두꽃' 쓴 호주동포 작가 "항거정신 담았다"
소설 '동학 소년과 녹두꽃' 쓴 호주동포 작가 "항거정신 담았다"
  • 왕길환
  • 승인 2021.08.0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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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리씨 "조선후기 역사, 패배한 암울한 역사라 외면하지 말라"

 

소설 '동학 소년과 녹두꽃' 쓴 호주동포 작가 "항거정신 담았다"

이마리씨 "조선후기 역사, 패배한 암울한 역사라 외면하지 말라"

 

 

호주동포 작가 이마리 씨
[본인 제공]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동학 소년을 조명해 전쟁 패배에서 얻은 진리는 젊은이들의 항거정신, 이 정신이야말로 현재를 움직이고 미래를 비추는 밝은 빛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소설 '동학 소년과 녹두꽃'(행복한나무刊)을 국내에서 펴낸 호주동포 작가 이마리(정환) 씨는 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소설에는 '항거정신'을 담았다"며 "조선후기의 역사를 패배한 암울한 역사라고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센트럴 코스트에 거주하는 이 작가는 "아파야 건강의 소중함을 알듯 우리 조상의 아픈 과거를 돌아봄으로써 더 나은 미래를 바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출간된 '동학 소년과…'은 일제 강점기에 연구용으로 진도에서 일본으로 반출된 유골의 이야기를 단서로 출발한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대학 한구석에서 먼지를 쓰고 발견된 '동농조수 수급'(동학 농민 조선 수괴의 머리)이라는 백여 년 된 유골은 소설에서 주인공 '춘석'(동학 소년)으로 살아났고, 춘석은 2인칭인 '너'가 돼 이야기를 끌어간다.

진주 농민운동에 참여하면서 떠돌이 생활을 하던 주인공은 서학 교사가 된 첫사랑을 찾아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둘의 사랑은 순탄치 않다. 춘석은 혼란과 외세의 침략에서 나라를 구하겠다는 각오로 동학농민운동에 뛰어들고, 운명처럼 김개남 장군을 만나 별동대 작전부터 우금치 전투까지 치른다.

사랑과 이별, 믿었던 이의 배신 사이에서도 춘석은 끊임없이 첫 사랑과의 평범한 삶을 찾지만, 세상은 그들을 그냥 놔두지 않는다. 작가는 소설에서 구한말을 살았던 젊은이들의 고뇌를 풀어낸다.

이 작가는 이 작품을 쓴 계기로 "1801년 천주교도를 박해한 신유사옥(辛酉邪獄)을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 '대장간 소녀와 수상한 추격자들'을 썼고, 이 책을 펴낸 출판사에서 시대별로 시리즈로 만들자고 제의해 이번에 '동학 소년과…'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역사소설이 평면적 역사 나열이나 변죽만 울리게 된다면 역사서이지 역사소설은 아닌 것"이라며 "역사의 창고에서 꺼낸 빛바랜 역사적 사실들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며 당대를 산 사람들에게 연민을 바탕으로 문학적 숨길을 불어넣을 때 역사소설의 진정성이 빛을 발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그는 국내에서 영어 소설(영성서적, 추리소설, 동화 등)을 번역하다 2013년 한우리 문학상, 목포 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자녀가 거주하는 호주를 오가면서 '버니입 호주 원정대', '구다이 코돌이', '코나의 여름' 등 장편 동화를 출간했다.

2015년 아르코 국제교류단 문학인으로 선정돼 시드니대 방문학자 자격으로 집필 목적으로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곧 장편 동화 '캥거루 소녀'를 펴낼 예정이다. 호주의 원주민 소녀(교육한다는 명목으로 엄마에게서 강제로 떼어와 유린당한 세대라고 함)와 한국의 일본군 위안부 소녀가 호주 북쪽의 다윈이라는 도시에서 만나 서로 위로하고 슬픔을 공유하며 더 나은 평화로운 세상을 약속하는 내용이다.

또 일제강점기 나라의 독립을 위해 활약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도 집필하고 있다.

이민자들의 삶을 다룬 책도 엮을 계획이다.

"젊은 시절부터 밖으로 나온 이민자들은 항상 두 개의 시계(한국 시각과 현지 시각)를 몸에 지니고 산다고 그래요. 그들은 고국에 밀착돼 있지만, 고국에서는 의외로 이민자들에 대한 시선이나 대우가 따갑죠. 동족에게서 벌어진 이런 틈새를 감지하며 가슴 저리고 아픈 기억들과 상호 교류되지 않는 그런 엇박자의 슬픔을 써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문학을 '즐거움과 고통이라는 삶의 연장선에 놓인 긴 다리'라고 표현한다. "이 다리를 걸으며 때로는 과거, 현재 또는 미래 사람들의 삶의 기쁨과 슬픔에 동참하고 연민한다"는 그는 "문학이 나의 삶이자 일상이 된 지금, 이 다리가 세찬 비바람에도 흔들리기도 하지만 겁내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호주에 거주하는 이마리 작가
[본인 제공]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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