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폭동 격화…약탈방화로 LG공장 생산시설·물류창고 전소(종합3보)
남아공 폭동 격화…약탈방화로 LG공장 생산시설·물류창고 전소(종합3보)
  • 신유리
  • 승인 2021.07.13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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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통령 구금반대 시위가 집단범죄로 변질
LG측 "인명피해 없지만 물적피해 파악안돼"
수도권으로 폭동 확산…6명 사망·489명 체포

남아공 폭동 격화…약탈방화로 LG공장 생산시설·물류창고 전소(종합3보)

전 대통령 구금반대 시위가 집단범죄로 변질

LG측 "인명피해 없지만 물적피해 파악안돼"

수도권으로 폭동 확산…6명 사망·489명 체포

12일(현지시간) 남아공 더반에서 약탈당하고 방화된 LG전자 공장
[교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요하네스버그·서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신유리 기자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의 구금에 항의하는 시위와 함께 촉발된 대규모 폭동이 수도권까지 번지면서 군부대가 긴급 배치되기에 이르렀다.

약탈을 동반한 폭동 와중에 동남부 항구도시 더반에 있는 LG전자 공장이 약탈을 당하고 방화에 생산시설과 물류창고가 전소되는 피해를 봤다.

◇ 반정부시위가 폭동으로…약탈·방화 난무하며 6명 사망

12일(현지시간) eNCA방송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시위는 나흘 전부터 주로 주마 전 대통령의 고향인 콰줄루나탈주를 중심으로 벌어지다가 지난 주말 경제 중심도시 요하네스버그로도 확산했다.

이 와중에 요하네스버그가 있는 하우텡에서 4명, 콰줄루나탈에서 2명 등 6명이 사망했다.

남아공 국방군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성명에서 "(경찰 등) 사법 집행 기관을 보조하고 소요를 진압하기 위해 하우텡과 콰줄루나탈에 병력을 배치하는 관련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앞서 이들 지역에서 상점 수십 곳이 폭도들에게 털린 가운데 콰줄루나탈주의 주도인 피터마리츠버그에선 한 대형 쇼핑몰의 지붕이 큰 화염에 휩싸이고, 요하네스버그에서도 한 대형마트가 약탈당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방영됐다.

요하네스버그 시위대는 버스와 철도 서비스도 중단시키고 도심에 바리케이드를 쳐서 통근자 수만 명의 발이 묶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마트 등에 대한 약탈은 남서부 휴양도시 케이프타운 외곽까지 번진 가운데 소요 지역을 중심으로 은행, 상점 등 다수의 사업장이 영업을 중단했다.

지난 주말 요하네스버그와 콰줄루나탈에서는 수십 대의 차가 폭동 와중에 전소됐다.

당국은 지금까지 폭동, 방화, 약탈 등을 벌인 혐의로 489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11일 경찰이 더반에서 약탈하는 사람들을 저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LG공장에 폭도…약탈·방화로 생산시설·물류창고 손실

더반 산업단지에 위치한 LG 공장은 이날 새벽 '무장 폭도들'이 습격해 전자제품들을 약탈해간 데 이어 오후에는 다시 공장에 방화까지 일어나 전소됐다.

이 사업장은 생산라인 1개를 두고 TV와 모니터를 생산해 남아공 현지에 판매해왔다. 근무인원은 약 100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래픽] 남아프리카공화국 폭동·방화 격화
(서울=연합뉴스) 장예진 기자 = jin34@yna.co.kr

LG 측은 "이날 새벽에 폭도들이 제품, 장비, 자재를 약탈했고 오후에는 방화로 인해 생산시설과 물류창고가 전소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명피해는 없다며 현장 접근이 어려운 까닭에 물적피해는 현재로서는 정확한 추산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LG 관계자는 "대사관에 사건 발생을 알리고 현지 정부, 경찰, 소방 당국까지 연락해 경력 투입과 함께 진화를 요청했지만, 시위대가 현장에 있는 관계로 소방대 투입이 어렵다는 말만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교민 사회 관계자도 "방화된 공장 출입이 어려워 정확한 물적 피해 집계도 아직 못한 것으로 안다"며 "현지인 얘기로는 경찰력이 거의 와해된 지경이라고도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더반 한인 업체도 이날 오전 8시께 약탈 피해를 봤다.

주남아공 한국대사관(대사 박철주)은 이번 사건 해결을 위해 현지 당국과 협업하고 있다면서 더반 지역 등에서 이동을 자제하고 이날 가급적 영업을 중단해달라고 당부했다.

12일 군중에 의해 불타고 약탈당하는 더반 LG전자 공장
[교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코로나발 생활고가 휘발유…현 대통령 "폭력시위 엄중처벌" 경고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11일 대국민 담화에서 델타 변이에 따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제3차 확산에 따라 제4단계 봉쇄령을 2주간 추가 연장하면서 폭력 시위자에 대해 엄중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번 약탈 사태는 봉쇄령 장기화에 따른 주민 생활고의 측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남아공의 실업률은 32.6%에 달한다.

최고 법정인 헌법재판소에서 법정모독 혐의로 15개월 형을 받고 지난 2일 수감된 주마 전 대통령이 헌재에 판결을 취소해달라고 낸 신청에 대한 심리는 12일 시작됐다.

주마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2009∼2018) 자신의 부패혐의 조사를 위한 사법위원회에 출석하라는 헌재의 명령을 거부하다가 구금됐다.

그러나 지지자들은 그가 정치적 이유로 구금됐다고 주장하며 시위에 나섰다.

올해 79세인 주마 전 대통령은 과거 백인 정권의 아파르트헤이트(흑인 차별 정책)에 맞서 싸워온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계승한 정치인으로, 흑인차별 반대 정당인 ANC에 몸담았다가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 2009년 대통령에 올라 2014년 재선에 성공하며 장기 집권하면서 부패 의혹이 숱하게 제기됐으나 집권당 ANC 저지로 수차례 탄핵 위기를 넘겼다.

그는 반부패 조사위원회의 출석을 거부하다가 헌재에서 법정 모독 혐의로 15개월형을 선고받으면서 지난 7일 체포 직전 경찰에 자진 출석해 교정 시설에 구금 중이다.

12일 남아공 피터마리츠버그의 브룩사이드 몰이 약탈당한 후 불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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