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 수원역에서 미얀마 이주민들이 헌혈하는 이유
매주 일요일 수원역에서 미얀마 이주민들이 헌혈하는 이유
  • 오수진
  • 승인 2021.06.15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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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이주민센터 '스토리 있는 헌혈 집회'…두 달간 50여명 참여
본국 민주화 동참·한국인 지지에 감사·혈액 부족 해결 '1석 3조'

매주 일요일 수원역에서 미얀마 이주민들이 헌혈하는 이유

수원이주민센터 '스토리 있는 헌혈 집회'…두 달간 50여명 참여

본국 민주화 동참·한국인 지지에 감사·혈액 부족 해결 '1석 3조'

'스토리 있는 헌혈집회' 참여 후 인증샷을 남긴 미얀마 이주민들
(서울=연합뉴스) 지난 13일 수원이주민센터가 진행한 '스토리있는 헌혈집회'에 참여한 미얀마 이주민들이 인증샷을 남겼다. 2021.6.15 [수원이주민센터 제공]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헌혈은 가장 성스럽고 의미 있는 기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은 한국에 감사드린다는 말 이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헌혈로 저희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어요"

고국의 민주화를 응원하는 국내 미얀마 이주민들이 매주 일요일 집단 헌혈에 나서 눈길을 끈다.

15일 수원이주민센터에 따르면 4월 16일부터 센터 주최로 열리는 '스토리 있는 헌혈 집회'가 매주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다.

수원이주민센터는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군부 독재를 규탄하기 위해 3월부터 매주 일요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역 광장에서 미얀마 민주주의 응원 집회를 열고 있다.

헌혈 집회는 수원역 광장에 있는 헌혈의 집을 보고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 즉흥적으로 나온 아이디어였다.

] 수원이주민센터 이은아 활동가는 "미얀마 노동자들의 건강 상태를 우려해 조심스럽게 제안했는데 서로 먼저 하겠다고 말씀하셔서 너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두 달 넘게 이어진 헌혈 집회에 참여한 미얀마 이주민의 숫자는 지난 13일 기준 57명에 달한다.

헌혈 집회에 참여한 미얀마 이주민 저와이울(26)은 "힘든 일을 하면서 헌혈을 하니 피곤한 느낌은 있었지만 무섭지는 않았다"며 "제 건강 상태가 괜찮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헌혈 전 여러 검사도 해주셔서 걱정 없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미얀마인들 경기도의회서 단체헌혈
(수원=연합뉴스) 한국에 사는 미얀마인들이 경기도의회의 민주화 지지 선언에 보답하는 뜻에서 4월 25일 도의회를 방문해 단체 헌혈을 했다. 사진은 이날 단체 헌혈 동참한 재한 미얀마 학생들. 2021.4.25 [경기도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미얀마 이주민의 헌혈 캠페인은 이들의 '기부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4월 26일 재한 미얀마인 200여명은 경기도의회의 민주화 지지 선언에 감사를 표하며 경기 부천역, 인천 부평역, 서울 망우역, 부산 부산대역 등에 있는 헌혈의 집에서 단체 헌혈을 했다.

5월 2일 수원이주민센터가 진행한 헌혈 집회에는 20명이 넘는 미얀마인들이 동참해 수원역 헌혈의 집 혈액 저장고가 꽉 찼고 몇몇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들의 활동은 3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현지에서 민주화 운동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미얀마 시민과 언제나 함께하고 있다는 '피의 맹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해주는 한국에 감사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이 활동가는 "매주 미얀마 민주주의 지지 집회 때 지나가는 시민들이 마실 것이나 먹을 것을 가져다주시기도 하고 후원금도 전달하신다"며 "이에 보답하고 싶은 미얀마인의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국내 혈액 공급 부족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해결해보자는 목적도 있다.

'스토리 있는 헌혈집회'에 참여한 미얀마 이주민들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지난 13일 수원이주민센터가 진행하는 '스토리 있는 헌혈 집회'에 참여한 미얀마 이주민들이 미얀마 군부 구테타에 저항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2021.6.15 [수원이주민센터 제공]

헌혈 집회에 동참한 미얀마 이주민 모예죠(29)는 "한국은 발전한 나라여서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지만 생명을 구하는 일은 우리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예죠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을 강조하며 민주화 운동을 위해 희생한 양국의 시민을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전 대통령이 했던 말입니다. '국민은 언제나 승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마지막 승리자는 국민입니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싸우고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다시 꽃피우게 합시다"

sujin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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