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기숙사에는 소음 탓에 잘 때도 귀마개" 이주노동자들 호소
"공장 기숙사에는 소음 탓에 잘 때도 귀마개" 이주노동자들 호소
  • 오수진
  • 승인 2021.05.14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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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숙소 대책 토론회…"노동자 숙식비 지침, 고용주에겐 남는 장사"

"공장 기숙사에는 소음 탓에 잘 때도 귀마개" 이주노동자들 호소

이주노동자 숙소 대책 토론회…"노동자 숙식비 지침, 고용주에겐 남는 장사"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28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비닐하우스 숙소 산재사망 진상 규명 및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가 비닐하우스에서 사망한 캄보디아 출신 여성노동자의 숙소 사진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기숙사 방은 공장 위 한쪽에 자리 잡은 곳인데 공장이 밤낮없이 돌아가니 숙소에서 제대로 쉴 수가 없어요. 일하면서 소음 탓에 쓰는 귀마개를 밤에도 기계가 계속 돌아가니 잘 때도 끼고 자야 해요"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너연 몽돌)

"밀양에서 농사일했어요. 매달 14만원씩 내는 숙소에는 화장실이 없고 수도도 없어요. 숙소에서 멀리 떨어진 화장실을 가기가 너무 힘들어요. 화장실에는 불이 들어오지 않고 너무 더러워요"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로이 짠호)

이주노동자 기숙사 산재사망 대책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안호영, 임종성, 김영진, 강득구 국회의원들이 14일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공동 개최한 '이주노동자 숙소 대책 토론회'에서는 열악한 주거 환경에 대한 이주 노동자의 호소와 미미한 정부 대책에 대한 전문가의 비판이 이어졌다.

로이 짠호씨는 "숙소에 따로 수도가 없고 지하수를 마시라고 해 물을 매번 끓여 먹는다"며 "숙소가 너무 더운데 에어컨은 사장님이 정한 기간에만 쓸 수 있다"고 토로했다.

너연 몽돌씨는 "처음에 사장님이 두 명이 한 방을 쓰면 된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세 명이 함께 써야 했다"며 "가방을 놔둘 공간이 없어서 밖 통로에 놔두고 살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
(서울=연합뉴스) 국내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과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낮은 임금으로 착취당하고 있다. 이들이 고용주로부터 제공받는 숙소는 대부분 비닐하우스 안에 가건물로 지어져 난방이 안 되는 등 기본적인 생존권도 보장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이다. 사진은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 '지구인의 정류장'을 운영하는 김이찬 씨가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들로부터 최근에 건네받은 사진.

이주 노동자 단체들은 최근 정부가 내놓은 외국인 근로자 숙소 기준 강화 대책이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 3월 비닐하우스 내 가설물을 숙소로 제공 시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대책을 내놨다.

외국인 노동자 지원 단체인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는 "정부가 비닐하우스 숙소 사용을 금지하자 한 고용주가 5명이 살 수 있는 17평짜리 숙소를 제공하며 181만원의 월급을 받는 노동자들에게 1인당 28만원씩을 걷어갔다"며 "하지만 이 숙소의 시세는 보증금 1천만원 정도에 월세는 20∼23만원선"이라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고용주가 외국인 근로자에게 아파트, 단독주택 등의 시설을 숙소로 제공하는 경우 월 통상임금의 15%를 공제할 수 있다는 조항을 교묘히 이용해 남는 장사를 한 것"이라며 "숙식비 지침 준수만 볼 게 아니라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인지, 제공한 숙소의 조건에 비해 노동자의 부담금이 과한 게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정영섭 집행위원은 "사업장 변경 사유를 일부 확대하는 식으로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여전히 변경 사유는 노동자가 입증해야 하고 신청 후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노동자는 사업장에서 사업주의 압박에 고통을 겪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대표는 "고용허가제는 정부 간 협약으로 외국인 노동자 안전에 대한 책임이 일차적으로 한국에 있다"며 "기숙사를 개별 사업주가 해결할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책무가 더 강조돼야 한다"고 말했다.

sujin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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