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동포 강다예 변호사 "北 인권 향상에 기여하고 싶다"
호주동포 강다예 변호사 "北 인권 향상에 기여하고 싶다"
  • 왕길환
  • 승인 2021.04.01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변호사협회 '2020 젊은 변호사상' 수상…북한법 영어 번역사이트 운영

 

호주동포 강다예 변호사 "北 인권 향상에 기여하고 싶다"

세계변호사협회 '2020 젊은 변호사상' 수상…북한법 영어 번역사이트 운영

 

 

'2020 올해의 젊은 변호사상'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한 호주동포 강다예 변호사
[본인 제공]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성장기 나는 누구고, 왜 태어났고 왜 이 자리에 있는지 고민하기 일쑤였지요. 그런데 지금, 북한 인권 문제가 제 일이 되면서 인격에 한 면이 더 생긴 것 같습니다."

호주 동포 2세 강다예 변호사는 북한 주민의 인권을 향상할 수 있는 일을 계속 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호주에서 태어나 뉴질랜드에서 살다가 다시 호주 모나쉬대 법대를 진학해 졸업 후 변호사가 됐다. 그는 지난해 11월 세계변호사협회(IBA)로부터 북한 인권 문제를 표면화한 공로 등을 인정받아 '2020 올해의 젊은 변호사상'을 받았다.

'법조계 유엔'으로 불리고, 영국 런던에 행정본부를 둔 IBA는 170여 개국의 유수 로펌과 변호사 협회, 법률 협회 등에서 활동하는 8만 명 이상의 변호사로 구성돼 있다. 2019년 서울에서 총회가 열리기도 했다.

강 변호사는 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터뷰에서 "법원에서 1년 동안 근무하고 다음 근무지로 이동하기 전 한 달간 한국으로 휴가를 갔을 때 북한인권시민연합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소개했다.

현재 멜버른에서 법정 변호사(Barrister)로 활동하는 그는 북한법 영어번역 사이트(www.lawandnorthkorea.com)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통일 법제 데이터베이스에서 북한 법령을 찾아 영어로 소개한다. 북한법을 알고 싶어하는 세계의 많은 법학자와 시민단체(NGO)들이 벌써 관심을 보인다고 했다.

그가 북한법을 영어로 번역하는 이유는 '소통' 때문이다.

"독일 통일과 소련 붕괴 후 독립한 국가들로부터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이 많은데, 주로 영어로 소통을 하고 있어요. 법 체계도 마찬가지여서 영어로 번역하는 이 작업을 지금 해 놓으면 나중에 요긴하게 쓰이지 않을까 해서 시작한 일입니다."

강 변호사는 북한인권시민연합과 함께 북한 인권 문제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평생 외국에서 자란 동포로서 모국의 미래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참하고 있다고 했다. 이를 "정체성에 새로운 차원이 생긴 것"이라고 의미를 뒀다.

북한 인권 문제를 '책임규명'의 방향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견해를 밝히면서 "피해자들과 협력해 가해자를 밝혀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엔이 최근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했지만, 한국은 2019년과 2020년에 이어 세 번째로 공동 제안국에서 빠졌다"며 "그러나 국제기구나 다른 국가, 시민단체들이 경제 제재 등으로 대신 나서면 된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성폭력과 가정 폭력에서의 회복적 정의'도 연구하고 있다. 성폭력과 가정 폭력은 현재, 여전히, 어디서든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주제로 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회복적 정의'는 비교적 새로운 분야라 호주의 상황을 위주로, 세계의 이 프로그램들을 연구하고 있어요. 성폭력과 가정 폭력은 가해자가 원하는 때와 장소에서 일어나는 만큼 그 빈도가 높고, 가해자가 많은 특징이 있습니다."

그가 이 문제에 관심을 둔 이유는 동양인 이민자로서 현실에서 알게 모르게 부당한 대우를 받고 살았기 때문이다. 그는 공적인 장소에서 일어나는 무심한 성차별적 말이나 아동에게 언어적 폭력을 행하는 것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성폭력과 가정폭력을 정당화하는 핑계가 없어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북한 인권 문제, 성폭력과 가정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끝없이 고민하며 법전을 파고든다는 그는 "법정 변호사로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북한 인권 유린 책임 규명과 함께 인권운동가가 아닌 '변호사'로 돕고 싶다"고 밝혔다.

그에게 호주, 한국, 북한은 어떤 의미일까. "다 깊은 상처들이 있다"고 한마디로 답했다.

"한반도는 말할 것도 없고, 호주에서도 원주민 학살이 있었고, 오늘까지 이어지는 탄압을 인정하지도 않는 이들도 많아요. 이럴수록 한반도와 호주를 다 이해할 수 있어서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한쪽 지식이 늘수록 다른 사회적 이슈에 빗대어 보면 이해력이 배로 늘어나게 됩니다. 말과 이름까지 빼앗긴 일제 강점기를 돌아보면 호주 원주민들이 각 부족의 어른과 함께 고유 언어와 관습을 지켜내려는 노력을 응원할 수밖에 없지요."

 

호주 동포 2세 강다예 변호사
[본인 제공]

 

ghwang@yna.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