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이주민 찾아 책 펴낸 임영상 교수 "외국인 편견 사라지길"
전국 이주민 찾아 책 펴낸 임영상 교수 "외국인 편견 사라지길"
  • 이상서
  • 승인 2021.03.26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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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이주민 찾아 책 펴낸 임영상 교수 "외국인 편견 사라지길"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이주민 소식을 접했을 때 '나와는 상관없는 이들'이라는 생각이 들곤 하잖아요. 그런데 직접 이들이 사는 곳을 찾으면 분명히 그런 시각이 바뀔 거라 믿어요. 제가 서울부터 경남 김해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수십 명의 이주민을 만나보니까 그랬거든요."

'한국에서 아시아를 찾다:위키백과와 연결된 스토리 가이드북'을 펴낸 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본인 제공]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9년 말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은 전년보다 8% 증가해 222만여 명에 이른다. 총인구 대비 4.3%이다.

총인구 대비 '이주배경인구'가 5%를 넘을 때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분류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정의를 고려하면 다문화 사회에 성큼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모여 사는 지역 현황이나 특색, 변화 등을 구체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찾기 힘든 게 사실이다.

최근 임영상(70)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김용필 동포세계신문 대표 등 재외동포 전문가와 함께 2019년부터 2년에 걸쳐 전국 주요 외국국적동포와 외국인 집거지 30여 곳을 찾아 정리한 '한국에서 아시아를 찾다 : 위키백과와 연결된 스토리 가이드북'을 펴냈다.

임 교수는 26일 연합뉴스와 화상 인터뷰를 갖고 "내외국인 간의 갈등을 줄이고,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17년에 서울 영등포구를 배경으로 한 범죄영화가 유행처럼 개봉될 때가 있었어요. 그때 위험 지역이라는 인식부터 특정 국적의 동포를 향한 반감도 컸잖아요? 그런데 여기를 찾아 마을 사람과 함께 현지 음식도 먹고 어울리다 보면 '이 또한 평범한 동네구나' 싶더라고요."

임 교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한인타운처럼 국내 이주민 밀집 지역은 정체성을 잃지 않고 모국의 문화를 지키면서 같은 국가 출신끼리 모여 사는 곳이 대다수"라며 "이 탓에 커진 편견을 풀고 싶었다"고 말했다.

앞서 아시아발전재단(ADF)이 후원하고 동포세계신문사가 진행한 '지역 탐방 프로젝트' 결과물을 토대로 전국 이주민 밀집 지역을 파악해 탐방에 나섰다.

수도권에 있는 굵직한 중국동포타운을 시작으로 광주광역시와 경기 안산, 경남 창녕군 창녕읍 등의 고려인 마을, 인천 미얀마 마을 등 이주민이 모인 지역을 직접 찾았다. 60여 명의 이주민과 각 지역 이주단체 활동가의 사연도 소개했다.

전철과 KTX를 번갈아 탔고, 대중교통이 부족한 지방의 작은 농촌을 찾을 때는 콜택시를 불렀다. 택시마저 보기 힘든 곳은 차를 빌리기도 했다.

그는 "만나기로 한 사람과 약속이 어긋나 두세 번 방문한 곳도 많았다"라며 "2년 동안 전국 50곳은 넘게 돌아다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처럼 전국 이주민 지도를 발로 그린다는 맘으로 버텼다"며 "그나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에 프로젝트를 시작해 다행"이라고 웃었다.

관련 연구와 조사를 40년 넘게 해온 그였지만 현장을 찾아 처음 깨닫는 부분도 많았다.

"아이들이 줄어 폐교 위기를 맞은 한 시골 학교가 있었는데요. 이 마을에 갑자기 많은 외국인이 정착하면서 기사회생한 모습도 봤고요.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퇴근 후 가족과 일상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 '이제 이들은 한국사회의 또 다른 활력이자 버팀목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위키백과에 공개된 '탐방용 문화지도' [위키백과 캡처]

독자가 책에 소개된 장소를 찾는 데 도움이 되도록 '탐방용 문화지도'를 구글맵과 위키백과 등과 연동하는 아이디어도 냈다. 해당 위키백과 링크(https://url.kr/qbhw3g)에 접속하면 누구나 탐방기나 소감을 추가하고 '인증샷'도 남길 수 있도록 해놨다.

임 교수는 은퇴자를 대상으로 한 시니어 탐방단을 꾸려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다양한 이주민을 만난 어르신들이 차별 편견을 없앤다면, 사회 전체의 시각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거라 믿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탓에 외국인 혐오가 짙어지고 있는 게 걱정스럽습니다. 이 책이 그런 흐름을 조금이나마 개선하는 데 일조하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책을 보는 데 그치지 말고 봄나들이 삼아 한두 곳은 직접 찾으시길 추천합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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