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재단 이사장 "코로나19 시대 불법 체류 해결이 선결 과제"
이민재단 이사장 "코로나19 시대 불법 체류 해결이 선결 과제"
  • 이상서
  • 승인 2021.03.2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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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재단 이사장 "코로나19 시대 불법 체류 해결이 선결 과제"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이제까지 불법체류 외국인과 관련한 정책은 단속 강화나 자진 출국 유도 등에 방점을 찍었었습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는 단순히 이들을 걸러내는 게 아니라, 합법적인 체류로 전환해 한국 사회와 외국인 모두 득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22일 한국이민재단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최영길(59) 한국이민재단 이사장.

최영길(59) 한국이민재단 이사장은 1988년 김포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근무를 시작해 외교통상부 주중화인민공화국대사관과 법무부 국적통합정책단 국적과장,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 심사국장, 경기 화성외국인보호소장 등을 역임하며 30년 넘게 국내 이주민과 외교 업무를 맡아왔다. 최근까지 제주 출입국외국인청장을 지내며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린 도내 외국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진땀을 흘렸다.

2004년 출입국관리협회로 출범해 2010년 현재 이름으로 바꾼 한국이민재단은 법무부로부터 사회통합프로그램 중앙거점운영기관으로 지정돼 이민자와 이주민의 조기 적응을 위한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이달 초 1년간의 임기를 시작한 최 이사장은 2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1년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19 사태로 다양한 이주민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 가운데 선결 과제는 불법 체류자"라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 수급난과 이들의 열악한 근로 환경, 쌓이는 난민 신청자들, 심화하는 외국인 혐오 여론…모두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숙제였는데 코로나19를 계기로 곪았던 게 수면 위로 드러난 셈이죠."

최 이사장은 우리 사회 곳곳에 불거지고 있는 외국인 문제 가운데 선결 과제로 '불법 체류(미등록)'를 꼽았다.

그는 "일단 계속 증가하고 있는 불법 체류 문제를 해결한다면 다른 사안 역시 자연스럽게 해답이 나올 것이라 본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연보에 따르면 불법 체류 외국인은 2020년 현재 39만2천196명으로 2019년 39만281명보다 소폭 증가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4년 전인 2016년(20만8천여 명)보다 두 배 가까이 불어난 수치다.

"합법적인 체류자와 달리 동선이나 거주 파악이 안 돼서 방역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게 가장 큰 문제죠. 코로나19 검사 시 불법 체류 단속을 안 한다고 안내하지만 여전히 당사자들은 경계하고 소극적인 게 사실입니다. 불법 체류라는 부정적인 이미지 탓에 전체 외국인의 인식이 나빠지는 것도 큰 일이죠."

그는 "체류 기간이 임박한 이들이 난민 인정 신청서를 내면서 '난민 심사 적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낳기도 했다"며 "계속 국내에 머물 수 있으면 굳이 난민 신청도 안 할 테니 신청자 수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일부 여론에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항공편이 크게 줄어 입출국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단속 강화가 능사는 아니다"라며 "이미 포화 상태인 외국인 보호소에 몰아넣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반박했다.

이 때문에 최 이사장은 마냥 불법 체류자를 제도권 밖에 두는 것 보다는 일부라도 합법화하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40만 명 모두에게 체류권을 부여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불법 체류 기간이 짧은 이들에 한해 국내에 합법적으로 머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방역 관리는 물론이고 과포화된 난민 신청 해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불법 체류자를 합법 체류자로 전환하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모내기 철을 앞둔 농촌이나 산업 현장 등 이주노동자 일손이 필요한 분야에서도 반길 것"이라며 "이들이 우리 사회에 무사히 정착해 산다면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좋은 일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파악해 우리 사회에 안착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다양한 지원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덧붙였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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