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여성 이야기 출간한 전주람 씨 "새터민과 상생해야"
탈북여성 이야기 출간한 전주람 씨 "새터민과 상생해야"
  • 이상서
  • 승인 2021.02.0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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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여성 이야기 출간한 전주람 씨 "새터민과 상생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아침에 눈 떴을 때 옆에 딸 누워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하다고 했던 말은 여전히 선명한 기억으로 남았어요. 탈북민을 더 깊게 알기 위해 시작한 만남이었지만 제가 가진 것과 저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서울시립대 교육대학원에서 심리상담을 가르치는 전주람 박사는 최근 국내에 정착한 탈북 여성 5명의 이야기를 담은 '절박한 삶'(글항아리)을 출간했다. 2014년 서울의 한 복지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인연을 맺은 탈북민들을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했고, 같은 대학 곽상인 교수가 글을 다듬었다.

전주람 서울시립대 박사
국내에 정착한 탈북 여성 5명의 이야기를 담은 '절박한 삶'을 출간한 전주람 서울시립대 박사. [본인 제공]

전 박사는 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탈북민의 삶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이들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었다"며 "'당신의 삶을 세상에 전하겠다'고 했던 7년 전 약속을 이제야 지키게 돼 마음이 후련하다"고 말했다.

"우리와 비슷한 모습과는 달리 사고방식과 말투 등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큰 것을 느꼈죠. 그리고 궁금증이 생겼어요. 이들은 어떤 삶을 살았던 걸까?"

처음 전 박사와 마주한 탈북민은 경계심이 강했고 두려움이 컸다. 그러나 그와 만나는 빈도가 쌓이면서 내밀한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30여 명을 만났고 그 중 5명을 두 달에 걸쳐 심층 인터뷰를 했는데요. 대부분 심리적으로 고립된 상태라 의지할 대상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자신의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 너무 답답했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고요."

그는 "이들은 가족을 두고 홀로 자유를 찾아 내려왔다는 죄책감과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절망감 등이 컸다"며 "이웃이나 친구와 보낸 즐거운 추억을 그리워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기억했다.

이어 "생각하고 판단할 게 많아져서 어렵다고 호소하기도 했다"며 "지시한 대로 따르는 것에 익숙해진 나머지 이곳에서 수많은 선택지가 있다는 현실 자체를 못 견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상적인 취재원은 군 생활 8년 차였던 25세 당시 탈북을 결심한 여군이다. 중국으로 몰래 떠난 그는 식당에서 일하며 결혼도 하고 딸도 낳았다. 그러나 강화된 탈북민 단속에 위협을 느껴 2011년 홀로 한국행을 택했다. 3년 넘게 딸과 생이별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중국에서 데려와 지금은 함께 살고 있다.

전 박사는 "자식 때문이라도 강하고 당당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며 "딸과 함께 일상을 보낸다는 사실만으로 고맙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탈북민을 좀더 세밀하게 알고 싶어 시작한 인터뷰였으나 결국은 우리 사회를 돌이켜 보게 되는 계기도 됐다.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통행권 없이도 어디든 갈 수 있는 현실이 감사하다고 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가진 자유란 어떤 의미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됐죠. 최근 즐거운 일로 '화단 가꾸기'를 꼽는 탈북민을 보면서 행복의 정의를 새로 내리기도 했고요."

국내 정착한 탈북민이 3만 명이 넘는 만큼 단순히 동화 정책이나 지원을 넘어서 상생을 모색해야 하는 단계라고 전 박사는 내다봤다.

그는 "(북한 현지인보다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탈북민조차도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언젠가 통일이 된다면 양 국민 간에 크고 작은 부분에서 시행착오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이어 "독일 역시 통일 이후 사회·경제적인 면보다 문화적인 차이가 가장 좁히기 힘들었다는 연구도 나왔다"며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민간이나 정부 차원에서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탈북민은 도와야 하는 존재'로 단정 짓는 기존의 평면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다양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이든, 서적이든, 유튜브 채널이든 이들의 평범한 일상이나 실체를 조명하는 콘텐츠가 늘었으면 좋겠어요. 통일을 목표로 한다면 결국은 서로 알아가는 일은 필수 아닐까요? 앞으로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북한 연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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