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장점 활용 국경 초월 온택트로 지구촌에 한류 확산
IT 장점 활용 국경 초월 온택트로 지구촌에 한류 확산
  • 강성철
  • 승인 2021.01.18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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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도 높은 K-팝·K-영화 선보여 한국어 약점 극복
"한한(限韓)·혐한(嫌韓) 등 경계와 지역 편중 극복해야"

IT 장점 활용 국경 초월 온택트로 지구촌에 한류 확산

완성도 높은 K-팝·K-영화 선보여 한국어 약점 극복

"한한(限韓)·혐한(嫌韓) 등 경계와 지역 편중 극복해야"

아카데미 4개 부문 석권한 영화 '기생충'
지난해 아카데미는 작품상을 비롯한 4개 부문 수상작으로 '기생충'을 뽑았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거의 모든 국가가 빗장을 걸어 잠근 비대면 시대를 맞고 있지만, 세계 한류 팬은 처음으로 1억 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는 완성도 높은 콘텐츠와 IT 강국의 이점을 활용해 온라인으로 외부와 접하는 방식인 '온택트'(On-Tact)로 발 빠르게 전환한 데 힘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한국국제교류재단의 '2020 지구촌 한류 현황' 보고서는 BTS의 한국어 노래가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고,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수상 등 '한국어'라는 한계를 극복할 정도로 콘텐츠가 우수한데다 '유튜브'·'넷플릭스' 등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게 한류 확산에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류 콘텐츠 번역·해석과 노래·커버댄스 활동과 K팝 스타들의 온택트 콘서트를 자발적으로 홍보해 온 동호회가 한류 콘텐츠의 소비자이자 확산 주체로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공공외교 중심으로 전방위 확산…한국어 한계 극복

한류는 K-팝·K-드라마·K-뮤비뿐만 아니라 한식, 뷰티, 게임, 웹툰, 한국어, 전통문화 등 전방위적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2020년은 한류의 소프트파워를 여실히 드러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각국에서 한국 영화 개봉이 무산되고 K-팝 콘서트가 연이어 취소돼 한류 위축이 염려됐었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 한류는 진가를 발휘했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지난해 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을 석권해 4관왕에 오르며 한국 영화 바람이 세계로 퍼졌다. 아카데미 역사상 첫 비영어권 영화의 '작품상' 수상이라는 화제성이 크게 작용했다.

북미 지역에서는 영화뿐만 아니라 K-드라마도 한류 열풍 대열에 합류했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포브스에서 각각 '반드시 봐야 할 국제 시리즈 추천작'과 '2019년 최고의 한국 드라마'에 선정돼 작품성과 흥행성을 입증했다.

한류의 선두마차인 K-팝에서는 BTS의 활약이 눈부셨다. 지난해 연이어 두 곡을 빌보드 정상에 올렸다. 이 중에 한 곡은 한국어로 노래했음에도 1위를 차지해 작품성이 뛰어나면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라도 통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콘서트·팬 미팅·극장 개봉 등 대면 행사가 사라졌지만, IT를 활용한 온라인 활동에 집중해 한류 소비를 활성화한 점도 주효했다.

K-팝·K-드라마·K-뮤비는 세계인이 사용하는 유튜브·넷플릭스 등의 플랫폼에서 인기가 치솟았다. 넷플릭스가 지난해 발표한 가장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 100위 권에 한국 드라마가 10편 올라가는 성과도 올렸다.

온라인 공연 펼치는 방탄소년단
그룹 BTS가 온택트로 개최한 유료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 더 라이브(The Live)'.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온택트 콘서트로 진행한 BTS의 '방방콘 더 라이브'는 한국, 미국, 영국, 일본, 중국 등 107개국에서 관람했고 최고 동시 접속자 수 75만6천600여 명을 기록했다. 이는 5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타디움 공연 15회와 맞먹는 수치다.

세계 최대 한류 문화 축제로 지난 8년간 전 세계에서 24회 개최한 '케이콘(KCON)'도 온택트로 열었더니 이제까지 오프라인 행사 누적 관람객인 100만 명보다 4배더 많은 440만 명의 유료 관람객이 함께했다.

IT 강국의 장점을 활용해 오프라인 콘서트 때는 불가능했던 한류 스타들과 관객 간의 실시간 소통도 가능해져 팬덤이 강해지는 효과도 얻었다.

세계 어린이 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어린이 캐릭터 '뽀로로'의 뒤를 이어 '핑크퐁'은 미국 100개 도시 순회공연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새로운 한류로 꼽히는 웹툰 가운데 '신의 탑'은 미국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의 주간 인기 애니메이션 1위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웹툰은 드라마·영화·게임에 필요한 스토리라인의 원천으로 부각되면서 지속적인 성장 가능 분야로 떠올랐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제일 덕을 본 분야는 게임이다. K-게임 가운데 컴투수의 '서머너즈 워'는 북미 지역에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밖에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와 기존의 '불닭볶음면'이 한류팬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판매고 경신 기록을 올리기도 했다.

◇ 한류 소비·확장의 중심으로 부각한 '동호회'

2014년 79개국 1천254개 한류 동호회와 2천100만 명이던 회원 수는 2020년 98개국 1천835개 동호회에 1억477만 명으로 6년 사이에 동호회는 46% 늘었고 회원은 4배 증가했다.

수치상으로 보면 동호회 증가가 상대적으로 적어 회원의 신규 유입과 함께 경쟁력 있는 동호회를 중심으로 통합되는 양상이다.

K-팝 동호회는 노래 가사나 대사 등을 자국어로 바꾸어 소개하는 '번역', 뮤직비디오나 노래 가사에 담긴 의미를 설명해주는 '해석', 한류 콘텐츠를 소비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반응을 취합해 전달하는 '리액션', K-팝 그룹의 의상·춤·노래를 따라 하는 '커버댄스'의 4종류로 세분돼 있다.

이들은 한류의 장애물인 '한국어' 장벽을 쉽게 넘을 수 있도록 돕는 구름판 역할을 한다.

온택트 콘서트를 온라인으로 적극적으로 알리고 소비에 참여해 팬덤이 공연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해졌다.

빌보드의 순위 집계 기준은 라디오 방송 횟수, 음원 판매, 온라인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실적인데 BTS는 지난해 라디오 방송 횟수가 턱없이 부족했음에도 1위에 두 번이나 올랐다. 이는 한류 동호회원들이 순위 기준을 분석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 음원 구매와 스트리밍에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교류재단 관계자는 "종교·언어·사회·문화적 배경이 다름에도 동호회원들은 한류를 매개로 소통하고 공감대를 쌓고 있다"며 "초연결 사회로 나아갈수록 한류 동호회 규모는 한류 확산과 지속성을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이다"고 분석했다.

한식 체험하는 모스크바 세종학당 학생들
러시아는 한류의 확산으로 한국어를 배우 팬들이 늘어나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 세종학당 학생의 한식체험. [연합뉴스 자료사진]

◇ 러시아가 한류팬 증가 견인, 중국 한한령으로 1천만 명 감소

2019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한류 팬 증가를 이끈 나라는 러시아다.

러시아 한류팬은 2019년 1천161만 명(160개 동호회)에서 1천500만 명(218개 동호회)으로 31% 증가했다. 이수 치는 전체 증가분의 63%(339만 명)를 차지할 정도다. K-팝이 러시아 음반시장에 진출하지 않았고 방송국 방영 횟수도 적지만 한류팬 동호회를 중심으로 인터넷을 통해 접하고 자발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회원 수를 늘려가고 있다.

한류팬의 열정은 세계 K-팝 커버댄스 페스티벌에서 2016∼2017년 2년 연속 러시아 동호회 우승이라는 성과가 증명한다. 최근에는 K-팝·K-드라마에서 영화, 클래식, 음식, 한국어 등 다방면으로 확대되고 있다.

러시아인의 한류 사랑은 전 세계 세종학당 수강생 수 1위라는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CJ CGV는 모스크바에 상영관을 오픈해 본격적인 러시아 영화 산업시장에 진출하기도 했다.

반면 유럽 한류 동호인의 80%가 러시아에 집중돼 지역 편중의 한계도 드러냈다. 러시아를 제외하고 유럽에서 동호회원 수가 100만 명을 넘는 나라는 터키가 유일하다. 초창기 한류팬 증가를 주도하던 스페인과 프랑스는 오히려 숫자가 감소했다.

대륙별로는 아프리카·중동이 30만 명에서 120만 명으로 400%로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선보였다.

이 가운데 요르단이 대륙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62만 명으로 동호인을 보유해 중동 한류의 원조인 이집트에 이어서 한류 소비 중심지로 부상했다.

중동의 경우 타 문화권의 대중문화가 파고들기 쉽지 않은 문화 종교적 배경을 고려할 때 의미 있는 성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미에서는 미국이 한류 동회인 600만 명으로 최대 한류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초기 개인적 관심 차원에 머물던 소그룹 동호회에서 발전해 조직력을 갖춘 100만 명 동호회도 생겨났다.

남미에서는 아르헨티나, 칠레, 브라질, 멕시코가 한류 확산을 견인해왔는데 지나친 상업화와 한국에 대한 호의를 악용한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한류에 대한 반감이 생겨 주춤한 상황이다.

한류 동호인의 절대 수를 차지하고 있는 아시아·대양주에서는 2019년 7천180만 명에서 6천900만 명으로 4% 감소했다.

남미 최대 규모 한류 페스티벌 'K-엑스포 2020'
지난해 10월 남미지역 최대 규모의 한류 페스티벌 'K-엑스포 2020'는 유튜브 채널과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을 통해 열렸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과 일본의 혐한류(嫌韓流·한류 혐오감)가 감소를 주도했다. 한류 스타 중심의 동호회가 대부분인 중국의 경우 1천만 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일제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서 경색된 한일 관계의 영향과 코로나19로 K-팝 공연이 대거 취소되는 등 한류가 위기에 처했다.

이런 속에서 영화와 드라마를 중심으로 조금씩 따듯한 흐름도 감지되고 있다.

대표 일간지 아사히(朝日) 신문은 10∼20대를 중심으로 부는 한류 열기를 '3차 한류 붐'이라고 소개했고, 일본판 넷플릭스가 매일 공개하는 일간 톱 10에서는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더 킹' 등이 일본 시청자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한류학회 관계자는 "한국 대중문화의 일방적·단기적 진출 확대로 인한 자국 문화 수호 인식이 커지는 데다가 한중 간 역사 갈등도 겹쳐 한국의 이미지가 악화한 것이 원인"이라며 "중국인의 정서와 현지 문화를 고려해 단기적·상업적 접근을 피하고 드라마·영화·게임 등 여러 방면에서 콘텐츠 공동 제작 등 교류 협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일본 한류는 정착화·생활화 단계로 접어들어 소비층이 중년여성 중심에서 남성과 젊은 세대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K-팝 등 한류 콘텐츠 소비에서 세계 1위로 빼놓을 수 없는 시장인 만큼 정치적 갈등을 야기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전략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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