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핀 오 "양성평등이 저출산 해결 방안될 수 있을 것"
델핀 오 "양성평등이 저출산 해결 방안될 수 있을 것"
  • 이상서
  • 승인 2021.01.17 0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델핀 오 "양성평등이 저출산 해결 방안될 수 있을 것"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최근 한국은 여성문제와 양성평등에 많은 결실을 이뤄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갈등이나 어려움도 있었지만 극복하면서 발전했죠. 그러나 여성의 지위 향상이 그들의 이익만이 아닌 사회 전체를 위한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델핀 오(37·한국이름 오수련) 유엔 세대평등포럼 사무총장.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 제공]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구성했던 내각에는 낯익은 성(姓)이 눈에 띈다. 델핀 오(37·한국이름 오수련) 유엔 세대평등포럼 사무총장과 세드리크 오(40·한국이름 오영택) 디지털부 장관이 그 주인공들이다.

'오씨 남매'는 오영석 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초빙교수와 한국에서 불어 강사를 했던 프랑스인 어머니와의 사이에서 태어나 프랑스 리옹에서 자랐다.

오 사무총장은 2017년 집권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 소속으로 파리 16구를 지역구로 둔 하원의원으로 일하며 2년의 임기를 마쳤다. 이어 유엔여성기구와 프랑스 등이 주도하는 여성 인권 관련 국제회의인 세대평등포럼에서 평등과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17일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으로부터 징검다리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상은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한 외국인에게 주어진다.

상을 받기 위해 입국한 오 사무총장을 만나 국내 남녀평등 문제와 저출산 해결책 등을 들어봤다.

"이제껏 한국 사회에서 여성문제와 관련해 가장 큰 이슈는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미투 운동', 그리고 '여성의 사회진출'입니다."

그는 "미투 운동을 계기로 한국의 여성이 성폭력 피해 등을 공개적으로 알리고 고발에 나섰다"며 "이를 계기로 같은 문제가 사회적으로 금기시되지 않도록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나머지 이슈이자 해결해야 할 중요한 사안은 '워킹맘'이다. 갈수록 많은 여성이 노동 시장에 진출하고 중요한 자리도 맡고 있지만, 출산이라는 벽 앞에서 좌절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986년 갓 태어난 델핀 오 사무총장(왼쪽부터)과 오영석 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초빙교수 교수, 세드리크 오(40·한국이름 오영택) 디지털부 장관의 모습. [오 전 교수 제공]

그는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과 육아 부담은 결국 저출산 문제로 이어진다"며 "한국 역시 이 문제에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저출산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강조한다.

"프랑스 어린이 돌봄 시스템의 경우, 아이는 물론이고 모든 가족 구성원에게 차별없이 동등한 지원을 하고 있어요. 남자든 여자든, 미혼모나 미혼부, 성소수자, 동거인 등 부모가 어떤 상황이나 법적지위에 놓였든 모두 동일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1999년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등장하면서 그들로부터 태어난 아이들을 사회적인 틀 안에서 보호하기 위해 시민연대계약(Pacte civile de solidarite, PACS) 제도를 도입했다. 한부모가족이나 동거인 등도 법적으로 결혼한 부부와 거의 유사한 권리와 의무를 갖도록 한 제도다. PACS 도입이 출산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는 "특히 이 같은 지원이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동일하게 이뤄져야 저출산 절벽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우리 주민등록 인구는 지난해 처음으로 출생자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아지며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나타났다. 같은 해 출생자는 27만5천815명으로 전년 대비 10.65%(3만2천882명) 감소했다.

그는 "올해부터 프랑스는 남성을 포함한 배우자의 출산 휴가 기간을 기존 14일에서 28일로 늘리고 그중 7일을 의무적으로 쓰도록 했다"며 "엄마와 아빠가 받는 차별을 줄인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출산휴가를 쓰는 데 눈치를 보는 남자 직원이 많다"고 반문하자 그는 "그렇기 때문에 법적으로 의무조항을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산휴가를 내기 힘든 아빠의 애환은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것은 이제 법적으로 규정한 의무사항이 됐어요. 선택사항이 아니라 안 쓰면 법을 어기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최근 한국을 찾은 델핀 오 유엔 세대평등포럼 사무총장(왼쪽)과 벤자맹 베샤즈 보좌관. [주한프랑스 대사관 제공]

성평등과 페미니즘에 반발하는 의견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남녀평등은 (특성 성별이 우위에 선다는 목적이 아니라) 지금보다 좀 더 평화롭고 효율적인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게 목적이에요. 사회구성원이 일군 이득을 균등하게 공유하자는 얘기입니다. 남성들이 이 부분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평소 1년에 서너 차례는 들를 정도로 자주 찾은 한국이지만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정말 오랜만에 방문했다"며 "주말에는 정신없이 일정을 소화하느라 거의 만나지 못한 가족들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shlamazel@yna.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