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스민 전 의원 "다문화 2세가 꿈꾸고 인정받는 세상이 되길"
이자스민 전 의원 "다문화 2세가 꿈꾸고 인정받는 세상이 되길"
  • 이상서
  • 승인 2020.11.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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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스민 전 의원 "다문화 2세가 꿈꾸고 인정받는 세상이 되길"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제가 처음 한국에 왔던 1990년대만 해도 '어떻게 왔어요?'라고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어요. 세월이 좀 지나고 나서는 '왜 왔어?'라는 의심 어린 눈초리로 바뀌더라고요. 이제는 그와 같은 편견이나 경계심은 많이 사라진 것 같네요."

정의당 이주민인권특별위원장 이자스민(44) 전 의원은 어느덧 한국에 뿌리를 내린 지 20년이 훌쩍 지났다. 1996년 한국인과 결혼해 2년 후 우리 국적을 취득했고 이후 국회와 일선 현장 등을 누비며 다문화 가정의 정착을 위해 힘써왔다.

28일 열린 '2020 전국 다문화가족 배드민턴대회' 참가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경기 고양체육관을 찾은 이 위원장은 "다문화라는 단어에 담겼던 편견이나 차별 등은 우리 세대에서 끝내고 다음 세대부터는 희망과 재능, 가능성 등의 의미로 바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월이 흐른다는 것은 친해진다는 의미겠죠. 한국에 온 뒤로 줄곧 서울 연희동에서만 살았는데요. 처음에는 낯설고 조용하기만 했던 이 동네가 이제는 골목 구석 하나하나까지 눈감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친근해졌어요. 저는 모르는 이웃이 없을 정도로 마당발이 됐고요."

축사하는 이자스민 전 의원
(고양=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28일 경기도 일산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제11회 전국 다문화가족 배드민턴 대회'에서 이자스민 전 국회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2020.11.28. shlamazel@yna.co.kr

그가 한국 생활에 익숙해진 동안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가족도 보편적인 존재로 거듭나고 있었다. 2018년 다문화가구원은 100만명을 넘어섰고, 지난해 전체 출생아 중 다문화 가정 출생아 비중은 6%에 이른다.

그는 "더 시간이 지난다면 다문화라는 정의 자체가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흐름과 발맞춰 앞으로 관련 정책의 무게 중심도 조금씩 다음 세대로 옮겨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다문화 자녀가 증가하고, 평균 연령대가 올라가면서 이들이 사회 진출을 앞두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생각이다.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현재 다문화 자녀 중 국내에서 성장한 이는 83.7%로,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비율(9.4%)이나 외국에서 성장한 비율(6.9%)을 압도했다. 한국 국적자는 96.6%로 2015년(90.2%)보다 6.4%포인트 증가했다.

그는 "다문화 2세는 말 그대로 우리 정서가 몸에 밴 한국 사람"이라며 "이들을 다른 또래 친구들과 똑같이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가진 국제적인 시각과 다양한 언어 구사력 등의 장점은 기업 입장에서도 분명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선입견이나 여러 제약 탓에 한계를 가진 1세대보다 꿈을 펼칠 기회가 훨씬 많아지리라 본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다문화가정을 둘러싼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아 고민도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일자리를 잃거나 생활고에 처한 다문화 구성원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경기가 위축되면서 산업 현장이나 식당 등 서비스업에서 종사하는 다문화 가장이 거리에 나앉는 경우가 생긴다"며 "의지할 곳도 없고 운신의 폭도 좁은 이들은 말 그대로 생존의 기로에 놓였다"고 말했다.

최근 이주민의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두고 "바이러스는 피부색이나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가려서 침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자스민, 다문화배드민턴 대회 축하
2019년 8월 경기도 일산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제10회 전국 다문화가족 배드민턴 대회'에서 이자스민 전 국회의원이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원은 많아졌지만 아직까지 다문화가정은 사회 약자로 머무는 경우가 많거든요. 절박한 이들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맞는다고 봐요. '어차피 떠날 사람'이라고 하지만, 여러 지표에서 보듯 과거와 달리 한국에 발을 붙이고 사는 이들도 늘고 있고요."

그는 "2012년 처음 배드민턴대회를 찾았을 때 '다문화가족을 주인공으로 하는 축제가 이렇게 크게 열릴 수 있구나'하고 감탄했다"며 "스포츠가 가진 미덕인 '공평함'에도 가장 걸맞은 행사"라고 말했다.

이어 "몇 달 전부터 '올해는 배드민턴 대회 언제 열리냐'는 문의가 늘었다"며 "코로나19라는 어려움 속에서 개최되는 만큼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가길 바란다"고 활짝 웃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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