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후손 1천여명에 한류 바람…쿠바와 가까워질 때"
"한인 후손 1천여명에 한류 바람…쿠바와 가까워질 때"
  • 강성철
  • 승인 2020.11.18 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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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영주권자로 한인후손문화원 이끄는 정호연 다큐감독

"한인 후손 1천여명에 한류 바람…쿠바와 가까워질 때"

쿠바 영주권자로 한인후손문화원 이끄는 정호연 다큐감독

 

 

정호연 쿠바 한인후손문화원 사무총장
[정호연 제공]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쿠바에는 1천여명의 한인 후손이 살고 있고 K-팝·K-드라마로 한류 열풍도 불어 어느 때보다 한국 관심이 높습니다. 지금은 미수교국이지만 조만간 한국과 본격적으로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2014년 쿠바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한국인 최초로 영주권을 획득했던 정호연(48) 쿠바 한인후손문화원 실무 간사는 1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쿠바를 찾는 한국인의 발길은 끊어졌지만 쿠바에서는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와 미디어에서 한류가 계속 퍼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쿠바에 한인이 처음 정착한 것은 1921년 3월 25일이다. 멕시코에 살던 한인들이 새로운 희망을 품고 277명이 쿠바 땅을 밟았고 이들은 에네켄(애니깽·용설란의 일종) 농장에서 일하며 뿌리를 내렸다.

정 씨는 2014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중미·카리브지역협의회 주도로 문을 열게 된 한인후손문화원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이민사박물관이 있는 문화원은 한인 후손과 현지 한류 팬을 위해 한글 교실을 운영하고 주기적으로 K-팝·K-드라마 상영회도 연다.

그는 "광복절·설날 등 중요한 행사와 한식 요리 강좌, 환갑잔치 등 한인 후손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쿠바 한인은 고령층이 3세대이며 6세대까지 살고 있다. 주류 사회에 가장 잘 알려진 사람은 체 게바라 등과 함께 쿠바혁명에 참여했던 고 헤로니모 임(한국명 임은조)으로 산업부 차관을 지냈다.

정 씨는 "대학교수나 의사를 지낸 분도 있지만 대부분 어렵게 살고 있다"며 "현지인과의 결혼으로 생물학적 혈통은 옅어지고 있고 문화적 정체성은 아직 남아있지만 이대로 두면 사라질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인후손문화원을 방문한 안토니오 김 후손회장과 정호연 씨
안토니오 김 쿠바 한인후손회장이 한인후손문화원을 방문해 정호연 사무총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호연 제공]

 

방송 기획과 다큐멘터리 영화제작 분야를 공부한 정 씨는 2005년 문화체육관광부의 한인 후손 프로그램 제작 때 쿠바를 방문했다가 그대로 눌러앉았다.

현지인과 결혼해 한국으로 이주했다가 다시 쿠바로 돌아가기까지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영화로 꾸민 '쿠바의 연인'을 2010년 발표하기도 한 그는 한인 후손들 사이에서 '정 감독'으로 불린다.

현재 쿠바에는 60여명이 거주하던 한인이 코로나19 여파로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코로나19를 피해 올 초 가족과 함께 한국에 왔던 그는 "내년이 한인 이민 100년이라서 지금부터 다양한 준비를 해야 하기에 귀국한다"고 말했다.

한쿠바교류협회 간사도 맡은 그는 한인 이민 100년을 기념하는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쿠바 곳곳을 누비며 한인 발자취와 현재 모습을 부지런히 카메라에 담아서 선보일 계획이다.

현재 한국과 미수교국은 쿠바와 시리아, 코소보 등 3개국이다.

이 중에 쿠바는 전통적으로 북한과 우방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과도 가까워질 여지가 많다고 그는 강조한다.

중남미에 부는 한류 바람이 쿠바에도 상륙해 다양한 드라마가 공중파에서 방송됐고, 문화원을 찾는 한류팬도 부쩍 늘고 있어서다.

그는 한국에서 쿠바영화제를 열었고 쿠바에서 한국 영화제도 개최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쿠바에서 남북영화제를 개최하는 일이다.

"체제가 다르지만 쿠바인은 문화 포용력이 커서 한류를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여느 중남미 국가와 달리 한반도의 분단과 남북한 기본적인 이해도 있죠. 한국 문화를 더 많이 소개하고 쿠바의 문화도 한국에 알리는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양국 간 교류도 더 깊어질 겁니다. 쿠바에 시댁을 둔 저의 사명이라고 생각해요."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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