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람맞으며…시골 학교 전교생이 함께' 이색 참가자 눈길
'제주 바람맞으며…시골 학교 전교생이 함께' 이색 참가자 눈길
  • 이상서
  • 승인 2020.10.26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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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연 품은 2020 국제 어린이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

'제주 바람맞으며…시골 학교 전교생이 함께' 이색 참가자 눈길

다양한 사연 품은 2020 국제 어린이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23∼25일 10년 만에 처음으로 비대면으로 열린 '2020 국제 어린이 마라톤 대회'에는 그간 볼 수 없었던 개성 넘치는 참가자가 눈에 띄었다.

다양한 지역에서 이색적인 사연을 안고 뛴 마라토너들은 26일 "평생 다시 없을 경험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도의 중심에서 마라톤을 완주하다
2020 국제 어린이 마라톤에 참여한 문지영씨의 두 딸이 제주도 섭지코지에서 달리는 모습. [문지영 씨 제공]

문지영(39·제주 제주시) 씨는 "우리 가족이 국제 어린이 마라톤 대회 10년 만에 처음으로 제주를 무대로 완주한 참가자가 아닐까 싶다"며 "다른 지역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삼다도'의 매력을 만끽하면서 달렸다"며 웃음을 지었다.

부산에서 줄곧 살다가 남편의 직장 일로 3년 전부터 제주에 정착한 문 씨는 대회 취지와 방식을 확인하고 망설임 없이 10살과 6살 된 두 딸과 함께 신청서를 냈다. 어디를 가도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제주를 배경으로 뛸 기회가 언제 또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토요일인 24일 가장 좋아하는 지역인 섭지코지에서 제주 바다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뛰고 왔다"며 "그동안 아이들과 제주 오름 탐방을 꾸준히 다녀서 그런지 힘들지도 않았다"며 뿌듯해 했다.

결승점 통과의 순간
능교초등학교 학생들이 '2020 국제 어린이 마라톤 대회'에 참여해 완주하는 모습. [이슬기 교사 제공]

병설 유치원까지 다 더해도 전교생이 30명에 불과한 전북 정읍의 능교초등학교 학생들은 일일 마라토너로 변신했다. 체험 활동의 일환으로 전교생 중 24명이 이번 대회에 참가한 것이다.

학생들을 이끌고 대회에 참여한 이슬기(38) 교사는 "시골에 있는 작은 학교라 체험활동을 많이 하는 편인데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대부분 취소돼 아쉬웠던 참에 국제 어린이 마라톤 대회가 비대면으로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이전까지는 주로 대도시에서 치러진 탓에 참여가 힘들었는데 '런택트'가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결승점 통과의 순간
능교초등학교 학생들이 '2020 국제 어린이 마라톤 대회'에 참여해 완주하는 모습. [이슬기 교사 제공]

이 교사는 "아이들이 뛰는 중간중간 수행하는 미션도 흥미로워 하고, 친구와 인증 사진 포즈를 어떻게 취할지 의논하는 모습을 보니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년에는 8살과 6살이 되는 자녀와 함께 뛸 계획"이라고 웃었다.

코로나19로 그간 미뤄왔던 가족 나들이를 하게 돼서 기뻤다는 이들도 보인다.

남편과 7살·4살인 두 자녀와 함께 광나루 한강공원을 달린 장세정(39·서울 강동구) 씨는 "나에게 국제 어린이 마라톤 대회는 시합이 아닌 소풍같은 존재"라고 고백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참가한 장 씨는 "많은 이들과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는 매력이 사라진 것은 아쉽다"면서도 "가족끼리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정을 돈독히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흡족해했다.

그는 "달리다가 걷다가, 한강 변에 만개한 꽃도 감상하면서 중간에 놀이터도 잠깐 들렸다"며 "네 식구가 함께 보낸 이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둘째를 유모차에 태우고 참여했는데 올해는 혼자 킥보드를 타고 다녔다"며 "'내 아이가 이렇게 많이 컸구나'하고 가슴이 벅찼다"고 귀띔했다.

어린이 마라톤 대회 참석했어요
10년 동안 국제 어린이 마라톤 대회에 참석한 김경미(맨 오른쪽부터) 씨와 딸 조아현 양, 아들 조희윤 군. [본인 제공]

10년 동안 대회에 개근한 김경미(43·인천 서구) 씨는 "친구들과 직원, 가족 등 마음 맞는 이들과 함께 뛰는 즐거움이 없어져서 아쉽긴 하다"며 "내가 좋아하는 공간과 시간을 택해서 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장점이 생기지 않았냐"고 말했다.

김 씨는 "집주변에 있는 청라 호수 공원이 최근 단풍도 들고 해 질 무렵이면 노을도 예쁘게 진다"며 "노을을 배경으로 완주 인증샷을 올렸고, 다른 참여자의 사진도 감상했다"고 설명했다.

'달리는 것만으로도 전 세계 아동을 구할 수 있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번 대회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와 아동 구호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이 공동 주최한 행사다.

2011년부터 매년 서울에서 열린 국제 어린이 마라톤 개최지는 지난해 5개 도시로 확대됐고, 올해는 처음으로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회 참가비 전액은 국내외 아동 빈곤 퇴치와 아동 인권 개선 사업에 쓰인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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