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 어린이 마라톤 첫 대회부터 10년째 개근한 가족
세이브더칠드런 어린이 마라톤 첫 대회부터 10년째 개근한 가족
  • 이상서
  • 승인 2020.10.25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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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씨 "유모차 타고 함께 출전한 아이가 이제 저보다 빨리 뛰더라고요"

세이브더칠드런 어린이 마라톤 첫 대회부터 10년째 개근한 가족

김경미 씨 "유모차 타고 함께 출전한 아이가 이제 저보다 빨리 뛰더라고요"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2011년 첫 대회요? 갓 태어난 둘째를 유모차에 태우고, 막 걸음마를 시작한 첫째 손을 붙잡고 함께 뛰었죠. 조금씩 커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매년 대회를 맞이했어요. 그러다 보니 벌써 10회째더라고요. 올해는 아이들이 저보다 더 잘 뛸 정도로 이렇게 자랐네요."

어린이 마라톤 대회 참석했어요
10년 동안 국제 어린이 마라톤 대회에 참석한 김경미(맨 오른쪽부터) 씨와 딸 조아현 양, 아들 조희윤 군. [본인 제공]

연합뉴스와 세이브더칠드런이 주최하는 '2020 국제 어린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는 김경미(43·인천 서구) 씨는 연신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강산이 한번 바뀔 시간 동안 장남인 조희윤(13) 군과 막내 아현(11) 양과 한번도 빠짐없이 참석하고 완주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행사 마지막 날인 2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우리 가족에게 마라톤 대회는 명절과 다름없을 정도로 중요하다"며 "대회 경험이 쌓일수록 함께 얘기할 수 있는 추억도 많아져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17년 차 베테랑 소방공무원인 김 씨는 부천 소방서 소속으로 오랫동안 현장에서 일해오다 최근 소방청 '중앙119구급상황관리센터'로 파견을 가서 일하고 있다.

출동 현장에서 종종 목격했던 이들은 취약 계층에 놓인 아이다. 집에서 혼자 방치됐거나 가정 폭력 피해를 본 아동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막연하게 '누군가 도와주겠지'라는 생각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첫째를 출산하고 나서부터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김 씨는 "엄마가 되면서 더는 남의 일이라고 여길 수가 없었다"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어린이 마라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단순히 완주에 방점을 둔 대회가 아니라는 점이 좋았어요. 뛰는 거리마다 물이 부족한 아프리카 국가의 어린이를 돕게 되는 등 참가자 모두가 선행에 동참하는 대회가 또 있을까 싶어요. 아직 어려서 모를 줄 알았던 희윤이도 스스로가 착한 일을 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자랑스러워 하더라고요."

초대 대회 당시 막 걸음마를 배우던 희윤 군은 벌써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고, 유모차에 태웠던 아현 양은 세 식구 중 가장 에너지가 넘친다고 한다.

'국제어린이마라톤' 개막 선포하는 아동대표들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열린 '2020 세이브더칠드런 국제어린이마라톤' 사전 개막식에서 아동대표 조희윤 군(오른쪽)과 조아현 양이 개막을 선포하고 있다.

23일부터 열리는 이번 대회는 정부의 생활 속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취지로 '런택트'(Run+untact) 방식으로 열린다. 런택트 마라톤은 각자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사람과 함께 뛴 후 온라인으로 개별 인증하는 방식이다. 2020.10.7 scape@yna.co.kr

그는 "자녀들이 먼저 올해는 마라톤 언제 개막하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반 친구들에게 함께 뛰자고 홍보하기도 한다"며 "아이들이라 그런지 같이 뛰면 도무지 지치지 않는다"며 웃었다.

이미 친숙해진 지 오래인 마라톤 대회지만 올해는 김씨에게도 특별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처음으로 비대면 방식인 '런택트'(Run+untact)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런택트 마라톤은 각자 원하는 시간과 장소, 상대방을 정해 뛴 후 온라인으로 개별 인증 사진을 올리는 방식이다.

2012 국제 어린이 마라톤에 참여한 김경미 씨 가족
[본인 제공]

그는 "친구들과 직원, 가족 등 마음 맞는 이들과 함께 뛰는 즐거움이 없어져서 아쉽긴 하다"며 "내가 좋아하는 공간과 시간을 택해서 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장점이 생기지 않았냐"고 말했다.

이어 "집주변에 있는 청라 호수 공원이 최근 단풍도 들고 해 질 무렵이면 노을도 예쁘게 진다"며 "가을 향취를 가득 담은 완주 인증샷도 올리고, 다른 참여자의 사진도 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대회 10년 차인 김 씨가 다른 참여자에게 건네는 노하우 하나. 무리하지 말자는 것이다.

"기록이 목표가 아닌 마라톤이잖아요. 굳이 빨리 달릴 필요가 없어요.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진 만큼 건강을 챙기는 게 가장 중요하죠. 전 세계 아동을 돕는 방법도 공부하고, 가족과 정을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국제 어린이 마라톤에 참여한 김경미 씨 가족
[본인 제공]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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