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광고 성차별 혐오 여전"…"제도 개선 필요"
"국제결혼 광고 성차별 혐오 여전"…"제도 개선 필요"
  • 양태삼
  • 승인 2020.10.13 15: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이주여성 모니터링 결과 발표

"국제결혼 광고 성차별 혐오 여전"…"제도 개선 필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이주여성 모니터링 결과 발표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마음이 아프네…. 이렇게까지 해야 해?" "왠지 물건을 가져다 파는 것처럼 느껴져요."

13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가 서울글로벌센터에서 개최한 '혐오를 낳는 차별적 광고 인제 그만!'이라는 주제의 국제결혼 중개업 광고 모니터링 결과 보고회에서 나온 이주여성들의 소감이다.

송편을 빚는 결혼 이주여성들
전북 정읍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결혼 이주여성과 센터 직원이 모여 추석을 맞아 송편을 빚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이주여성인권센터가 국제결혼중개업체의 홈페이지와 유튜브 광고 7천여 건을 모아 추려낸 광고를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에서 온 결혼이주여성 12명에 보여주고 심층 면접한 결과다.

광고를 본 이주여성들은 성의 상품화 및 성적 대상화 문제와 남성에게만 주어지는 선택권을 먼저 지적했다.

이들은 "예쁜 사진만 보내 달라며, 예쁠수록 좋다고 했어요. 예비 신랑 한 명에 예비 신부 20∼30명이 선을 봤다. (광고를 저렇게 하니까) 왠지 물건 갖다 파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 "광고에서 남자는 56세, 여자는 26세? 남자 나이가 많아도 결혼할 수 있다는 거잖아요. 좋은 면도 있지만 거짓된 묘사로 광고하는 것도 많아요"라며 비현실적인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남자들이 원하는 것만 이야기하는데 여자가 원하는 것도 들어봐야 하잖아요. 남자는 간략히 소개하고, 여자는 사는 곳과 차량 보유 여부 등 15∼20분간 인터뷰해요. 동의도 받지 않고 영상을 마음대로 올린 것 같아요"라며 정보 불균형과 개인정보 유출 문제도 함께 지적했다.

토론회에서 백소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차별과 혐오의 광고를 줄이려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이뤄지도록 민관협력체의 모니터링단을 구성해 교육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백 변호사는 "차별과 혐오 표현이 어떤 것인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결혼중개업법 시행규칙'에 기준을 마련해 중개업체와 콘텐츠 제작자들이 참고하도록 해야 하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등을 제정해 이주민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인권과 정체성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tsyang@yna.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