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사·중국동포' 논란에 본인 직접 등판한 '일하는 전공의'
'비의사·중국동포' 논란에 본인 직접 등판한 '일하는 전공의'
  • 계승현
  • 승인 2020.08.3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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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논란에 의사 면허 내밀며 "내부 의견 담으려 페이지 개설"
"익명 아니어도 소수 목소리 허용되는 건강한 소통문화가 의료계에 자리 잡길"

'비의사·중국동포' 논란에 본인 직접 등판한 '일하는 전공의'

가짜 논란에 의사 면허 내밀며 "내부 의견 담으려 페이지 개설"

"익명 아니어도 소수 목소리 허용되는 건강한 소통문화가 의료계에 자리 잡길"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파업을 멈춰 달라"고 전공의들에게 호소한 페이스북 '일하는 전공의'가 실제 전공의가 아니라는 논란이 의료계에서 급속히 확산하자 본인이 직접 등판해 반박하고 나섰다.

해당 페이스북 계정 운영자는 31일 연합뉴스와의 화상통화에서 "수도권 소재 대형병원 소속 전공의"라고 자신을 밝혔다. 그는 의사 면허증을 제시하며 본인의 정확한 신상을 밝혔지만, 외부 공개는 일절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전공의 내부의 다양한 의견을 제보받기 위해 이 계정을 개설해 운영하기 시작했다"며 "해당 계정은 뜻을 같이하는 전공의 2∼3명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날 페이스북 '일하는 전공의' 계정에 "환자들이 기다린다. 하루빨리 파업을 멈추어달라"고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이 정도면 됐습니다' 게시글
['일하는 전공의' 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이 글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일부 누리꾼들은 해당 계정에 메시지를 보내 계정 운영자가 '진짜 (의사 면허를 가진) 전공의'인지 검증에 들어갔다.

심지어 대한의사협회(의협)마저 계정 운영자가 묻는 말에 동문서답을 했다며 "제보 내용에 따르면 이 사람은 전공의도, 의사도, 한국인도 아닌 사람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의협은 나아가 "이것이 사실이라면 누군가 전공의 단체행동에 대한 국민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전공의를 사칭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누리꾼들은 페이지 운영자가 기본적인 의학 지식이 없다는 점에서 가짜라고 주장했다.

한 누리꾼이 "'V/S'(바이털 사인) 4가지가 뭐냐"고 묻자 "왜 여섯 가지는 안 되죠. 인성-생각-존중-마음입니다"라는 등 터무니없는 대답을 했기 때문이다.

누리꾼-일하는전공의 대화
[일하는 전공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일하는 전공의'는 이에 대해 "의사를 사칭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검색으로도 알 수 있는 내용"이라며 "신상털이 등 공격의 의도를 갖고 메시지를 보내오는 사람을 반박하려는 의도였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해당 계정의 운영자가 중국 동포(조선족)라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한 사용자가 "글에 전혀 병원에서 근무한 사람이 썼을 것 같지 않은 단어가 많다"고 메시지를 보내자 '일하는 전공의'는 "이 페이지를 정말 근무한 사람들이 적었는지 회의하시는군요"라는 등 어색한 표현을 구사하며 대답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회의한다'는 중국 표현인데, 이 계정 중국 동포가 운영하는 것 같다"고 공격했다.

그런데도 '일하는 전공의'는 "정말 병원에서 일한 사람(들)이 적었습니다"라며 번역기를 돌린 듯한 말투로 답변을 이어나갔다.

그 이유로 '일하는 전공의' 측은 "전공의 사회가 워낙 좁아 말투가 티 나지 않게 하려고 번역기처럼 답했다"며 해명했다.

해당 운영자가 이날 "나는 개인이오. 문재인XXX 시진핑 XXX…사이버 불링으로 당분간 쉽니다. 호시탐탐 파트라슈"라는 글을 올리고 계정을 폐쇄하자 논란은 일파만파 번졌다.

'일하는 전공의' 마지막 게시물
['일하는 전공의' 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운영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너무 공격이 많이 들어와 잠시 쉬려고 계정을 닫았다"며 "마지막 게시글을 그렇게 올린 건 '문재인 XXX, 시진핑 XXX 해 봐라. 정부 측에서 고용한 중국인이 아니냐'는 조롱이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누리꾼-일하는 전공의 대화
[일하는 전공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면서 그는 "익명을 쓰지 않아도 소수의 목소리가 허용되는 건강한 소통 문화가 의료계 내부에 자리 잡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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