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한국어 강사 양성' 사회적기업 김현진 대표
'시각장애인 한국어 강사 양성' 사회적기업 김현진 대표
  • 강성철
  • 승인 2020.08.26 0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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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있는 외국인에게 전화나 PC로 일대일 회화 교육
세종학당재단과 장애인 전문 교원 양성 업무협약도 체결

'시각장애인 한국어 강사 양성' 사회적기업 김현진 대표

해외에 있는 외국인에게 전화나 PC로 일대일 회화 교육

세종학당재단과 장애인 전문 교원 양성 업무협약도 체결

 

 

김현진 코리안앳유어도어 대표
[김현진 제공]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마사지사 정도라는 편견을 깨고 싶었습니다. 한국어회화를 가르치는 강사는 시각 장애가 있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인 데다 재택근무라 출퇴근의 불편함도 없어서 딱이다 싶었죠. 한류뿐만 아니라 한국 취업·유학 등으로 교육 수요가 많아 성장 가능성도 높습니다."

2007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내 시각장애인의 90% 이상이 중도실명자이고 75%가 안마업에 종사한다.

집에서 쉽게 배우는 한국어라는 뜻의 사회적기업인 '코리안앳유어도어'(Korean At Your Door)는 시각장애인의 섬세한 언어표현 능력을 한국어 회화 교육에 활용하는 회사다.

일반적으로 영리기업은 말 그대로 부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반면, 사회적 기업은 반쯤은 영리를 추구하고, 반쯤은 사회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2018년 회사를 설립한 김현진(29) 대표의 바람은 사회적기업은 뜻이 좋은데 돈벌이가 안된다거나 품질은 안 좋지만 좋은 일 하니까 돕는다는 식의 동정론을 불식하는 것이다.

그는 2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장애를 갖고 있는 강사 대부분이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거라 사회 경력도 다양해 양질의 한국어 회화를 제공하고 있다. 장애를 한계가 아닌 기회로 보는 역발상으로 회사를 운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코리안앳유어도어는 시각장애인을 한국어강사로 교육해 외국인에게 전화로 일대일 한국어회화를 가르치는 회사다. 휴대전화나 PC의 온라인 메신저의 목소리 대화창을 활용한 교육이다. 2018년 말 설립해 이제 2년밖에 안 지났지만 베트남, 필리핀, 인도, 미국 등에서 학생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세종학당재단과 장애인 전문 교원 양성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재단이 시각장애인 강사의 교육 역량을 강화해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 늘어나는 한국어 교육 수요에 대응하자는 취지다.

김 대표는 "무료 수업 신청자가 급증해 하루 400명에 이를 정도"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대면 교육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 전망이 밝다"고 소개했다.

 

코리안앳유어도어, 시각장애인 강사 워크숍
코리안앳유어도어는 시각장애인을 한국어 회화 강사로 교육해 외국인에게 1:1 회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코리안앳유어도어 제공]

 

그는 학창 시절 국제기구인 유네스코와 국제 NGO(비정부기구)인 월드비전 등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했고, 사회적기업이 차린 카페에서 인턴으로 지적 장애인과 함께 커피도 만들어보면서 사회적기업 창업을 꿈꿨다.

시각장애인의 삶을 이해하려고 복지관을 찾아가서 그들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던졌는데 오히려 삶을 살아가는 자세를 배웠고,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남을 배려하는 모습에서 감동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앞이 안 보여서랄까 듣는 사람이 집중할 수 있게 말하는 목소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코리안앳유어도어는 한국어 강사라는 직무에 관심 있는 시각 장애인이면 누구나 신청을 받는다. 50시간 강사 양성 과정도 무료로 진행한다.

그는 동남아 등 외국에서 장애인이 제공하는 수업이면 비장애인의 수업보다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을 없애는 데도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수요자를 대상으로 '시각장애인이 가르치는 회화 서비스를 사용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을 때 국내에서는 93%, 베트남에서는 45%가 '그렇다'고 답변했습니다. 이 사업은 장기적으로 장애인이 제공하는 교육을 경험하는 이들을 확산시켜 장애 인식 개선에도 도움을 주려는 게 목적입니다."

코리안앳유어도어는 지난해 '소셜벤처경연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인 글로벌성장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그는 "창업 후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좋은 일 하시네요'였는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갈수록 강조되는 만큼 사회적기업 인식도 바뀔 것"이라며 "정부나 시장이 해결 못 하는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도전하는 청년 기업가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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