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한국서 받은 도움 돌려드려요"…대전 다함께마을봉사단
[#나눔동행] "한국서 받은 도움 돌려드려요"…대전 다함께마을봉사단
  • 김준호
  • 승인 2020.08.22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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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주 여성 20여명 2017년 구성…홀몸노인 밑반찬 조리 봉사
인터넷 포털 활용 기부금 모금…"면 마스크·반찬 만들어 나눔"

[#나눔동행] "한국서 받은 도움 돌려드려요"…대전 다함께마을봉사단

결혼 이주 여성 20여명 2017년 구성…홀몸노인 밑반찬 조리 봉사

인터넷 포털 활용 기부금 모금…"면 마스크·반찬 만들어 나눔"

대전 다함께마을봉사단, 밑반찬 만들기
[대전 다함께마을봉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한국에서 살면서 받은 도움을 다른 사람을 도우며 갚고 싶은 마음에 나눔을 시작했어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18일 오전 대전 유성구 대정동 사단법인 드림업 교육실.

에어컨을 켰어도 불판 위 달걀옷을 입은 각종 전이 지글거리며 익어 가듯 이곳에 모인 결혼 이주 여성들의 얼굴도 벌겋게 익어갔다.

실내 온도가 32도까지 오르면서 이들은 한 손으로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아내고, 다른 손으로는 소시지와 동그랑땡을 뒤집느라 분주했다.

서로 몸이 닿을 정도로 좁은 공간이지만 '다함께마을봉사단' 회원 사이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봉사단원들이 이날 모인 것은 대전 지역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나눠줄 반찬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날 요리해야 할 메뉴는 각종 전과 메추리알 장조림, 멸치볶음이다.

한 번에 30명이 일주일 치 먹을 양을 요리한다.

오전 9시에 시작한 작업은 정오가 돼서야 마무리됐다.

대전 다함께마을봉사단, 밑반찬 만들기
[대전 다함께마을봉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중국 출신인 장소우 봉사단 회장은 "어르신들을 보면 조국에 있는 부모님 생각이 나 도와주고 싶었다"며 "나 혼자가 아니라 비슷한 처지에 있는 많은 사람이 같이 좋은 일을 할 수 있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봉사단은 2016년 부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던 회원들을 주축으로 2017년 6월 22일 공식 발족했다. 회원은 25∼30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매달 1∼2차례 이상 봉사를 하면서 그해 유성구 자원봉사협의체가 주관한 단체봉사상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홀로 사는 노인을 위해 밑반찬과 생활소품을 만들어 보내준다. 돌봄 아동을 위한 '엄마 나라 퀴즈 풀기'와 쿠키·생활소품 만들기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지난해에는 유성구자원봉사센터가 공모한 자원봉사프로그램을 수행해 최우수상을 받는 등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회원들이 처음부터 한국 생활에 적극적이었거나 잘 적응했던 것은 아니다.

문화가 서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잘 어울리는 게 쉬울 리가 없기 때문이다.

회원들도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각종 봉사활동으로 친해지면서 한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의 문화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

중국에서 온 판신 부회장은 "가족과 친구를 거의 만날 수 없다 보니 혼자라고 느낀 적이 많다"며 "어릴 때부터 형성된 관계가 끊기니 사회활동도 많이 위축되고, 외로울 때도 많다"고 한국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입국 초기 갈 곳이 없는 결혼 이주 여성들과 봉사활동을 하면서 한국 사회를 더 잘 알고 적응하도록 도와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대전 다함께마을봉사단, 면 마스크 만들기
[대전 다함께마을봉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봉사가 예정된 날은 회원들이 자녀 교육을 비롯한 각종 정보를 교류하는 '소통의 날'이다.

텐후이 씨는 "반찬을 만들면서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지, 아플 때는 어느 병원으로 데려가는지, 교육은 어떻게 할지 등 주로 자녀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이제까지 쌓은 경험이나 대처법, 요즘 유행하는 것과 품질 좋고 저렴한 것은 무엇인지 등을 이야기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연계해 기부금을 모금해 면 마스크와 밑반찬을 만들어 홀로 사는 노인에게 보내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지난 3월 소액기부를 받아 확보한 200만원으로 홀몸노인 500명에게 면 마스크를 만들어 보냈다.

지난 4월에는 기부금 100만원으로 밑반찬 요리 만들어 전달했다.

조선영 팀장은 "입국 초기 결혼 이민 여성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데 보탬이 되고, 지역 홀몸 노인들은 실질적인 도움을 받는 봉사 활동"이라며 "회원들도 더 많은 후원을 받아 더 많은 밑반찬 만들기 봉사를 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kj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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