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청' 이번엔 설치될까…野, 정부조직법 개정법률안 발의
'재외동포청' 이번엔 설치될까…野, 정부조직법 개정법률안 발의
  • 왕길환
  • 승인 2020.08.1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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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부터 관련 법안 국회 발의됐지만 부처 이기주의에 밀려 폐기"
21대 총선서 여야 한목소리 공약…김석기 의원 "계속 노력하겠다"

'재외동포청' 이번엔 설치될까…野, 정부조직법 개정법률안 발의

"2005년부터 관련 법안 국회 발의됐지만 부처 이기주의에 밀려 폐기"

21대 총선서 여야 한목소리 공약…김석기 의원 "계속 노력하겠다"

재외동포청 설립을 위한 정책토론회 장면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김석기 미래통합당 의원이 최근 '재외동포청' 설치를 위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21대 국회 들어 재외동포 정책을 관장할 전담기구의 신설 논의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김 의원은 11일 "750만명에 육박하는 세계 재외동포와의 다양한 교류와 지원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지만,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기관이 분산돼 있어 이를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수립·시행할 재외동포청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의원 19명이 서명한 이 개정법률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외교통일위 심사와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개정법률안에 따르면, 재외동포청을 외교부 장관 소속으로 신설하고, 본청에는 청장 1인과 차장 1인을 두되, 청장을 정무직으로, 차장을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공무원 또는 외무공무원으로 한다고 정했다.

또 현재 외교부 산하 기관인 '재외동포재단법'을 폐지하고, 재외동포청 근무를 희망하는 재단 소속 직원들을 '국가공무원법'(제28조 제2항)에 준해 소속 공무원으로 '경력 경쟁 채용'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동포들이 희망하는 병역과 세금, 교육, 출입국, 영사 업무 등을 한 곳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김 의원은 20대 국회 당시인 2017년 같은 취지의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이 개정안은 국회에서 표류하다 자동 폐기됐다.

◇ 2005년부터 여야 앞다퉈 관련법안 국회 발의

재외동포청 설치 필요성을 2003년 조웅규 전 한나라당 의원이 가장 먼저 제기했다. 이듬해 같은 당 홍준표 의원이 설립 추진에 나섰고, 당시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도 당내 공식기구로 '재외동포위원회'를 설치하면서 논의에 불씨를 지폈다.

2005년 17대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을 제출하는 등 움직임이 활발했다. 이화영·한명숙 열린우리당 의원,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시차를 두고 관련 법안을 냈다. 그러나 이들 법안은 국회 회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2007년 헌법재판소가 국내에 주소가 없는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주지 않은 공직선거법과 주민투표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자 재외동포청 설립 요구 목소리는 더 커졌다. 국회는 재외동포들의 희망에 부응해 독립 부처 설치를 약속하고 나섰지만, 정당 간에는 이견을 보였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은 외교통상부 소속의 '재외동포청'을, 민주당은 국무총리 산하의 '재외동포처' 설립을 각각 주장했다.

지루한 논의만 계속되다가 다시 국회에 법안을 낸 이는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다. 2009년 당시 홍 의원의 정부조직법 개정법률안은 김석기 의원의 안과 거의 비슷하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재외국민이 참정권을 행사한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똑같은 목소리로 재외동포청 설치를 약속했다. 심윤조(새누리당), 김성곤(새정치민주연합), 박병석·김경협(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국회 회기마다 앞다퉈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무산됐다.

지난달 미래통합당 재외동포위원장에 임명된 김석기 의원
[김석기 의원실 제공]

◇ "관련 부처 이기주의·당리당략에 밀려 법안 '폐기'"

그러면 재외동포들의 숙원이자 여야가 공감하는 재외동포청은 설립될 수 있을까. 2017년 관련 법안을 냈던 김경협 의원은 "재외동포청 설립을 위해 각 정부 부처 의견을 수렴하고 합의점을 찾으려 했지만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현재 재외동포 관련 업무는 외교부, 법무부, 문화부, 교육부, 국방부(병무청), 행정안전부, 국세청 등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다. 관련 예산은 3천억원에 이른다.

김 의원은 "이처럼 흩어진 재외동포 지원 업무를 통합하고 조정하기 위해 책임기관을 만들려고 했지만, 부처 이기주의 때문에 결국 무산됐다"고 아쉬워했다.

외교부가 중국과 러시아와의 외교 마찰을 우려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997년 정부가 재외동포재단을 출범시키기에 앞서 한화갑 새정치국민회의 의원이 '교민청' 신설을 주장했지만, 외교부는 자국민인 조선족과 고려인을 한국 정부가 지원하는 것에 중국과 러시아는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외교적으로 갈등을 빚을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재단 설립을 고집했다.

임채완 전 전남대 교수는 "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과거에는 몰라도 온라인 시대인 지금은 맞지 않는다"며 "재외동포들이 국익을 위해 '민간외교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그 기틀을 마련해 주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한 각 당의 표 계산도 법안 폐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시민단체들은 지적한다.

김영근 세계한인네트워크 대표는 "선거 셈법으로 유불리 계산을 하는 사이 재외동포청 설치 법안은 당리당략에 밀려 회기 만료로 폐기되는 수순을 겪었다"고 비판했다.

◇ 21대 총선서 여야 한목소리 공약…"계속 노력하겠다"

그렇다면 김석기 의원이 이번에 발의한 관련 법안은 통과될 수 있을까.

김 의원은 "어렵다고는 생각하지만 확실한 의지를 갖고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엄청난 사태가 있다면 '질병관리청'처럼 속히 처리되겠지만, 재외동포청은 그 정도까지 여론을 형성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열린 '국회 세계한인경제포럼' 발족식에서 "우리 경제가 우뚝 설 수 있도록 공공외교로서의 격상을 지원할 수 있는 기구인 '재외동포청'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을 비롯해 여야 의원 정회원 12명과 준회원 31명 등 43명이 참여했다.

앞서 4·15 총선에서 여야는 재외동포청 신설을 공약한 바 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당시 "각 부처에 분산된 업무를 총괄하기 위한 재외동포청을 조속히 설립할 것"이라며"21대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앞장서겠다"고 발표했다.

20대 국회때 더불어민주당의 재외동포정책 간담회 장면
[출처:재외동포신문, DB 및 재판매 금지]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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