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유재석' 라이언 방 "코로나19로 힘든 동포 돕고 싶어"
'필리핀 유재석' 라이언 방 "코로나19로 힘든 동포 돕고 싶어"
  • 이상서
  • 승인 2020.08.11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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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유재석' 라이언 방 "코로나19로 힘든 동포 돕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라이언 방(한국명 방현성·30)은 한국에서는 낯선 이름이지만, 필리핀에서는 대부분이 그를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유명인이다.

2010년 필리핀 최대 방송사인 ABS-CBN의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린 방 씨는 현재까지 30개가 넘는 현지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 영화 등에 출연해 진행자와 가수, 연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2016년 한국의 한 다큐멘터리에서 그의 활동이 국내에 알려지며 '필리핀의 유재석'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2017년에 개설한 개인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90만명을 돌파하고, 골드버튼(구독자 100만명을 달성하면 유튜브에서 주는 선물) 클럽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는 1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생계에 직격타를 맞은 필리핀 동포가 많다"며 "이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필리핀 예능프로그램에서 활동하고 있는 라이언 방 씨
[본인 제공]

 

"한국도 마찬가지겠지만 필리핀도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수도 마닐라는 봉쇄된 상태고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없어요. 오로지 테이크아웃(포장)만 가능하죠. 관광객이 뚝 끊겼으니 호텔과 쇼핑몰 모두 문을 닫았고요. 거리를 돌아다니는 일 자체도 힘듭니다."

지난 4일에만 6천여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필리핀은 최근 누적 확진자가 11만명을 넘어섰다. 필리핀 보건 당국은 마닐라와 라구나주(州) 등 인근 4개 지역의 방역 수위를 '일반적 사회적 격리'(GCQ)에서 준봉쇄령(MECQ)으로 격상해 18일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특히 이 두 지역이 있는 루손섬에는 동포 3분의 2에 해당하는 6만명이 체류 중이다.

방 씨는 "한국에서 중학교에 다니던 2005년 무렵 어학연수로 필리핀을 찾은 이후 이렇게 우울한 분위기는 처음"이라며 "대부분의 산업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은 데다, 현지 네트워크가 약한 동포들이 체감하는 어려움은 더 크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힘을 보탤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활용하기로 아이디어를 냈다.

필리핀에서 활동하는 아들의 모습을 볼 수 없던 한국의 부모님을 위해 브이로그(VLOG·개인의 일상을 담은 동영상) 위주로 운영한 채널은 어느덧 구독자 100만명을 바라볼 정도로 성장했다.

인기 채널로 발돋움한 만큼 코로나19로 생계가 막힌 이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그는 "16일부터 매주 라이브 쇼를 진행하면서 가게를 홍보하고 싶은 동포 등을 스튜디오로 초대해 마음껏 어필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며 "한국만큼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발달하지 않아 알릴 수 있는 창구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필리핀 예능프로그램에서 활동하고 있는 라이언 방 씨
[본인 제공]

 

그는 "현지인 중 상당수가 일당제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실직하면 당장 생계 자체가 막막해지는 경우가 많다"며 "구직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코너도 기획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1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홀로 필리핀에 와서 향수병에 걸리고 적응도 힘들어 할 때가 있었어요. 부모님이 그리워 다시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컸고요. 그때마다 저를 걱정해주는 동포들과 필리핀 친구들이 많았고 이들의 보살핌으로 그 시기를 이겨냈던 것 같아요. 그때 받은 도움을 이제 제가 갚을 차례인 것 같습니다."

그는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요즘 필리핀에서의 한류 붐은 유례없을 정도로 뜨겁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봉쇄 기간이 늘어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그는 "배우 현빈 씨와 손예진 씨가 열연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나 배우 박서준 씨가 주연을 맡은 '이태원 클라쓰' 등을 필리핀에서 안 본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라며 "각종 한국 콘텐츠가 신드롬에 가까운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필리핀 방송에서 활동하는 유일한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으로 늘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로 녹화를 시작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한국과 필리핀이 돈독해지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바람을 밝혔다.

 

필리핀 예능프로그램에서 활동하고 있는 라이언 방 씨
[본인 제공]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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