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홍콩보안법과 한국 국가보안법, 닮았다?
[팩트체크] 홍콩보안법과 한국 국가보안법, 닮았다?
  • 임순현
  • 승인 2020.07.0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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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 행동 포괄적으로 옥죌 조문 존재…최대형량은 국보법이 강해
전쟁·분단 겪은 한국과 홍콩 상황 달라 단순 비교는 무리

[팩트체크] 홍콩보안법과 한국 국가보안법, 닮았다?

반정부 행동 포괄적으로 옥죌 조문 존재…최대형량은 국보법이 강해

전쟁·분단 겪은 한국과 홍콩 상황 달라 단순 비교는 무리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반중 시위대와 홍콩 민주인사를 최대 무기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 '홍콩보안법'(정식명칭: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 국가안전보호법)이 제정되자 홍콩 시민사회와 서방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한국 사회에서는 국가보안법 문제와 연결짓는 시각이 제기된다.

홍콩보안법 (GIF)
[제작 정유진. 장현경. 정연주, 일러스트·사진합성]

인터넷상에는 "홍콩에 중국식 국가 보안법이 있다면, 한국에는 이승만 때 만들어지고 박정희 때 강화된 국가보안법이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보안법 폐지해야 홍콩보안법 반대할수 있다", "둘다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가로막는 악법"이라는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물론 남북이 분단돼 전쟁까지 치른 한국 상황과 작금의 중국·홍콩 상황은 차이가 있기에 두 법의 단순한 비교는 무리라는 시각이 많다.

다만 논쟁적인 두 법 사이에 유사점이 있는지, 그리고 어느 쪽이 더 강력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는지 등에 대한 관심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조문을 근거로 따져봤다.

'홍콩보안법' 기자회견하는 홍콩 행정장관
(홍콩 EPA=연합뉴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6월 30일 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람 장관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관련 질문에 대해 자신이 답하는 게 부적절하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sungok@yna.co.kr

◇둘 다 반정부 행동·표현 포괄 규제 가능한 조항 존재

두 법 모두 반정부 세력의 집회와 시위, 표현의 자유를 포괄적으로 옥죌 수 있는 '모호한' 조문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국가보안법은 '찬양·고무' 조항(제7조)이 대표적이다.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ㆍ고무ㆍ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ㆍ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문으로 인해 과거 군사정권 시절 북한을 있는 그대로 평가한 발언에까지 '고무·찬양죄'의 낙인이 찍힐 수 있었다.

홍콩보안법도 그런 혐의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국가정권 전복을 목적으로 불법적 수단을 이용해 중국 중앙정권기관이나 홍콩 정권기관의 법에 입각한 직무 수행에 엄중하게 간섭하고 방해, 파괴하는 행위'에 대해 최대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한 제22조가 대표적이다.

'송환법'이나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 참가를 비롯한 각종 반중 행동을 '법에 입각한 직무 수행을 방해하는 행위'의 범주로 엮어 처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또 외국세력과의 공조를 규제하는 29조는 '홍콩 정부나 중국 정부의 법률 제정과 집행, 정책 추진에 엄중한 방해를 하고 엄중한 후과를 조성할 수 있는 경우', '각종 불법 방식을 통해 홍콩 주민으로 하여금 중국 정부 혹은 홍콩 정부에 대해 증오를 유발하고 엄중한 후과를 조성할 수 있는 경우' 최대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 홍콩보안법, 분열·전복행위 최대 무기징역…국가보안법은 수괴에 사형까지

다양한 반국가 행위를 설정해놓고 위반할 경우 강력한 처벌을 한다는 점에서도 두 법은 닮았다. 단, 처벌 수위 면에서 홍콩보안법은 최대 형량이 무기징역인 반면, 한국 국가보안법은 최대 사형까지 규정하고 있다.

홍콩보안법 20조는 홍콩을 중국에서 분열시키려는 행위와 정부를 전복하려는 행위를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무기징역으로 처벌하도록 한다. 또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자는 3∼10년의 징역형으로 처벌하고, 금전 등을 지원한 자는 징역 5∼10년에 처하도록 했다.

이 같은 규정은 한국 국가보안법에도 존재한다. 오히려 우리 법은 국가분열 및 체제전복 등을 목적으로 한 단체를 구성하기만 해도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한다.

국가보안법 3조는 반국가단체를 구성하면 그 수괴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만, 간부급 인사는 사형·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한다. 반국가단체를 만들려다 실패했거나, 반국가단체를 만들 계획만 세웠어도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 홍콩보안법, 테러행위 최대 무기징역…국보법은 사형·무기징역

체제전복 등을 목적으로 한 테러행위를 엄벌하는 규정도 두 법률에 모두 존재한다.

홍콩보안법은 테러행위로 사람이 죽거나 다친 경우, 공공재산이나 사유재산이 심각하게 손실된 경우에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한다.

테러 조직을 만들거나 테러 활동을 주도한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형에 재산 몰수, 적극 참가한 경우 3∼10년의 징역에 벌금 처분, 그 외 단순 참가는 3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유사한 행위에 대해 한국 국가보안법의 처벌은 더 강력하다. 반국가단체 구성원이 국가나 공공단체가 사용하는 건물을 파괴하는 등의 테러행위를 한 경우 사형·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한다. 반국가단체 구성원 다수가 모여 사람들을 폭행·협박하고 재물을 부수는 등의 소요를 일으킨 경우엔 사형·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더욱 엄벌한다.

보안법 통과 성토하는 홍콩 민주화 시위대
(홍콩 EPA=연합뉴스) 홍콩 민주화 시위대가 6월 30일 센트럴 지구의 한 쇼핑몰에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킨 것을 성토하고 있다. jsmoon@yna.co.kr

◇ 여적죄도 홍콩은 최대 무기징역…국보법은 사형·무기 규정

외국 세력과 결탁해 국가를 배신하는 행위도 홍콩보안법과 한국 국가보안법 모두 심각한 범죄로 규정한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해 중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거나 홍콩과 중국정부의 법률 및 정책수립을 방해하는 등의 여적(與敵) 행위를 한 경우 징역 3∼10년으로 처벌하도록 한다. 범죄가 심각한 경우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다.

한국 국가보안법은 이 같은 여적행위를 가장 심각한 범죄로 규정한다. 반국가단체 구성원이 외국과 공모해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 전쟁을 조장한 경우엔 사형과 무기징역으로만 처벌하도록 한다. 한정된 인원만 지득할 수 있는 군사기밀을 적국에 누설한 경우에도 사형이나 무기징역으로 처벌된다. 일반 군사기밀을 누설한 경우에도 사형·무기징역 또는 8년 이상의 징역으로 엄벌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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