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동화 출간 송혁범 작가 "아이들끼리 편견없이 잘 지내길"
다문화 동화 출간 송혁범 작가 "아이들끼리 편견없이 잘 지내길"
  • 이상서
  • 승인 2020.07.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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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동화 출간 송혁범 작가 "아이들끼리 편견없이 잘 지내길"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베트남 다낭에도 '한강'이 있어요. 영어 표기법도 우리 한강이랑 똑같고, 주변에 늘어선 마천루와 강둑을 따라 산책하는 풍경도 비슷해요. 다문화 가정도 결국 우리와 비슷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지난해까지 포털사이트 다음 웹툰리그에서 연재한 '헬로 사이공'으로 이름을 알린 송혁범(41·필명 ㅎㅂㅆ) 작가가 최근 펴낸 '두 도시 아이 이야기'는 어린이 동화로는 드물게 '다문화 가정'을 소재로 삼았다.

베트남 출신 어머니를 둔 아이가 다른 생김새로 학교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섞여 들어간다는 내용이다.

 

송혁범 작가
[본인 제공]

 

송 작가는 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우리 한강이 서해와 남중국해를 거쳐 다낭의 한강과 맞닿듯이 아이들이 편견없이 한데 어울려 지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썼다"라고 말했다.

한 건축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던 2017년, 그는 베트남 하노이와 호찌민으로 해외 근무 발령을 받았다.

아내와 단 둘이 맞이하는 생애 첫 해외 생활에 걱정이 앞섰다. 적응을 제대로 할지 음식은 입에 맞을지 두려움도 컸다.

그는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열풍이 불기 전이었고 행여나 한국인에게 좋지 않은 감정이 남아있을까 겁도 났다"라며 "베트남 직원과 함께 일하면서 동네 식당에서 같이 밥먹고, 술도 한잔 하면서 어울리다 보니 '우리와 다를 게 없구나'라는 안심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아침마다 수백대의 오토바이가 도로를 점령하는 모습, 뜨거운 날씨에서 보낸 크리스마스, 베트남 특유 식문화 등은 좋은 만화 소재가 됐다.

"어렸을 때부터 일상을 담백하게 그리는 만화가 좋았어요. 베트남에서 겪은 일을 바탕으로 웹툰 연재를 시작했고, 이것을 본 출판사 측이 '다문화 가정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한 동화를 내보면 어떻겠냐'고 먼저 제안을 해주셨어요."

다만 다문화를 소재로 삼되 어린이 독자가 무겁게 느끼지 않도록 눈높이를 맞추기로 뜻을 모았다.

그는 "의식적으로 '다르다'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지양했다"며 "삽화에서 피부색 정도를 구별되게 그렸을 뿐, 텍스트에서까지 부각시킬 필요는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다문화를 소재로 한 동화 '두 도시 아이 이야기'
[바둑이하우스 제공]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은 베트남에서 온 엄마를 둔 다문화 가정 아이다. 급우들에게 놀림을 받아 시무룩해져 집에 온 아이에게 엄마는 말한다.

"엄마 고향에도 한강이 있어. 서울 한강만큼 크고 넓거든. 두개의 한강은 바다에서 만나 하나로 섞여. 너도 다르지 않아. 똑같은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친구도 곧 알게 될 거야."

엄마의 말을 듣고 다음날 등교한 주인공은 용기를 내서 손을 내밀고 친구가 된다.

동화는 다문화 가정이 아닌 아이에게도 시선을 보낸다.

송 작가는 "아이들이 악의가 있거나 싫어서 다문화 친구를 밀어내는 게 아니라 낯설기 때문에 다가가기 어려워 하는 것"이라며 "어른들이 계속해서 다르지 않다고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사전 조사로 깨달은 사실은 가장 힘들어 하는 이가 바로 부모라는 점이에요. 자신 때문에 아이가 속상해하고 의기소침해지면 엄마 가슴이 미어지죠. 게다가 어떤 노력으로 국적이나 생김새를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는 "우리 세대 보다는 내 자식들이 다문화 가정 친구를 만날 확률이 훨씬 커질 거라 본다"며 "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잘 어울려 지내려면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문화 가정 항목이 생긴 초등학교 교과서처럼 다문화 소재를 다룬 어린이 동화도 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차기작으로 '고독사'를 주제로 한 웹툰을 구상 중이라고 밝힌 그는 "철없던 시절에 장애를 가진 부모님을 부끄러워했고, 성인이 돼서야 그 행동이 잘못임을 깨달았다"며 "과거의 나와 비슷한 인식을 가진 이들이 생각을 전환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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