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63개국 재외동포에 한국어책 185만권 보낸 민간단체
20년간 63개국 재외동포에 한국어책 185만권 보낸 민간단체
  • 왕길환
  • 승인 2020.06.08 09: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희수의 손석우 해외동포책보내기운동協 이사장 "계속 발송하겠다"

20년간 63개국 재외동포에 한국어책 185만권 보낸 민간단체

희수의 손석우 해외동포책보내기운동協 이사장 "계속 발송하겠다"

 

 

인터뷰하는 손석우 해외동포책보내기운동협의회 이사장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손 이사장은 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건강이 허락하는한 책보내기 활동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ghwang@yna.co.kr. 2020.6.8.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사단법인 해외동포책보내기운동협의회(이사장 손석우·해동협)는 9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책 창고에서 한국어책 1만여 권을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의 비영리단체(KEPPO)에 보내는 발송식을 연다.

KEPPO는 글렌데일시에서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배우는 학생들에게 언어습득을 돕기 위해 학부모들이 만든 모임이다. 최근 유아·초등생들을 위한 다양한 주제의 한국어책을 보내 달라고 해동협에 요청했다.

이에 책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예방하는 마스크 1천개, 한복 15벌, 태권도복 15벌, 권투장갑 15개 등도 보내기로 했다.

2000년 설립된 해동협은 이번 글렌데일을 포함해 20년간 63개국 재외동포를 위해 185만권의 한국어책을 보냈다. 연간 9만권이 넘는 책을 각국 동포사회에 전달한 것이다.

한국문화원이나 한국학교 등에서 한국어 교육을 하고 있지만, 먼 타지에서 한국어로 만들어진 책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목격한 손석우(77) 이사장의 노력과 헌신의 결과다.

손 이사장은 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책을 받고 좋아하는 재외동포들의 모습이 떠올라 책 보내기를 중단할 수 없었다"며 "한국어 보급과 한국 문화의 확산은 덤으로 얻어진 성과"라고 말했다.

50대 중반까지 정당에서 민원국장을 맡았던 그는 재외동포들이 보내온 고충을 들으면서 동포사회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후 정당 활동을 끝내고 1999년 농업 이민을 하기 위해 브라질에 날아갔다.

지인을 만나 현지 상파울루 한국어 학교 도서관을 방문한 그는 한국어로 된 책이 몇 권밖에 꽂히지 않은 것을 보고 이민을 포기했다.

"가슴이 아팠어요. 책을 보내줘야겠다고 마음먹었죠. 당시 교장 선생님에게 귀국해 책을 보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돌아와서는 사비를 털고 독지가들의 도움을 받아 한국어책 6천권을 부쳤습니다."

혼자 힘으로는 책을 모을 수 없었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와 경인일보 등과 '사랑의 책을 보냅시다'라는 캠페인을 전개했고, 국민들의 호응에 힘입어 10만권의 책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세계 각지의 한국문화원과 한국학교, 한인회 등이 기부 요청을 했다.

손 이사장은 "입소문이 나면서 고맙게도 전국에서 수십, 수백 권의 책을 보내주는 독지가들이 늘어났다"며 "책도 요리, 동화책, 만화책 등 다양해졌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두꺼운 책을 해외로 발송하다 보니 경비도 만만치 않았고, 재정난도 겹쳐 활동은 벽에 부닥쳤다. 손 이사장은 100차 발송 작업을 끝으로 접을 생각이었다. 대부분 자원봉사로 진행한 사업을 더는 추진할 수 없었다.

"한진택배와 외교부, 15년 넘게 해동협 사무실을 무상으로 제공한 고 이필우 전 의원, 오랫동안 책 모으기에 나서준 강남구청과 종이문화재단…,"

손을 꼽으며 후원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대던 손 이사장은 "무엇보다 20년간 묵묵히 활동해온 봉사 단원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고마워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봉사 단원들이 책을 포장해 나르다 허리를 다친 사례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그는 책 쌓을 공간이 없어 지하실에 몇만권을 보관했는데, 발송 작업을 하다 책 속 먼지를 많이 마셔 인지 파상풍균에 감염돼 10일간 병원 신세를 진 일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미국인이지만 부모님은 한국인이다. 부모님의 나라를 위해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생각하게 됐다"는 재미동포 2세 학생의 이야기를 들은 뒤 그런 기억을모두 잊는다고 했다.

해동협은 얼마 전부터 재외 동포뿐만 아니라 책을 접하기 쉽지 않은 국내 소외(오지) 지역과 군부대, 노인정 등에도 보내고 있다. 독서 유도를 통한 정서함양은 물론 독후감 대회도 진행한다.

그는 "책 보내기 운동을 계속하려면 더 많은 사람의 관심이 필요하다. 20년을 이어온 만큼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일을 할 것"이라며 "운동에 뜻이 있는 젊은이들이 계승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그러면서 책 모으기와 봉사활동(블로그:blog.naver.com/sds9119, 신청:sds9119@hanmail.net)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ghwang@yna.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