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주 미국인 멜리사 왓킨스, 6일 인종차별 반대 온라인시위
국내 거주 미국인 멜리사 왓킨스, 6일 인종차별 반대 온라인시위
  • 이상서
  • 승인 2020.06.05 0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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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은 단순히 흑인만이 아닌 전체 인류의 문제"

 

국내 거주 미국인 멜리사 왓킨스, 6일 인종차별 반대 온라인시위

"인종차별은 단순히 흑인만이 아닌 전체 인류의 문제"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유럽이나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에서 흑인을 마주치기란 흔한 일은 아니죠.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적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단순히 흑인의 인권 문제보다는 인종 차별 자체로 시선을 넓혀 달라고 부탁하고 싶어요."

미국의 백인 경관에 목이 짓눌려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태의 파장이 미국과 유럽에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 온라인 시위를 계획하고 있는 멜리사 왓킨스(Melissa A Watkins·39) 씨는 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모국에서 투쟁하고 있는 친구와 가족을 위해 한국에 사는 흑인들과 함께 이번 일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2018년 한국에서 열린 한 외국인 경연대회에 참가한 멜리사 왓킨스
[본인 제공]

 

2013년 3월 입국해 영어 강사와 번역가 등으로 일하며 한국 생활 7년 차에 접어든 멜리사 씨는 지난달 우연히 유튜브 채널에서 미국 흑인이 백인 경찰의 무릎에 눌려 숨지는 영상물을 본 후 한국에 거주하는 흑인 친구에게 공유했다. 이 영상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처음 그 모습을 봤을 때 드는 감정은 '슬픔'이었어요. 나를 포함한 가족과 친지 등 누구나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봤어요. 다음은 '분노'했습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죠. 다들 잊어버렸겠지만 미국 뉴욕에서 흑인 남성인 에릭 가너가 프로이드와 유사하게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목숨을 잃었던 게 불과 6년 전입니다."

그는 "마지막으로는 들었던 감정은 '감사함'이었다"라며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변화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그와 비슷한 뜻을 가진 이들을 찾았다. 이내 주한미군과 영어 강사 등 한국에 사는 흑인들이 동참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참여 방법은 이렇다. 온라인 침묵 시위는 6일 낮 12시 시작된다. 어디까지나 온라인에서 진행되며 오프라인움직임을 자제한다. 앞서 나눠 받은 '흑인의 삶도 소중하다'와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LivesMatter) 등의 문구가 한글과 영어로 쓰인 티셔츠와 마스크 등을 착용한 사진을 SNS에 올린다. '#GeorgeFloyd #BlackLivesMatter #ICantBreathe #흑인' 등 관련 해시태그(hashtag)와 함께 한다. 해시태그는 게시물에 일종의 꼬리표를 다는 기능이다. 특정 단어 또는 문구 앞에 해시('#')를 붙여 연관된 정보를 한데 묶을 때 쓴다.

그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흑인 시위를 우려하는 시선을 감안해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며 "흑인 뿐만 아니라 한국인과 한국에 사는 백인, 라틴계 등 모든 외국인이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처음 와서 느낀 점은 매우 안전한 나라라는 점이에요. 미국에서 인종 차별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더 죄책감이 커졌던 이유죠. 지금 고향을 떠났지만 저는 여전히 미국인이며, 인종차별주의에 저항하는 것이 임무라고 믿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흑인 차별 문제가 한국과 상관이 없다는 일부 의견에는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인종 차별은 단순히 특정 피부색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며 세계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코로나19 사태 당시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동양인을 향한 인종차별적 행동이 잇따라 일어난 점만 보더라도 알 수 있지 않냐"고 반문한 후 "이것은 정의를 위한 일이며 우리 모두의 과제이기도 하다"고 당부했다.

 

뉴욕서 벌어진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시위
(뉴욕 AFP=연합뉴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미국 전역을 뒤덮은 가운데 2일(현지시간) 뉴욕에서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leekm@yna.co.kr

 

"최근 미국에서 일어나는 시위가 과열되는 양상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러분, 이건 어디까지나 온라인 시위라고요. 그저 메시지가 쓰인 티셔츠를 입고 사진을 올리는 일뿐이라고요. 머나먼 땅에 사는 형제를 응원하는 게 전부인 일입니다."

그는 "약 900∼1천명이 동참할 거라 예상한다"라며 "이달 19일로 기획 중인 2차 온라인 시위에는 더 많은 인원이 참석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6월 19일은 1865년 미국 남북전쟁 종전 후 마지막 흑인 노예가 해방된 날을 기념해 제정된 '준틴스데이'(Juneteenth Day)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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