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육 찾는 스웨덴 입양인 "과거, 가슴 멍들도록 놔둬선 완돼"
혈육 찾는 스웨덴 입양인 "과거, 가슴 멍들도록 놔둬선 완돼"
  • 왕길환
  • 승인 2020.04.0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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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 사완다 씨 "부산 진구 오징어 노점상에 두고 갔대요"

혈육 찾는 스웨덴 입양인 "과거, 가슴 멍들도록 놔둬선 완돼"

페르 사완다 씨 "부산 진구 오징어 노점상에 두고 갔대요"

 

 

페르 사완다(장태영) 씨 어릴적 모습
[아동권리보장원 제공]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인생은 너무 짧습니다. 과거의 일이 우리의 가슴을 멍들도록 놔둬서는 안 됩니다"

혈육을 찾는 스웨덴 입양한인 페르 사완다(한국명 장태영·45) 씨는 "이 편지를 쓰는 순간, 우리를 서로 갈라놓은 불행한 처지를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로막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편지와 사진 자료, 입양 후 스토리 등을 최근 아동권리보장원(원장 윤혜미)에 보냈다.

5일 이 기관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페르 씨는 1977년 11월 18일 저녁 7시께 부산시 진구 범천1동 721번지에서 오징어를 판매하는 노점 상인 이모(여·62) 씨에게 맡겨졌다.

당시 젊은 여성은 3살 정도 된 아이를 안고 와 오징어를 사서 먹은 뒤 잠깐 시장에 갔다 올 테니 잠시 아이를 봐 달라고 말하고는 이 씨에게 맡겼고, 이후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부산시 동래구에 거주했던 이 씨는 아이를 부산 북부경찰서에 데려갔고, 아이는 부산시 의뢰로 성모보육원에 맡겨졌다.

입양 기록 카드에는 생년월일이 1975년 12월 12일과 1976년 1월 7일 두 개로 적혀 있다. 태어난 날과 한국 이름 '장태영'을 성모보육원이 정했다고 한다. 친부모가 기억하는 날짜와 이름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1978년 5월 10일 스웨덴의 한 가정에 입양된 그는 현재 스톡홀름에서 살고 있으며 법무부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결혼해 2명의 자녀를 뒀다.

그는 아버지가 된 후 부모와 자식 간에는 아주 강한 보이지 않는 유대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줄곧 친부모 찾기에 온 정성을 쏟았다. 하지만 친부모와 입양 배경 정보가 없어 아직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친부모와 자신을 맡았다가 경찰서에 인계한 이 씨를 찾고 있다"는 그는 최근 주스웨덴 대한민국 대사관을 방문해 무연고 입양인으로 유전자(DNA) 검사를 했다.

"친부모님도 여러 번 저를 떠올렸을 것이라 믿고 있어요. 제가 어떻게 됐을까 궁금해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언젠가 우리는 인생의 행로에서 한번은 겹칠 것입니다. 바라건대, 이젠 만나야 합니다. 이는 제 평생의 바람입니다"

 

어린시절(왼쪽) 시절과 현재의 모습
[아동권리보장원 제공]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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