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코이카 봉사단 "꼬박 이틀간 1천km 달려 빠져나왔어요"
페루 코이카 봉사단 "꼬박 이틀간 1천km 달려 빠져나왔어요"
  • 강성철
  • 승인 2020.04.02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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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코이카 봉사단 "꼬박 이틀간 1천km 달려 빠져나왔어요"

페루 코이카 봉사단 비상사태 속 귀국 완료
페루 코이카 봉사단은 정부의 비상사태 선포로 통행금지가 내려진 가운데 전국 10군데 봉사지역으로 버스를 보내 봉사단과 관광객을 수도로 수송해 지난 3월 26일 출국시켰다. [코이카 제공]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우기라 비도 엄청나게 쏟아지는 국도길을 이틀간 1천200㎞ 달려서 수도에 도착했고, 다음날 군 공항 기지에서 극적으로 빠져나왔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면서 페루에서 귀국해 자가격리 중인 코이카 봉사단원 김혜현 씨는 2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가비상사태와 국경폐쇄조치가 내려지고 확진자가 늘고 있어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평소 재난대피 연습을 하고 있었기에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페루의 코이카 WFK(월드프렌즈코리아) 해외 봉사단 52명은 지난달 26일 수도 리마의 공항을 출발해 28일 새벽 인천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들은 현재 14일간 자가 또는 시설에서 격리 중이다.

페루는 확진자가 71명에 이르렀던 3월 15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해 공항을 폐쇄하고 모든 육로 이동을 금지했다.

코이카 페루 사무소는 11일부터 모든 단원을 재택대기시키는 한편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귀국준비를 했다.

봉사단은 페루 내 10개 지역에 흩어져 장애인 재활, 직업훈련·컴퓨터·한국어교육, 임상병리, 태권도 강좌 등을 하고 있었다.

주로 빈민가 등 낙후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었기에 이들을 공항이 있는 수도 리마로 출국 시간에 맞춰 모으는 것이 우선이었다. 코이카 본부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현지 상황을 고려해 선조치 후보고하도록 조치해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

코이카 페루 봉사단 버스 수송 지도
[코이카 제공]

이정욱 코이카 사무소장은 "코로나19로 중국 인식이 안 좋아졌는데 중국인과 한국인을 구분 못 하기 때문에 봉사단원에게 '코로나'라고 위협하는 사례도 발생해 일시 귀국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육로 수송을 담당한 이상급 부소장과 하철민 안전담당은 "비상사태 후에는 운행 수단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며 "현지인 직원인 가비노 씨와 함께 미리 버스회사를 수배해 7대 차량을 확보해 놓지 않았으면 단원들을 귀국시키지 못했을 것"이라고 안도했다.

단원 귀국을 위해 대사관은 현지 정부와 협상을 진행해 폐쇄된 국제공항 대신에 군 공항을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고, 코이카는 각 지역으로 버스를 보내 단원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에 고립된 한국인 관광객 20명도 이송했다.

수도 리마에서 가장 먼 곳은 칠레와 국경을 맞댄 지역으로 1천200㎞ 떨어져 있었다. 더욱이 밤 8시부터 새벽 5시까지 모든 통행이 금지돼 중간에 1박을 해야 했다. 안전한 도로만을 택해서 움직였고 30시간을 달려가서 단원을 태울 수 있었다.

주 경계선이나 마을을 지날 때마다 군인과 경찰의 제지를 받았지만 미리 통행증을 받아놓아서 지나갈 수 있었다.

이 소장은 "페루는 지진, 홍수, 쓰나미, 화산 등 자연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라서 평소 단원들과 재난대피 훈련을 해온 덕분에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비행기에 태워 보낼 수 있었다"며 "이번 일로 재난 대피 매뉴얼을 좀더 상세하게 만들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은 비행기 탑승 후 귀국인 전체 단톡방에 "정부의 해외고립 국민 보호에 감동했고 자부심을 느낀다"라거나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코이카 파이팅!"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의료장비 기증후 귀국한 페루 장창현 단원
페루에서 의료봉사 중이던 코이카 봉사단원 장창현 씨는 귀국에 앞서 의료장비를 지역 병원에 기증했다. [코이카 제공]

미술교육 봉사를 한 김정은 단원은 "사무소에서 귀국 준비를 미리 알려줘 숙소 임대계약 해지, 계좌 폐쇄, 짐 정리 등을 마무리 할 수 있었고 배우고 있는 현지 아이들에게 사태가 진정 되는대로 다시 온다고 사정을 말하고 떠나 다행이다"고 안도했다.

간호사로 우아노쿠 지역에서 의료봉사를 펼치다 건강이 안 좋아져 수도 리마의 본부에 와있던 장창현 단원은 수송 버스에 올라타 지역으로 돌아가 마스크 100장과 의료용 장갑 50켤레 등 의료도구를 지역의료원에 기증하기도 했다.

귀국한 단원 중 임기가 6개월 이상 남은 이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되는 대로 다시 페루 봉사 현장으로 복귀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중부의 후안까요 지역에서 한국어 교육 봉사를 한 박순덕(65) 단원은 "못다 가르친 게 있기에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며 "10월에 임기가 종료되는데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임기 연장을 신청해서라도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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