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속 이주민, 동남아 가난하고 서구권 유능하게 묘사"
"예능 속 이주민, 동남아 가난하고 서구권 유능하게 묘사"
  • 이정현
  • 승인 2019.12.1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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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슈돌' '다문화고부열전' 등 모니터링 결과 발표

"예능 속 이주민, 동남아 가난하고 서구권 유능하게 묘사"

민언련, '슈돌' '다문화고부열전' 등 모니터링 결과 발표

이웃집 찰스
[K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국내 예능 프로그램 속 이주민이 출신 국가마다 차별적으로 묘사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지난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이주민 또는 외국인이 출연하는 7개 예능·교양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모니터 대상 프로그램은 EBS 1TV '다문화 고부열전',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 KBS 2TV '이웃집 찰스', '슈퍼맨이 돌아왔다',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대한외국인', 다문화TV '우리들의 슬램덩크'이다. 모니터에는 이주여성들도 참여했다.

일단 양적 분석에서 방송의 성격에 따라 특정 대륙 출신의 이주민이 출연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민언련은 설명했다.

스튜디오에 모여 퀴즈를 푸는 프로그램이나 한국에서 여행하고 문화생활을 즐기는 프로그램에는 주로 서구권 출신의 이주민이 등장한 반면, 한국에서 살면서 어려움을 겪거나 갈등을 빚으며 도움을 청하는 프로그램에서는 주로 동남아권 출신 이주민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한국을 처음 와본 외국인이 국내를 여행하며 문화생활을 즐기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경우, 동남아권 출연진은 1명도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캐나다는 20명, 유럽권(러시아 포함)은 33명 출연했다. 반대로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갈등을 다루는 '다문화 고부열전'은 주인공 12명 중 10명이 동남아권 출신이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K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민언련은 프로그램 속 사소하지 않은 차별도 지적했다. 동화주의, 무례함, 가난을 전시하는 방송, '다문화'란 단어의 오용, 언어적 위계화, 계층차별 관념, 성 역할 고정관념 등으로 카테고리를 분류해 설명했다.

동화주의의 경우 한국 음식을 잘 먹는 이주민을 보고 "한국 사람이 다 됐네" 같은 표현을 쓰는 경우가 많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불쾌하게 느끼는 경우가 있다고 민언련은 꼬집었다.

또 무례함의 사례로는 이주민의 한국어가 서툴다고 지적 수준까지 떨어진다는 전제로 질문을 하거나, 아이처럼 대하는 경우를 들었다.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리'에서 캄보디아 출신 주인공 니라 씨 집의 벽면에 한글로 붙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글귀를 본 제작진이 "무슨 뜻인지 아냐"고 묻는 장면 등이 지적됐다.

이밖에 '다문화 고부열전' 등에서 가난한 생활을 과장되게 그리며 '빈곤 포르노'를 유도하는 듯한 연출, 동남아권 언어를 쓰면 한국어가 모자란다고 핀잔을 주면서 서구권 언어를 사용하면 멋있고 유능하다고 칭찬하는 연출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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