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법원이 유승준 입국 허가?…'법무부 관문' 남았다
[팩트체크] 법원이 유승준 입국 허가?…'법무부 관문' 남았다
  • 임순현
  • 승인 2019.11.19 16: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원 "입국허가 아니라 적법한 절차대로 비자발급 다시 판단하라는 것"
비자 발급돼도 법무부 입국심사 남아…"17년전의 입국금지 아직 유효"
입국금지 정식 통보되면 추가 행정소송 내야…'기나긴 소송전' 가능성도

[팩트체크] 법원이 유승준 입국 허가?…'법무부 관문' 남았다

법원 "입국허가 아니라 적법한 절차대로 비자발급 다시 판단하라는 것"

비자 발급돼도 법무부 입국심사 남아…"17년전의 입국금지 아직 유효"

입국금지 정식 통보되면 추가 행정소송 내야…'기나긴 소송전' 가능성도

법원 "유승준 비자발급 거부 위법…다시 판단해야" (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최근 법원 판결이 17년 묵은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43) 논란'을 재소환했다. 병역 기피 문제로 한국 땅을 밟지 못하게 된 유씨를 이제는 한국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논란이었다.

서울고법 행정10부(한창훈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유씨가 주로스앤젤레스총영사관(LA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소송' 파기환송심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한 비자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LA총영사관이 2015년 '입국금지가 돼 있다'는 이유로 유씨의 재외동포(F-4) 체류자격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 판결 취지였다.

판결 직후 언론은 일제히 '유씨에게 입국 길이 열렸다'는 취지로 보도했고, 유씨 측은 "판결의 취지에 따라 법무부나 외교부에서도 합당한 처분이 이루어질 것을 기대한다"며 환영했다.

'병역기피'로 국민적 지탄을 받는 유씨의 입국 길이 열렸다는 톤의 보도가 이어지자 유씨 관련 여론은 싸늘해졌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병역을 기피하려는 의도로 대한민국 국적을 고의로 상실한 유씨의 입국을 허가하라는 취지의 법원 판결은 병역과 관련해 민감한 국민 정서를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이 확산했다.

일각에선 "LA총영사관이 판결 취지에 따라 유씨에게 재외동포체류자격 비자를 발급할 경우 현 사법부는 물론 문재인 정부에도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는 격양된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법원이 유씨의 입국을 사실상 허가했다'는 주장은 엄밀히 말해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파악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1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법원은 유씨에게 비자를 발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한 바 없다"며 "비자 발급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아 위법하다는 취지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 판단이 최종 확정되더라도 LA총영사관은 유씨에게 비자를 발급할지 여부를 재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씨에게 재외동포체류자격 비자를 발급해야 하는데도 LA총영사관이 잘못된 판단으로 발급을 거부했다는 것이 아니라, 발급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잘못이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LA총영사관이 유씨 아버지에게 전화로 발급거부 사실을 통보하면서 구체적인 이유를 적은 처분서를 작성해주지 않은 점, 또 2002년 법무부가 내린 입국금지 결정만 고려한 채 비자 발급에 대한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발급거부가 '절차상'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취지대로라면 유씨의 승소가 확정되더라도 LA총영사관은 재외동포법에 따라 유씨에게 재외동포 체류자격이 있는지를 다시 판단해 비자발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재외동포법은 유씨처럼 병역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적을 이탈해 외국인이 된 경우에 재외동포체류자격을 부여할 수 없도록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재외동포법 제5조 2항은 '병역을 마치거나 면제되지 않은 상태서 국적을 이탈하거나 상실해 외국인이 된 외국국적동포'에게는 재외동포체류자격 비자를 발급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총영사관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다시 판단하더라도 유씨가 재외동포체류자격 비자를 취득하는데는 결격 사유가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다.

당사자가 병역의무가 사라지는 만 38세(현행은 41세)가 되면 병역의무 이행 여부와 상관없이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지만, 이 때에도 따로 법무부 장관의 허락을 얻어야만 발급이 가능하다. 만 42세인 유씨의 경우 비자발급의 열쇠를 법무장관이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래픽] 유승준 입국 금지 17년 일지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병역 기피 논란으로 입국 금지된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43)씨에게 내려진 비자발급 거부가 위법하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는 11일 유씨가 주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0eun@yna.co.kr

법무장관의 허락을 거쳐 비자발급을 받더라도 입국에 앞선 마지막 단계에서 유씨는 다시 한번 '법무부 관문'을 넘어야 한다.

출입국관리법은 비자와 여권을 가진 외국인은 법무부의 입국심사를 거쳐 입국하도록 하고 있기에 법무부가 유씨 입국 허용 여부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하게 돼 있는 것이다.

법무부의 입국 심사 결과 ▲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 일제 시대 때 일본 정부 등의 지시로 독립운동가 등을 학살하거나 학대한 사람 등에 대해서는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

법무부는 이미 2002년 1월에 병무청의 요청으로 '유씨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 안전을 해칠 우려가 있고,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 선량한 풍속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입국을 금지한 바 있다.

1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당시의 입국금지 조치가 유효하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다. 다만 유씨에게 직접 입국금지가 통보되지는 않아 적법한 행정처분 요건을 갖춘 것은 아닌 상황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유씨에 대한 입국금지는 여전히 유효한 상태"라며 "입국금지는 비자 발급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추후 법무부가 입국금지된 사실을 유씨에게 정식으로 통보할 경우 유씨의 입국 길은 더욱 험난해질 전망이다. 비자 발급뿐만 아니라 정식으로 행정처분 요건을 갖춘 입국금지 처분이 취소되도록 하기 위해서도 기나긴 소송전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중권 교수(한국공법학회 고문)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법무부가 정식으로 유씨에게 입국금지를 통보하면 이후에는 LA총영사관이 적법하게 비자 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유씨는 비자 발급 거부처분이 아닌 입국금지 처분을 대상으로 다시 행정소송을 제기해야하기 때문에 결국 지루한 소송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준, 파기환송심 승소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15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별관에서 열린 가수 유승준 비자발급 거부취소 파기환송심 선고 후 유승준 측 법률대리인인 김형수 변호사(가운데)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고법 행정10부(한창훈 부장판사)는 이날 선고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한 사증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2019.11.15 yatoya@yna.co.kr

hyun@yna.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