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1차대전 격전지에 세워진 재불한인 1세대 기념비
프랑스 1차대전 격전지에 세워진 재불한인 1세대 기념비
  • 김용래
  • 승인 2019.11.01 2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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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일본 압제 피해 프랑스 건너온 한인노동자들 기리는 조형물 제막
재불한인 1세대, 1차대전 전후복구로 번 돈 모아 프랑스서 임시정부 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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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프랑스 샹파뉴지방의 소도시 쉬프에서 프랑스 한인 이주 100주년 기념조형물을 관계자들이 제막하고 있다.

[프랑스한인회 제공=연합뉴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100년 전 일제의 압제를 피해 프랑스의 1차대전 격전지에 정착, 시신 안치와 묘지 조성의 고된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조국의 독립운동을 도운 한인 1세대 37명.

이들을 기리는 반쪽짜리 날개 모양의 조형물이 1일(현지시간) 프랑스 샹파뉴 지방의 소도시 쉬프에 세워졌다.

프랑스한인회(회장 나상원)는 이날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 쉬프시 도서관 앞에서 프랑스 한인 이주 100주년 기념 조형물의 제막식을 열었다.

이 조형물은 재불 작가 백승수의 작품으로, 먼 이국에 건너온 한인들이 조국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반쪽짜리 날개의 형상으로 표현했다.

프랑스 한인 1세대는 1919년 3·1 운동을 전후로 일제의 압제를 피해 만주와 연해주, 북해를 거쳐 영국 에든버러까지 흘러 들어갔다가 임시정부 파리위원부 서기장 황기환의 끈질긴 노력 끝에 프랑스로 들어온 동포 37명(명부로 확인된 사람 기준)이다.

프랑스의 1차대전 격전지 마른 지방에서 전후복구에 참여하며 임시정부 파리위원부의 활동을 도운 한인 노동자들이 조성작업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쉬프의 1차대전 전사자 묘.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들은 1차대전 당시 독일과 영·불 연합군의 격전이 벌어진 마른 벌판의 쉬프에서 시신 안치와 전사자 묘지 조성 등 고된 노동으로 생계를 꾸리면서도 십시일반 돈을 모아 임시정부 파리위원부에 전달했다.

1920년 3월 1일에는 없는 돈을 끌어모으고 유럽 각지에 흩어진 동포들을 초청해 쉬프에서 3·1운동 1주년 기념식을 열어 조국의 독립을 염원하기도 했다.

이들 프랑스 한인 1세대의 숨겨진 이야기들은 기존의 연구에 더해 재불사학자 이장규 씨(파리7대 박사과정)와 한불독립운동사학회 '리베르타스'(회장 마리오랑주 리베라산 파리7대 교수)의 미발굴 자료 발견 등의 성과에 힘입어 작년부터 국내에도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장규 씨가 찾아낸 1920년 쉬프시청 외국인 명부에는 박춘화·박단봉·차병식·배영호·박선우 등 한인 37명의 이름과 생년월일, 프랑스 도착 일자, 프랑스 정부에 체류증을 신청한 날짜, 직업 등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재불사학자 이장규씨가 찾아낸 1920년 프랑스 쉬프시청의 외국인 명부에는 한인 37명의 이름과 생년월일, 출생지와 거주지, 프랑스 도착 일자, 프랑스 정부에 체류증을 신청한 날짜, 직업과 직책 등 인적사항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사진의 기록에서는 한인 8명의 이름과 함께 이들의 국적이 한국인(Coreen)이라고 명시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장규씨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일제 치하에서 외국의 한국인들이 보통 일본이나 중국 국적으로 등록했던 것과 달리 이 명부에는 이들의 국적이 한국인(Coreen)이라고 명확히 기재된 것이 특징이다.

당시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일제의 침략 이후 이미 소멸한 나라로 받아들여졌기에 한인 노동자들이 한국인이라는 국적으로 프랑스 정부의 체류 허가를 받은 사실이 확인된 것은 우리 학계에서도 작지 않은 성과로 받아들여졌다.

이들이 한국인으로 체류 허가를 받은 데에는 당시 임시정부 파리위원부(대표 김규식)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독립운동사학계의 평가다.

한국에서 온 국립합창단도 이날 조형물 제막 행사에 참석해 축하 공연을 열었다.

국립합창단은 프랑스의 한인 이주 100년과 임시정부 수립 및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뜻으로 오는 7일까지 파리와 렌 등 각지에서 순회공연을 갖는다.

쉬프에서의 기념식에 이어 2일(현지시간) 파리 국제대학촌 아데나워 홀에서는 유럽 한인 이주 100주년 기념 학술세미나와 기념식도 마련된다.

yonglae@yna.co.kr

프랑스 쉬프에서 1920년 3월 1일 3·1운동 1주년 기념식을 연 한인 1세대들.

[나기호 저 '비바람 몰아쳐도' 수록=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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