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판결' 놓고 학술대회서 변호사·교수 찬반 격론
'유승준 판결' 놓고 학술대회서 변호사·교수 찬반 격론
  • 이희용
  • 승인 2019.10.2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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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47% '입국·활동 모두 금지', 41% '입국 허가·활동 금지'

'유승준 판결' 놓고 학술대회서 변호사·교수 찬반 격론

국민 47% '입국·활동 모두 금지', 41% '입국 허가·활동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25일 서울 건국대에서 열린 '유승준 사건,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의 학술대회에서 김형수 변호사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가수 유승준 씨 비자 발급 거부를 행정절차 위반이라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이 여전히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후 서울 광진구 능동로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모의법정에서 '유승준 사건,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렸다.

한국이민법학회(회장 박종보)와 건국대 법학연구소(소장 박병도)가 한국이민재단 후원으로 공동 개최한 추계공동학술대회에서 '재외동포의 법적 지위와 입국금지 결정의 한계'란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형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재외동포법의 명문 규정과 제정 취지 등을 고려하면 외국 국적 동포의 사증(비자) 신청·발급에 관해서는 출입국관리법이 아닌 재외동포법이 특별법으로서 우선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며 1심과 2심 법원 판결을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병역 기피를 위해 국적을 포기한 사례가 2005년까지 밝혀진 것만 약 4천500건에 이르는데도 유승준 씨만 출입국관리법상 입국금지 제재를 받은 것은 비례의 원칙과 최소 침해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무부 장관의 입국금지 결정이 존재했다는 이유만으로 행정청이 실질적인 심사를 하지 않은 채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을 위법하다고 본 대법원의 결론에는 찬동하나 입국금지 결정 자체의 처분성을 명백히 판단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가수 유승준 씨 비자 발급 거부취소 파기환송심에서 변론을 마친 유 씨의 변호인들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에 토론자로 참석한 김중권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원고도 입국금지 결정을 알 수 있었기에 본인에게 통지되지 않았다고 해서 행정처분 존재를 부인할 수 없다"며 대법원 판결을 비판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의 판단에 변함이 없는데도 행정청의 비자 발급 거부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법무부 장관의 결정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 그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먼저 내린 뒤 비자 발급 거부의 위법성을 논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2002년의 행정결정이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할 때까지 지속한다는 것은 분명 재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행정법적으로는 당시 결정을 철회해 달라는 재심을 구한 다음 후속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박종보 이민법학회장(한양대 교수)이 '유승준 사건,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두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윤인진 고려대 교수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4∼10일 19세 이상 일반 국민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재외동포의 국내 활동과 지원 정책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유승준 씨의 국내 입국과 활동에 관해서는 '입국과 국내 활동 모두 금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47.1%로 가장 많았다. 41.1%는 '입국은 허가하되 활동을 금지해야 한다'고 대답했고 '모두 허가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7.2%에 불과했다.

가수 유승준 씨와 대법원 건물 사진을 합성한 화면. [연합뉴스TV 제공]

일반 국민의 57.9%는 재외동포를 외국인보다 한국인에 가깝다고 느끼고 있으나, 반대로 여기는 응답자도 42.1%나 됐다. 연령이 높을수록 한국인으로 느낀다는 대답이 많았다.

각 문항의 응답률을 보면 '한국 국민이라고 느껴진다' 17.6%, '한국 국민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40.3%, '외국인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35.8%, '외국인이라고 느껴진다' 6.3%의 분포를 보였다.

'재외동포는 한민족이기 때문에 일반 외국인보다 우대해야 한다'는 설문에는 찬성 35.2%로, 반대(24.7%)보다 많았다. '재외동포는 자기에게 유리할 때는 동포, 불리할 때는 외국인 행세를 한다'란 문항에는 찬성 44.0%, 반대 15.2%의 응답률을 나타냈다.

재외동포의 기여도를 묻는 항목의 긍정적 응답률(매우 찬성+대체로 찬성)은 '한류 확산'(61.1%), '한국 상품 구매와 홍보'(54.9%), '대한민국 외교'(53.6%), '대한민국 경제발전'(30.1%) 순으로 높았다.

65세 이상 복수국적자가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똑같은 복지 혜택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23.1%)보다 반대(43.9%)가 갑절 가까이 많았고, 재외동포의 건강보험 적용이나 재외국민 대학 특별전형에 대해서도 부정적 인식이 매우 높았다.

윤 교수는 "일반 국민은 재외동포에 대체로 우호적인 감정과 긍정적 인식을 갖고 있으나 편법으로 혜택을 받거나 재정 부담을 초래하는 것에는 강한 반감을 표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정부는 재외동포 정책을 수립할 때 동포애보다 기여도와 형평성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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