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를 한마디로 꼬집어 나타내기는 힘들지만, 굳이 표현하라면 부드러운 선과 자연과의 조화라고 하겠습니다.

한국의 선의 바탕은 곡선입니다. 가슴을 저미게 하는 곡선적인 요소가 두드러진 가운데 곡선과 직선이 하모니를 이룹니다. 한국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오래된 사찰에 가 보면 하늘을 가르는 맛배 지붕의 선은 부드럽고도 세련된 곡선과 기품 넘치는 직선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이로움을 느낄 정도로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또한 산을 등 뒤에 두고 앞으로는 물이 흐르는 것이 한국의 풍수지리의 최고 명당자리라고 할 정도로 자연을 배제하고는 어떤 아름다움도 의미 없음을 옛 선인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곡선의 원류는 둥글둥글하고 잔잔한 한국의 산수처럼 급하지 않고 모나지 않은 사람들의 심성이 바탕 된 것입니다.

산은 둥글고 물은 잔잔하며 비록 백두대간의 산줄기는 남북으로 중청 하지만 시베리아 산맥이나 히말라야 산맥처럼 사람이 살지 못하는 가파른 설산이거나 광야로 사라지는 그런 산줄기는 없는 것 같습니다. 맑고 푸른 하늘 밑에 부드러운 곡선의 산수는 한국 사람들의 온화한 성품의 기반이 되었고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표현함은 무기교의 기교라고 하겠습니다.

서양의 미가 천재주의적이며 기교적인 미라 하면 한국의 미는 일반적 생활 속에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의 신앙과 생활이 큰 동맥을 이루고 흘러나와 자연스럽게 자연과 어우러진 한민족의 예술의 틀을 만들어간 것입니다.

대표적인 몇 가지 예를 들어보기로 하겠습니다.

한옥 기와지붕의 살포시 고개든 추녀의 곡선은 마치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하늘을 향해 살짝 속 모습을 보이는 듯합니다. 또한 초가지붕의 둥근 곡선은 넉넉한 안정감이 있고 그 모양새가 둥글다고 해서 결코 둔해 보이거나 뚱뚱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돌다리도 서양의 다리처럼 직선의 딱딱함 보다는 자연친화적인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 예로 선암사의 무지개다리는 반원의 모양이 물에 비쳐 하나의 원을 형성합니다. 하나의 무지개는 물위에 또 다른 무지개는 물속에 모습을 나타내며 보름달을 연상케 합니다. 보름달을 연상케 하는 것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이조백자 항아리가 그것입니다.

한국의 흰빛과 둥근 맛이 아무런 장식이 없이도 무심한 아름다움을 보임으로서 한국미의 본 바탕인 곡선과 원을 통해 한국인의 어질고 가식 없이 어진 마음의 내면을 표현하고자 한 것으로 경주 신라 막새기와에 새긴 수막새의 온화한 미소가 바로 한국인의 모습인 것입니다.

한국의 전통의상인 한복의 저고리 배래선과 치맛단 아래로 살짝 보이는 버선코에서도 곡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연의 천연 물감으로 순박하면서도 화려한 완벽한 색채감을 담아 미끌어질듯한 부드러운 곡선으로 한국의 아름다움을 한 폭의 그림처럼 드러낸 한복은 이미 세계 패션계에서 큰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사람의 겉모습만으로는 그의 모든 것을 알 수 없듯이 한국의 미를 외형적인 것으로만 판단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보다는 직접 사람을 만나보고 생활 풍습과 전통, 음식,무예 등의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이 진정한 한국의 미를 알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종주국에서 태권도를 제대로 배우고 싶은 마음 하나로 이탈리아를 떠나 한국까지 오게 되었고 태권도는 물론 한국전통 문화에 매료되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보아온 로마의 화려하고 웅장하고 힘 있는 아름다움과는 달리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무기교의 기교를 지닌 온화하면서도 귀품 있는 한국의 아름다움은 태권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태권도는 한국의 미를 몸짓으로 보여 줄 뿐만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까지 승화시켜줍니다.

태권도의 모든 동작은 흐르는 물과 같이 유하면서도 강하고, 바람결처럼 잔잔하면서도 빠른 곡선과 직선의 몸짓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품새 동작은 자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예를들면 산틀막기, 기마서기, 제비폼목치기, 범서기, 학다리서기, 통밀기, 바위밀기 등 품새 모양이자연에서 비롯되었고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한 없이 수련할 수 있는 훌륭한 무도입니다.

흰 도복으로 백의민족의 고유사상을 의미하였고, 검은 띠로는 심신합일의 정신을 바탕으로 노력과 인내와 극기의 의지를 나타내었습니다.

들숨과 날숨의 호흡을 자연스럽게 조절하여 자신의 심신의 건강을 지킬 뿐만 아니라 한민족의 건국이념인 홍익사상을 수련의 목적으로 하여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무도입니다.

태권도를 통해 한국인의 천지인 철학에 담겨있는 우주만물의 일체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태권도는 한국의 미를 통합적으로 표현한 최고의 행동철학예술인것입니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 하지요? 요즘 태권도 관광 상품이 많이 있습니다.

여러분들께 멋진 태권도를 직접 경험해 보시기를 적극 권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