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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9]포화상태 외국인보호소
[포화상태 외국인보호소] ① 급증한 수용자…주먹다툼 빈번해져
2020. 07. 09 by 이상서

[포화상태 외국인보호소] ① 급증한 수용자…주먹다툼 빈번해져

 

[※ 편집자 주 = 국내법 등을 위반해 강제 퇴거 대상에 오른 외국인이 본국으로 출국하기 전까지 머무는 시설인 전국 외국인 보호소의 수용 인원이 사실상 한계치에 이르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막힌 하늘길 탓에 출국을 하고 싶어도 머물 수밖에 없는 이들이 크게 증가하면서 정원 초과가 임박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연합뉴스는 외국인 보호소를 직접 찾아 현실을 짚어 보고 관련자 인터뷰 등 2편을 송고합니다.]

 

8일 오후 찾은 화성 외국인보호소 전경
[촬영 이상서]

 

 

(화성=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같은 방 동료가 갑자기 늘기 시작했어요. 올해 초만 해도 6명이 함께 지냈는데, 지금은 두배로 늘어 12명이 됐어요."

2018년 10월 단기 취업 비자(C-4)로 한국에 들어와 서울의 한 빌딩에서 청소부로 일하던 중국인 김 모(45) 씨는 2019년 4월 불법 체류자 단속에 적발돼 화성 외국인 보호소에 수용됐다.

모국에 돌아가는 대신 난민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1년 넘게 이곳에 살고 있다

8일 오후 경기 화성 외국인 보호소 면회장에서 만난 김 씨는 "나보다 더 오랜 기간 머무는 외국인도 부지기수"라며 "개인 공간이 좁아진 데다 더워진 날씨 탓에 예민해진 수용자 간에 시비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탓에 전 세계 항공편이 사실상 멈춰지며 출국이 힘들어지자 전국 외국인 보호소가 인원을 수용하는 데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보호소별 보호 외국인 수 변화 (단위:명)

 

시민단체 '아시아의친구들'이 최근 법무부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를 활용해 화성·충북 청주 외국인 보호소와 전남 여수 출입국·외국인 사무소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전체 수용 인원은 706명으로 석달 전보다 300명 넘게 늘었다.

특히 전국 최대 수용 규모를 갖춘 화성 보호소의 경우, 6월 말 345명으로 한 달 전에 비해 약 10% 감소했으나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시작한 3월보다는 80% 넘게 증가했다.

장기 수용자도 늘고 있다.

법무부 자료를 보면 지난달 수용된 기간이 1∼3개월인 외국인은 284명으로, 37명에 불과했던 3월에 비해 약 767% 증가했다.

3∼6개월 수용된 외국인도 같은 기간 17명에서 87명으로 다섯배 정도 늘었다.

1년 넘게 머물고 있는 이도 8명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난달 본국으로 송환된 외국인도 794명으로 한달 전의 282명보다 2.8배 정도 늘었다.

이에 대해 아시아의친구들 관계자는 "이전보다 더 많은 외국인이 보호소를 떠났지만 정원에 거의 변화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새 입소자도 많아졌고, 장기 수용자도 늘었다는 의미"라며 "퇴소가 결정됐으나 항공편이 없어서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생기며 구금 기간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항공편을 구하지 못해 구금된 기간이 3개월을 넘긴 외국인은 총 116명에 이르고 있다.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화성 외국인 보호소
[촬영 이상서]

 

경기도 한 수녀원에서 2시간 30분을 달려 화성 보호소를 찾았다는 강모(55) 수녀는 "오늘 면회한 나이지리아인은 여기 온 지 거의 1년이 됐다"며 "난민 신청을 2차례 했지만 거부 당했고, 돌아가고 싶어도 비행기 표를 못구해 수용 기간이 길어졌다고 한다"고 전했다.

강 수녀는 "늘어난 인원 탓에 개인 공간이 좁아지면서 주먹다짐도 생기고 음식 양도 다소 줄어드는 등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며 "이런 상황인데 보호소 직원은 그대로이니 관리에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화성 보호소에 따르면 명시된 정원은 따로 없지만 보통 400명 정도면 꽉 들어찬 것으로 본다. 사실상 임계점에 이른 것이다.

보호소 관계자는 "최근 들어 그나마 소폭 감소하며 한숨을 돌렸다"며 "조속히 본국으로 송환하는 게 우리 임무인 만큼 수용자의 고충을 듣고 해결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수용 인원이 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자체를 지키기 힘들어지면서 감염 우려가 제기된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화성 보호소에서 외국인과 면회을 이어 온 임모(39) 씨는 "코로나19 이후로 생활 공간이 과밀화했다는 수용자의 호소가 이어진다"며 "시설의 한계는 분명 있지만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여러 인권 단체가 외부에 비해 의료 시설이 열악하고 다수가 집단 구금된 외국인 보호소의 코로나19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김대권 아시아의친구들 대표는 "수용자의 스트레스가 많아지고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남은 상태에서 많은 인원을 오랜 기간 가두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자진출국을 유도하거나 그게 힘들다면 송환 가능성이 높은 이들에 한해 신원 보증인을 두거나 보증금을 예치하고 일단 내보낸 뒤 출국 전까지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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