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용의 글로벌시대] 재외동포가 사는 나라는 180개국
[이희용의 글로벌시대] 재외동포가 사는 나라는 180개국
  • 이희용
  • 승인 2019.10.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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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용의 글로벌시대] 재외동포가 사는 나라는 180개국

2018년 10월 5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2회 세계 한인의 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해외 한인사회 지도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바베이도스, 산마리노, 에리트레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재외동포가 1명씩만 거주하는 나라다. 바베이도스는 카리브해, 산마리노는 이탈리아반도, 에리트레아는 에티오피아 북부 홍해 연안에 있다.

내전을 겪고 있어 지난해 제주도 난민 신청 논란을 빚은 예멘과 카리브해의 섬나라 세인트루시아에도 각각 4명의 한인이 살고 있으며 서유럽의 소국 안도라에는 3명, 동아프리카 인도양의 세이셸공화국과 코모로에는 각각 5명의 한인이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외동포재단이 2017년 9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마련한 제5회 재외동포 사진전에서 국내 거주 고려인 가족이 사진을 감상하고 있다. [재외동포재단 제공]

외교부가 2018년 말 기준으로 각국 자료를 취합해 최근 발표한 '2019 재외동포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외동포는 749만3천587명으로 조사 대상 193개국 가운데 180개국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 조사 때보다 1개국 늘었다. 지역별로는 동북아시아 328만6천363명, 북미 278만8천732명, 유럽 68만7천59명, 남아시아태평양 59만2천441명, 중남미 10만3천617명, 중동 2만4천498명, 아프리카 1만877명 순이다.

디아스포라의 역사가 오래되고 국외 이주민이 많은 중국·이탈리아·이스라엘·인도·아일랜드 등도 한국처럼 동포가 세계 각지에 골고루 퍼져 있지는 않다. 우리보다 인구가 많고 해외 진출이 앞선 일본도 재외동포(약 410만명)가 우리보다 적을 뿐 아니라 남북미에 집중돼 있다.

재외동포재단이 주최한 '2019 재외동포 대학생 모국연수'에 참가한 국내외 대학생들이 지난 7월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퍼포먼스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민족의 디아스포라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많은 농민이 극심한 기근이나 혹독한 수탈을 견디다 못해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넜다. 뒤이어 나라가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하며 해외 이주 행렬은 늘어났고 국권을 되찾고자 망명한 애국지사도 있었다. 광복 후 5년 만에 터진 6·25전쟁도 많은 난민을 낳았다.

동포 수가 많고 나라도 다양한 만큼 이민의 사연도 제각각이다. 멕시코·쿠바 동포는 1905년 사기 광고에 속아 에네켄 농장에서 노예노동을 했던 한인들의 후예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고려인의 선조들은 1937년 스탈린에 의해 러시아 연해주에서 강제로 이주당했다. 1953년 정전 협정이 끝난 뒤 인도나 브라질 등 제3국을 택한 포로도 있고, 1960∼70년대 정치적 박해를 피해 구미로 망명한 사례도 있다. 최근에도 성 소수자나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호주나 프랑스 등지에서 난민 인정을 받기도 했다.

지난 7월 3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9 세계한인입양인대회(IKAA Gathering 2019)' 개회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연이 기구하기로는 낯선 나라에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들의 손에 의해 길러진 입양아를 빼놓을 수 없다. 북미 지역의 한인 입양인은 약 12만 명이며, 유럽과 호주에는 4만7천506명이 사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재외동포 수가 2년 전보다 6만2천899명(0.85%) 증가했으나 북미 이외 지역의 해외 입양인 통계가 이번에 처음 추가된 것을 고려하면 큰 변동은 없는 셈이다.

한민족이 세계 구석구석에 터전을 잡게 된 것은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이 남달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 라스팔마스의 동포(692명)는 대부분 원양어선 선원과 자녀다. 아프리카 오지나 카리브해 낙도에 사는 동포 가운데 상당수는 전도와 봉사의 사명을 띠고 파송된 선교사다. 한인 태권도 사범이나 무역상도 없는 나라를 찾기 힘들 정도다.

스페인 라스팔마스 공동묘지에 있는 한국인 선원들의 납골당. [해양수산부 제공]

재외동포가 많이 사는 나라는 미국(254만6천982명), 중국(246만1천386명), 일본(82만4천977명), 캐나다(24만1천750명), 우즈베키스탄(17만7천270명), 베트남(17만2천684명), 러시아(16만9천933명), 호주(16만7천331명), 카자흐스탄(10만9천923명), 필리핀(8만5천125명), 브라질(4만8천281명), 독일(4만4천864명), 영국(4만770명), 뉴질랜드(3만8천114명), 프랑스(2만9천167명) 순이다.

중국은 동포 수가 8만6천640명(3.4%) 감소해 5만4천730명(2.2%) 증가한 미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사드 배치 영향으로 한중관계가 나빠지면서 중국 거주 재외국민이 줄어든 데다 한국 국적을 취득한 귀환 동포(조선족)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 기업의 투자가 활발한 베트남은 4만8천22명(38.7%)이나 증가해 두 계단 상승한 6위에 랭크됐다.

지난해 12월 15일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과 말레이시아 대표팀이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 결승 2차전을 펼치는 베트남 하노이 미딘경기장 앞에서 한국 동포들이 베트남 축구팬들에게 태극기를 나눠주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10월 5일은 세계 한인의 날이다. 2007년 4월 정부기념일로 제정해 올해로 제13회를 맞는다. 2006년 9월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한 이래 재외동포, 전문가, 일반 국민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외국 사례 조사와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명칭과 날짜를 정한 것이다.

2일 서울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는 전 세계 80여 개국 한인회장단 400여 명과 국내 인사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재외동포재단 주최, 외교부 후원으로 세계한인회장대회가 개막했다. 법륜 스님의 기조 강연에 이어 단체 간 교류 마당, 한인회 모범 운영 사례 발표, 지역별 현안 토론, 정부와의 대화 등이 4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5일 세계 한인의 날 기념식에서는 재외동포 유공자에게 훈장과 표창장을 수여한다.

지난 9월 2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동대문스퀘어서울에서 열린 제22회 세계한인차세대대회 개막식에서 한우성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이태호 외교부 제2차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10월 4일부터 나흘간 서울과 강릉에서는 세계한인여성회장단대회가 열려 네트워크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소외계층 여성 보호 정책을 제안할 예정이다.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는 14∼1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제24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는 국내 중소기업 수출 상담과 청년 글로벌 잡 페어도 곁들여진다.

상처 입은 조개가 진주를 만든다. 상처가 깊을수록 영롱한 광채를 띤다고 한다. 재외동포 가운데서는 이산의 고통과 차별의 아픔을 이겨내고 각국에서 이름을 빛내는 인물이 적지 않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말이 있다. 재외동포들의 역량을 우리나라의 자산으로 활용하려면 한민족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세계한인회장대회를 비롯한 동포단체들의 행사가 그런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 (한민족센터 고문)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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