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구원100만] ⑤전문가 제언 "다문화교육 강화 절실"
[다문화가구원100만] ⑤전문가 제언 "다문화교육 강화 절실"
  • 이희용
  • 승인 2019.09.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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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남자 다문화 수용성 낮아…내외국인 어울릴 기회 늘려야"
"구호뿐인 이중언어 인재 양성…중도입국 자녀 지원대책 시급"

<다문화가구원100만> ⑤전문가 제언 "다문화교육 강화 절실"

"성인 남자 다문화 수용성 낮아…내외국인 어울릴 기회 늘려야"

"구호뿐인 이중언어 인재 양성…중도입국 자녀 지원대책 시급"

 

 

추석을 맞아 9일 충남 공주 한옥마을에서 다문화가정협의회 회원들이 직접 빚은 송편을 선보이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다문화 전문가들은 "다문화가족 구성원 100만 명 시대를 맞았는데도 국민의 다문화 수용성과 감수성은 미흡하다"고 입을 모으며 다문화 교육의 강화와 개선을 촉구했다.

이들은 최근 동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준 결혼이주여성 폭행 사건을 언급하며 배우자 교육 도입과 체류기간 연장 심사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주민을 대할 때 우리 재외동포들이 거주국에서 어떤 대접을 받았을지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충고도 있었고, "한국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중도입국 자녀들에게 관심과 배려를 더 베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다문화가족 정책 개선과 국민의 다문화 수용성 제고를 위한 분야별 전문가들의 제언을 간추렸다.

 

▲ 임선일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

다문화가정 구성원이 100만을 넘어섰고 국내 체류 외국인은 대한민국 인구의 4.7%인 242만명이다. 5%를 넘으면 다문화사회라고 하는데 이제 코앞에 닥친 것이다. 노동, 교육, 복지 등의 국정 과제를 다각도로 고민하고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부처별로 나뉜 이주민 관련 업무의 중복이나 사각지대를 막고 일관된 정책을 펼치려면 이민청을 신설해야 한다.

다문화 수용성 조사 결과를 보면 성인 남자가 가장 낮다. 군부대, 예비군과 민방위 훈련 등에 다문화 인식 개선 교육을 도입하고 강화해야 한다. 청소년은 다문화 자녀를 비교적 자주 접하고 관련 교육도 받아 거부감이 덜하다. 그러나 이들도 대학 진학과 취업 과정에서 다문화 감수성이 떨어진다. 다문화 자녀나 외국인을 경쟁자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좋은 일자리를 놓고 내국인과 경쟁할 가능성은 적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지속적인 다문화 교육이 필요하다.

결혼중개업소를 통해 저개발국 출신 여성과 결혼하는 남성들은 돈 주고 신부를 샀다는 잘못된 의식이 남아 있어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결혼이주여성에게만 한국어능력시험(TOPIK) 급수를 요구할 게 아니라 배우자에게도 상대국 언어와 문화를 배우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가정폭력이 발생하면 결혼중개업소의 면허를 취소하는 등 강력한 대책도 검토할 만하다. 체류기간 연장이나 귀화 신청 때 남편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은 문제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증명으로 대신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대표

가족 형태가 매우 다양해지는 것처럼 이주의 양상도 마찬가지다. 한국인과 외국인이 결혼해 자녀를 낳은 가족만을 지원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다문화란 말은 매우 포괄적 의미인데 다문화가족이라는 용어를 만들며 좁은 틀에 가둬놓은 느낌이다.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을 제정할 당시와 지금의 현실은 매우 다르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240만 명인데 재외동포는 740만 명이다. 우리 동포들이 외국에서 어떤 대접을 받아왔는지를 생각한다면 우리가 이주민을 어떻게 대우해야 하는지 해답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1970년대 말 서독 정부가 계약 기간이 만료된 한국인 광부와 간호사들을 돌려보내려고 할 때 현지에서 반대 서명운동을 벌여 정주를 인정받았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눌러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당시 서독과 지금의 한국 상황을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 없으나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폭행은 피해자가 이주민 이전에 여성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연인이나 부부간 여성에 대한 폭력이 일상화돼 있다. 이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으니까 남편에게 의존적일 수밖에 없는 이주여성이 더 큰 피해를 보는 것이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단호하게 처벌하면 이주여성에 대한 폭력도 줄어들 것이다.

이주민 중에서도 백인이나 영어 사용자는 선망의 대상인 데 반해 아시아 저개발국 출신은 무시당하기 일쑤다. 인종차별이나 혐오 발언을 처벌하는 법과 제도가 미비하다 보니 미디어에 문제 장면이 많이 등장하고 공직자도 부적절한 언행을 자주 한다.

 

 

추석을 앞두고 8일 서울 서초구 국제청소년연합(IYF) 강남센터에서 열린 '다문화 한가위 대잔치'에서 외국인들이 윷놀이를 즐기고 있다. [국제청소년연합 제공]

 

▲ 원옥금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주한베트남교민회장)

결혼이주민이 교육이나 행정 지원 서비스를 얻으려면 시·군·구마다 하나씩 있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이용해야 한다. 대도시는 그래도 낫지만 군 지역에서는 너무 멀어 가기가 쉽지 않다. 또 대부분 평일에는 일을 해야 하는데 주말에는 문을 닫는다. 박물관 견학이나 문화유적 답사 프로그램도 대부분 주중에 진행돼 아쉽다고 말하는 여성이 많다.

이주민만 따로 모아놓고 교육이나 문화 체험의 기회를 줄 것이 아니라 내외국인이 어울려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외국인도 주민으로서 소속감을 갖고 빨리 적응할 수 있고, 내국인도 다문화를 친근하게 느끼게 된다. 동별로 있는 주민센터를 이주민도 함께 이용하도록 하면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문화 자녀를 이중언어 인재로 키우자고 말은 하면서도 정작 어머니 나라 말을 배울 기회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베트남 다문화 자녀 약 7만5천명 가운데 학습 적령기인 8∼12살이 3만명에 가깝다. 나이가 더 먹으면 배우려고 하지도 않고 학습 효과도 떨어진다. 그런데 이 중 베트남어를 배우는 학생은 극소수다. 올해 예산이 일부 반영됐는데 그나마 늦게 집행돼 혼선을 빚었다. 다른 데 들어가는 예산과 인력을 줄여서라도 글로벌 인재 양성에 투입해야 한다.

가정폭력을 당해도 신고하거나 이혼하지 못하는 결혼이주여성이 많다. 체류자격 연장이나 귀화 신청 때 전적으로 남편에게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편의 귀책 사유가 인정되면 길이 열리지만 최근 사례처럼 동영상을 찍지 않는 한 폭행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결혼의 진정성이 인정되면 안정적으로 체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외국인은 세금을 내는데도 외국인 자녀는 보육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 김수영 서울온드림교육센터 센터장

다문화사회로 이행하는 속도에 비해 인식의 변화는 너무 느리다. 다문화 교육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호혜적 태도를 지녀야 하는데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 출신의 이주민과 자녀를 지원하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다문화라는 용어가 왜곡 변질하다 보니 상호문화라는 말을 쓰자는 제안이 나온다.

역차별 논란이 빚어지는 것도 역지사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미국에 가서 공부하고 취업하면서도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오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세계화 추세를 거스르는 것이다. 이주는 전 지구적 현상이다. 대학에서도 중도입국 자녀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 협동 과제를 내주면 도움이 덜 된다고 같은 팀에 안 끼워주는가 하면 외국인 특별전형으로 쉽게 들어왔다고 무시하기도 한다.

국내에서 태어나 자란 다문화 자녀는 그래도 생애주기에 따라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으나 중도입국 자녀는 그렇지 않다. 정서적 충격과 언어 소통 불편으로 겪는 어려움이 훨씬 큰 만큼 심리 상담과 치료 등에 예방적 접근이 필요하다. 문제가 발견된 뒤에는 늦다. 가정폭력이 발생할 때도 피해자 당사자뿐 아니라 자녀에 대한 보호가 필요한데 적절한 지원 체계가 미흡하다.

 

8월 31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제10회 전국 다문화가족 배드민턴 대회'에서 참가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hee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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